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산에 같이 다니던 후배가 메일을 보내왔다.
경주에서 개최되는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에 같이 참가하자는 내용이다.
얼른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내용을 읽어보니 참가신청은 끝나고 현장접수만 남었다고 한다.
나는 단축코스(30km)와 풀코스(66km)중 어느 코스를 정할지 고민하다가 후배들과 상의하니 풀코스를
걸을수 있을거라고 하여 풀코스 걷기를 택한다.
나는 그동안 많은 산행도 했고, 백두대간 종주때는 평균 8시간 이상의 장거리를 종주했고, 또 외국산 트랙킹때 장거리종주
경험을 갖고 있었지만, 평지 장거리를 걸었던 경험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나의 평지를 걷는 능력을 테스트 해볼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이 크게 잘못된것임을 아는데는 참가 신청을 하고 몇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번 행사는 “경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관으로 경주문화 유적지를 테마코스로 활용, 풀코스165리(66㎞)
단축코스 75리(30㎞) 2개 코스로 진행하며, 관광객 및 외국인, 경주시민 등 5천여명이 참가한다고 한다.
이번 대회는 가족, 연인과 함께 천년고도 경주 일원을 걸으면서 옛 역사 속 신라 가을달밤의 정취를 느끼고, 극기체험을 통해
호연지기를 높이는 한편 우리 문화의 소중함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실시되었다.
23일(토) 저녁 7시 30분 경주 황성공원 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출정식을 시작으로, 풀코스는 황성공원을 출발해
보문호, 장하사지, 석굴암, 박물관, 대능원 등 18개 코스를 돌아오는 코스다.
※ 코스 : 경주황성공원→생태체험공원→보문호→암곡→덕동호→추령제(간식)→장항삼거리→ 토함산농원-석굴암주차장(일출 및 조식)
→불국사경내→통일전 광장-통일전 다리→박물관→안압지-반월성→계림→첨성대→대릉원→금관총(예술의 거리)→경주황성공원
단축코스인 75리 코스는 생태체험공원, 엑스포광장, 분황사, 안압지, 재매정, 오릉 등 14개 코스다.
※ 코스 : 경주황성공원→생태체험공원→보문호→교육문화회관→엑스포광장→분황사→안압지(Tea Time)→반월성-첨성대-재매정
→오릉→오릉교하단→남천→서천시민공원→경주황성공원
참가자는 정해진 코스를 자유롭게 걷되 구간별로 체크인 지점을 정해진 시간내에 통과해 확인 받아야 하며, 완주팀에게는 완보 메달과 완보증을 수여한다.
일찍 대구를 출발하여 두어시간 기다려 4시부터 현장접수를 마치고 후배들과 만나 식전, 식후 행사를 구경하고 저녁 7시 30분에 출발하였다.
165리 풀코스팀 부터 먼저 출발시키고 다음에 단축코스를 출발 시켰다.
보문호에서 부터는 풀코스를 걷는 팀은 단축코스팀과 달리 덕동호쪽으로 코스를 걷는다.
음력16일이라 달빛이 밝을것을 기대했으나 날씨가 흐리고 또 비가 올것이라는 예보 때문인지 날씨가 잔뜩 흐려있다.
그래도 달이 밝은지 걷는 길은 어둡지 않아 편하다.
보문호에서 덕동호로 넘어가는 고개를 넘어 암곡에 도착하여(22:00) 잠깐 휴식을 취하며 발에 바세린도 바른다.
그런데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올때 왼쪽 허벅지 근육이 당기는것 같아서 좀 신경이 쓰여 양말도 갈아신으며 두켤레를 끼워 신는다.
그러나 이곳을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2:30경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 하더니 얼마 가지않아 빗줄기는 굵어지기 시작한다.
모두들 준비해온 비옷으로 갈아입고 걷는다. 어떤 사람들은 준비해온 우산을 쓰고 걷는다.
20km를 좀 지나니 첫번째 코스 확인 도장을 찍어준다. 그런데 이곳 까지 왜 그리 멀게만 느껴 지는지 ...
덕동호를 오른쪽으로 두고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걸으니 처량하기 짝이없다.
그런데 서서히 다시 왼쪽 허벅지 근육과 장단지 근육이 당기는듯한 이상을 느낀다.
