39338 금년도 하루가 남았다. 어느해 보다 바쁘게 달려온 한해였던것 같다. 이 나이에 세월이 빠르게 간다는걸 실감하는 사람이 어디 나 뿐이겠나. 나라도, 세계도 많이 변하고 있고, 내 이웃도 나도 많이 변해 가는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게을러 지는지 급변하는 세상살이가 좀 어지럽기도 하다. 나는 매년 년말이면 언제나 우울증에 휩쌓이곤 했다. 특히나 TV를 보노라면 더욱 내 인생에 대해 우울해 졌다. 모두들 상을 주고 받고, 덕담도 나누며 즐거움과 웃음이 가득하니... 한해를 마무리 하는 논객들의 달변도, 화려한 정치가들의 사기성이 농후한 찬사도 나를 초라하게 느끼게 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몇년전 부터 나는 전혀 그런 우울증을 느끼지 않는다. 아마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하루가 즐겁고 매사가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인것 같다. 앞으로도 더욱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마음 건강을 위해서라도... 1월과 2월에 걸쳐서 아프리카를 트럭킹 하고 돌아왔다.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하여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까지 6,000여 KM를 개조한 트럭을 타고 텐트 생활을 즐겨했고, 야생동물들의 생태계도 체험했다.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이를 잊기도 했다. 매일 젊은이들이 아침인사로 불러주던 "Hi, Mr. Lee..."가 귓전에 맴돈다. 나미비아 사막 모래언덕의 일출과 사막에서 오토바이 타기는 지금도 생각난다.
보츠와나 에토샤 국립공원과 초베강 주변 사파리하며 보았던 많은 동물들은 지금도 사진을 보노라면 짚차를 타고 그곳 강변을 달리는듯 하다. 표준줌과 망원을 각각 장착한 두대의 카메라도 무거운줄 모르고 번갈아가며 총쏘듯이 셔터를 눌러댔으니 지금 생각해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2박3일의 오카방고 델타의 원시생활은 내 평생 언제 다시 해 볼수 있겠는가? 4월에 파키스탄과 인도로 영업 출장을 다녀왔다. 금년 하반기 작업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섭씨 45도 가까운 날씨에도 바이어들을 찾아 다니며 강행군을 했다. 이때 받은 오더로 7월 부터 12월 까지 하반기는 그렇게 해서 바쁘게 작업했다. 6월말에 모스크바 출장을 마치고 덤으로 북유럽(5개국) 여행도 다녀왔다. 배낭여행을 즐겨하던 버릇이라 페키지 여행이 좀 불편했다.
7월말 상해 국제섬유기계전시회를 다녀오고 추석때는 인도네시아에도 출장을 다녀왔다. 반둥에서 사흘간 바이어들과 상담을 마치고 끼가 발동하여 발리를 이틀 다녀왔다. 이곳에서 일출의 오메가도 알현했으니 행운이었는것 같다. 10월초, 공장으로 찾아든 날개 다친 도요새를 구해 줬던 마음이 통했던지 뜻하지 않은 파키스탄으로 부터 오더를 받는 행운을 잡는다. 그러면서 환율이 살금살금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환차로 짭짤한 재미를 만져보게된다.
12월 중순이 넘어 마지막 기계를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고, 뮤지컬 "맘마미아"로 머리를 식힌다. 한해를 보내는 지금, 많은 사람들로 부터 많은 성원과 도움, 그리고 용기를 받은것 같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 그 일하는것이 즐거워 하루 하루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주위에 너무 소홀했던것 같다. 여러분!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일 더욱 발전하시길 기원 합니다. 내년 1월 하순에 떠나는 남미 배낭여행 준비도 어느정도 된것 같다. 여행을 준비하며 마음도 설레이고, 재미도 느낀다. 소풍가는 아이들 마음 같아 언제 철 들려는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