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베트남에서 만난 북만드는 장인(匠人)

master 42 2013. 3. 28. 07:53

 베트남 출장 다녀온지 벌써 사흘이 지났다.

출장중에 찍은 사진을 정리 할려니 바뻐서 겨우 몇장의 사진만을 정리하여 포스팅해 본다.

또 4월 5일, 남미 칠레로 출장가야 하니 그 준비에 바쁘고, 부가세 신고 준비도 해야 한다.

남미 가는길에 미국 워싱턴에 살고있는 딸아이도 만나야 해서 미국 입국에 필요한 ESTA를

확인해 보니 유효기간이 1년정도 남아 있어서 안심이다.

 

이번 베트남 출장은 3월초에 실어 보냈던 두대의 기계를 조립, 시운전해 주고 종업원들을

훈련시켜 주는 일이다.

자동화기계를 처음 보는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는 종업원들을 쉽게 다룰수 있도록 하는게 어렵다.

종업원들이 영어를 전혀 할줄 모르니 통역을 중간에 두고 해야하니 엄청 귀찮고 어렵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종업들은 손에 익숙해 지는지 이틀째 되던날은 웃으며 잘도 해낸다.

 

 

 

 

내가 머물고 있었던 곳은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두시간 내려오는 남딘이라는 중소도시지만 공업단지가 있다.

그러고 6월에 고속도로가 뚫리면 1시간 걸리는 거리라 한다.

마지막 일을 마치고 떠나는 날 아침에 난 이곳에서 북을 만드는 한 노 장인을 만났다.

호텔 바로 옆집에 있는 아주 초라한, 간판 조차 희미하게 붙어있는 대문이 삐끔히 열려있는 집이다.

대문조차 칠이 벗겨져 있고, 한켠으로 전시해 놓은 악기들 조차 먼지낀 유리창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가까운 호수로 산책 갔다 돌아오던 길에 삐끔히 열린 대문 사이로 낡은 양복을

입고 쭈구리고 앉아 돋보기 안경 넘어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고있는 노인을 발견하고는 순간적인 감각으로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일하던 노인이 셔터소리를 듣고 안경을 내려잡고는 나를 향해 해맑은 웃음을 보내어 염치불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나 맑고, 어린아이 같은 얼굴에 미소를 보이더니 환하게 웃어준다.

입고있는 낡은 양복이 빛나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노인의 손을 덥석 잡고 흔들었다. 나도 노인인데....

알고보니 내가 그 노인보다 8살이나 더 많으니...

손바닥 위에 손가락으로 그려준 나이가 64살이라고 한다.

 

 

 

 

베트남의 건물들이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입구가 좁고 안으로 집이 깊숙히 들어간 구조다.

낡은 간판, 한쪽은 낡은 판자문으로 꼭꼭 닫아놓은 창문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닦지않아 희뿌옅게 보이는

유리창 넘어로 겨우 민속악기 같은 악기가 몇점 세워져 있다. 

처음에는 집앞에 놓여있는 낡은 통을 보고 술통이나 물통을 만드는 집으로 알고 열린 대문안을 들여다 봤다.

안이 너무 어두워 노출이 맞지않아 늦은 셔터속도라 얼른 감도를 높게올려 찍으니 노이즈가 생겼다.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계산하던 노인이 셔터소리에 내쪽을 보고 금방 해맑게 웃어주었다.

 

모르게 사진찍던 나의 미안했던 마음을 금방 풀어주는듯한 얼굴이다.

그러더니 일어나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해 준다. 그 손짓이 얼마나 반갑던지...

이렇게 해서 난 북을 만드는 노(老) 장인(匠人)을 만났다.

그리고 한동안 그의 말없이 보여주는 그의 북만드는 말없는 이야기에 혼을 놓고 셔터를 눌러댔다.

 

 

 

 

 

 

폭이 좁은 집이라 좁은 마당에 소가죽을 펼쳐놓고 북통에 맞출 가죽에 둥근 마킹을 한다.

습기차 이끼낀 벽체, 낡은 지붕하며 땜질한 바닥이 노장의 작업장을 말해준다.

신고있는 프라스틱 슬리퍼.....

 

난 이끼낀 이 지붕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잊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북들....

진열해 놓은 악기들....아니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

그 먼지낀 창문 넘어로 보이는 삼성이라는 간판....

세계 어딜 가도 보이는 한국의 상징....삼성.... 밉지가 않더라....

 

 

 

 

 

 

 

 

 

 

 

노 장인은 쌓아놓은 물건들 중에서 자랑스럽게 소가죽을 나에게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한동안 소가죽위의  이곳저곳을 어루만져 보이며 나에게 설명해 주며 맑은 웃음을 보여준다.

가죽위에 놓여있는 알미늄자는 내가 군에 있을때 봤던 공병용 자다.

우리나라에는 벌써 잊어버린지 오래되었다.

 

 

 

 

 

 

 

 

 

 

 

 

 

                                      콤파스 없이 끈에 백묵을 매어 원주를 돌리며 뽄을 그리던 노장인의 모습.

                                     오후 5시쯤 공장에서 돌아와 다시 찾어갔을때 무언가를 골돌히 생각하며 간이 나무 의자에 앉아있는 노 장인의 뒷모습.

                                     난 이 뒷모습을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며 미래의 내 뒷 모습을 상상해 봤다.

                                     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뒷모습을 ......행복한 뒷모습을 보이며 살아갈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조용하고, 맑은 웃음을 나에게 주었다.

                                     나도 저렇게 살아가야겠는데....

 

                                     또 만날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