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에서의 두쨋날, 라오까이 마을 가는 날이다.
아침 부터 안개비가 스믈스믈 내리니 숙소 문밖을 나가기 싫다.
바깥에는 소수민족 몽족들이 망태를 보물단지냥 메고 우리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듯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무조건 "Good morning"으로 시작하고 어디서 왔느냐, 오늘 어딜 갈려고 하느냐, 라고 물으면서
망태기나 목에 걸고있는 소품들을 억지로 사달라고 하지 않고 헤실헤실 웃으며 따라온다.
웃는 얼굴에 침뱉을 사람 없다고 진창 진흙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같이 간다.
우리들은 그런데로 비옷을 입었거나 우산을 들고 다니지만 따라다니는 몽족들은 우산든 사람이 별로 없다.
마냥 내리는 안개비를 촉촉히 맞으며 간다.
검은 계열의 옷을 많이 입는다. 다리에는 추위를 막을려는지 모두들 다리토시(?)를 하고 있다.
안개낀 진흙 진창길을 미끄러지며 오르고 내려올때 마다 몽족들은 주의하라며 손도 잡아준다.
우리들 보다 체구가 작아도 그들은 이곳에서 다져진 몸이라 그런지 언제나 잽싸게 다닌다.
한참을 미끄러지며 내려오다가 다랑논을 만나니 모두들 입을 벌리고 가던길을 멈춘다.
좁디좁은 논두렁길을 곡예하듯이 타고 내려온다.
어디서 '억"하는 소리가 들리면 미끄러져 엉뎅이에 흙탕칠을 한다.
조심조심....
몽족들은 장화를 신고 있지만 우리들은 그냥 운동화 차림이다.
바지가랭이가 금방 흙탕칠로 둔갑한다.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경사길도 몽족들은 웃으며 따라다닌다.
망태기에 담아온 기념품 소품들을 하나라도 팔아볼려는 바램이다.
라오까이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도착하니 아래로는 다랑논이 펼쳐져 있다.
곧 봄이 오면 모심기를 할려고 물을 대놓고 준비중이라고 한다.
우리들 어릴때 시골에서 봤던 굴곡진 논두렁이 끝없이 이어져 보인다.
옛말에 "논반 두렁반"이란 말이 있다.
아마 이곳이 경사진 땅만 아니어도 경지 정리하면 농토는 엄청 더 넓게 쓸수 있고 수확도 많아 지겠지...
주어진 땅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몽족들이 어쩌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랑논 마을을 이리저리 카메라로 담아 보던중, 두 여인이 논두렁길을 따라 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물건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듯 하다.
온 사방이 안개로 덮힌 논두렁길을 두 몽족 여인이 찾아가는 집은 어디멘고...
이 다리를 건너면 라오까이 마을이 시작된다.
홍수가 있을때 마다 많은 돌들이 떠 내려오고, 제방이 무너지기도 한단다.
떠내려간 제방을 그냥 간단히 보수만 해놨지 그 상태는 열악해 보인다.
나라에서 튼튼한 제방을 쌓아줘야 하는데 이곳 까지 재정이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이곳 산간지방이나 오지에 놓인 다리들은 대체로 현수교가 많다.
내가 배낭여행때 돌아본 오지의 다리들이 대체로 현수교인것 같다.
네팔, 라오스, 미얀마...차마고도...이런곳 산간마을을 잊는 다리는 현수교다.
콘크리트 다리를 건설할려면 많은 장비와 인원이 필요하고 자재도 더 많이 든다.
건설비도 많이 들고 기간도 걸린다.
현수교는 미리 만들어와서 조립만하면 되니 간단하다.
다리를 넘어오니 라오까이 마을이 시작되고,
지끔 까지 따라오던 몽족들은 관광객들 한테 물건을 사라고 모여든다.
마음이 여린 유럽등 외국 사람들이 자그마한 수놓은 기념품들을 살려고 하면 우루루 모여든다.
숫제 애워쌓고 있다고 할만하다.
그래도 몇점 팔고 돌아서는 몽족들은 기쁜 함박 웃음을 웃으며 신난다.
기념품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하나만 사는 사람들이 별로없다.
기념품 값도 싸고 간단하니 여러개를 사서 친지들 한테 줄려고 여러개를 산다.
우리들도 하노이에서 한품목당 10개씩을 샀으니...
식당 주방도 몇점 팔고 신난 몽족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끈한 밥한그릇은 보약과도 같겠지...
주방안은 그옛날 우리들 부엌이나 다름없다.
우리들이 옛날 우리들의 삶을 보고 있는듯 하니 눈을 다른데로 돌릴수 없다.
그냥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는다.
망태기에 담아온 물건들을 어느정도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몽족,
안개속으로 출렁다리를 건너는 발걸음도 가볍게 보인다.
돌아가는 저 여인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
반갑게 맞아해줄 아이들, 그리고 가족들을 생각하겠지....
룰루랄라....
라오까이 마을로 올라가는 오르막 길목 논두렁에 앉아있는 오리...
이곳에도 오리들을 많이 키운다.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볼수 없다.
자연으로 돌아다니며 많은걸 잡아먹는다.
모두 자연산(?)이다...
우리들은 자연산을 좋아하지 않는가...
라오까이는 다랑논에 농사를 지어 살아가는 마을인것 같다.
그래도 농촌체험(?) 아니면 시골마을 체험(?)을 위해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따뜻한 봄철에 그런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논두렁을 따라 두 모자가 걸어가고 있다.
아기를 업은 엄마의 모습, 그 뒤를 따라가는 아들의 모습...
그 옛날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나도 1948년 가을겆이 끝나고 엄마손을 잡고 고향을 떠나
50리길 먼 대구로 걸어왔던 기억이 새롭게 생각난다.
인가가 있는 마을도 집들은 몇채없다.
그래도 고기를 썰어 파는 장사(?)하는 천막친 가게도 보인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