우의를 타고 내려오는 빗물이 신발안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바세린을 발라 매끄럽던 발이 양말과의 접촉감이 불편해온다.
01:00쯤 덕동호를 지나 감포가는길과 만나고 왼쪽으로 꺽어올라 추령재를 행해 올라간다.
안내하던 진행요원들이 30분 정도만 가면 추령재라고 하며 간식이 준비되어있다고 용기를 준다.
이때쯤 많은 사람들이 지쳤는지 버스 정류소나 포장집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쉽게 볼수있다.
비가 많이 오니 쉴수있는 곳이나 포장된 길위가 빗물에 젖어 쉽게 앉아 쉴수도 없어 모두들 많이 지쳐보인다.
어느 회사에서는 단체로 참가했는지 회사 지원 차량이 나와 커피와 라면을 회원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도로를 따라 흘러내리는 많은 빗물이 지나가는 차량 불빛에 비치니 추령재를 올라가는 발걸음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젊은이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내 옆을 힘찬 발걸음으로 지나간다.
25km 지점이란 표식을 지나 추령재 휴게소에 도착하니 02:00가 가깝다.
라면과 김치가 준비되어있고 많은 사람들이 추녀밑에 비를 피하며 라면을 먹고있다.
비를 맞으며 먹는 사람, 처마밑에서 간신히 비를 피해가며 먹는 사람들, 먹고있는 모습들이 한없이 처량해 보인다.
난 지금 까지 살아오며 이렇게 까지 궁색한 몰골로 음식을 먹어본적이 없는것 같아 비를 피하며 먹을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지 못한 주최측을 원망도 해 본다.
먼저온 사람들은 토함산을 향해 올라가고, 또 올라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양말을 갈아신고,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며 준비 한다.
나는 쉬는 동안 더 앞으로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회송하는 버스를 타고 돌아갈것인가를 갈등하며 고민했다.
추령재를 올라오는 동안 다리 근육이 당기고 발바닥이 매끄럽지않아 힘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두어번 쉬기도 했다.
또 우의를 타고 내려오는 빗물에 젖어드는 신발이나 옷들이 남은 여정에 나를 더 힘들게 할것 같다.
물론 같이온 일행을 따라 토함산을 올라가고 진행 할수는 있겠으나 아직도 많이 남은 거리를 걷기에는 좀 무리인것 같아
일행들 한테 내 상태를 솔직히 이야기 하고 여기서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버스를 타니 많은 사람들이 타고있다. 그리고 벌써 여러차례 돌아가는 버스에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여기까지 30km 가까이 걸어온것만 해도 좋은 경험이었다.
출발지점인 황성공원으로 돌아오니 03:00쯤인데 단축코스를 완보했던 많은 분들이 완보증을 받을려고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지금 어제의 장거리 걷기대회 실패의 원인을 생각해보니 여러가지를 반성하게 된다.
첫째, 출발할때 부터 많은 사람들이 빠른 걸음걸이로 걸었을때 나도 그들과 같이 빠른걸음으로 10여km를 따라 걸었다.
아마 이때 오버페이스를 했던것 같다. 산을 걸을때는 빠른 걸음을 걷기보다는 천천히 걷는다.
이때 큰 보폭과 빠른 걸음걸이가 다리근육에 무리가 갔던것 같다.
둘째, 산을 걸을때는 주위경관을 보며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데, 어제는 달빛도 밝지않고 주위를 구경하며 걷는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에 그냥 빠르게 걷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걸었던것도 다리근육에 무리를 주게된것 같다.
셋째, 산행할때 사용하는 근육과 평지를 걸을때 사용하는 근육이 다른것 같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다리근육에 무리가 가고, 피로를 많이 느꼈다.
이는 평소에 걷기운동에 대한 훈련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걷기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
또 산행때와는 달리 필요없는 물건은 과감히 줄여 배낭의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해야 한다.
걷기대회가 처음인 나는 이것저것 준비하여 배낭무게가 좀 무거웠던것 같다.
어제의 경험을 반성하고 앞으로 더 기본 체력운동에 신중해야 할것 같다.
그리고 나는 아마 단축코스가 내 나이와 걷는 실력에 맞는것 같다.
어제 신라의 달밤 걷기대회에 같이 걸었던 일행분들깨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