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되는게 없고, 잘 돌아가는 일들이 없다.
모두들 만나면 그냥 그렇게 지낸다는 심드렁한 이야기 뿐 이다.
종종 만나던 친구들도 뜸하게 만나게 되고 또 카톡으로 안부나 물어 보는 게 인사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카톡이나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도 괜찮은 사이라고 한다.
2월 중순 하와이 종주 트랙킹을 다녀온 후부터 코로나19가 급속히 전파되어 대구는 암흑천지가 된 듯한 느낌 이었다.
경제 또 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내게도 그 여파가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하는 조짐이 감지되었다.
년초에 받아둔 오더로 일거리는 6월 까지가 끝인가 생각 했는데 10여년 전 부터 거래해 오던 과테말라 바이어로 부터 받은 오더로 7월 작업을 연명하며 불안 했는데, 그때쯤 파키스탄의 오래된 큰 바이어가 던져주는 선물 같은 오더를 받아 8월 중순 까지 즐겨 일했다.
아! 그런데 그 이상의 행운은 없는지 달포 가까이 놀았다.
9월 하순 까지는 매일 쉬고 놀고 하니 생활 리듬이 깨어져서 몸 상태가 이상을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추석 보름달이 서서히 둥글게 익어 갈 때 쯤, 음력 팔월 열사흘 날 저녁, 파키스탄 에이전트 한테서 전화를 받는다. 7월에 주문 받었던 기계가 그 공장에 도착하고 설치 하루(8시간)만에 기계가 돌아가고, 10여분 만에 정상속도로 돌아가니 사장이 크게 만족했다고 한다. 그곳 사장과 또 방금 기계 6대를 계약 했는데 언제 실어 보낼 수 있느냐 한다.
코로나19, 그것은 음지만 있는게 아니라 내게 닥아오는 행운도 되네. 난 언제나 준비하고 있으니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으니 그 속에서도 음지와 양지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 한다.
미국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가 싶더니 방역에 손 놓은 듯 확진자 발생은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병원, 요양원, 복지시설, 호텔, 휴양지...이런 곳에서 타월의 수요가 불어나기 시작 했고, 이 수요를 파키스탄이나 인도 등지에서 수입해 가니 이 나라의 타월 수출 물량이 급격히 불어났다.
급작스레 생산에 대응하는 설비를 수입해야 하니 나에게도 그 행운이 돌아오게 된 것이다.
내 에이전트의 이야기로는 그곳의 큰 공장들과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하니 기대해 본다.
추석 연휴 닷새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설계도면을 수정하며 지냈다. 한달여 놀며 쉬며 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마다 메모해 둔 기계의 업그레이드 포인트를 다시 수정했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발전해 가는데 난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도 하며 지냈다. 그래서 이 나이에도 쉬지 않고 책도 읽고 아이디어 수집을 위해 공부도 짬짬이 한다.
그동안 허접스럽던 기계취급설명서(영문 Manual)도 언택트 시대에 맞게 보완했고, 훈련용 동영상도 직접 촬영해서 편집 까지 마무리 지어 바이어들 한테 보냈다.
일없이 지낸 세월을 하프타임으로 생각하니 내 앞으로의 인생에 소중했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반 보다는 엄청 짧게 남아있는 후반이지만 내게 주어진 일들을 마무리 짓는 일에 즐거움을 걸어야겠다.
내가 앞으로 그려나가는 파이는 크기 보다는 내게 알맞은 파이를 그리며 그 속에서 좋아하는 삶을 즐겨 볼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