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포스팅 한지도 이미 3개월이 넘었다.
지난 포스팅 이후 해외에서 오더가 엄청스레 들어와서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느라 블로그에 접근할 시간 여유가 없었다. 내 80 평생에 해외 바이어들로 부터 이렇게 많은 오더를 받기는 처음이다. 아마 3년치 분은 넘을 것 같다. 오더가 많았을 때는 짬짬이 외주 업체에 의뢰해서 만들었는데 이제 두 번째 외주 업체를 선정해서 풀 가동 시키고 있다.
그런데 외주 업체라는 곳은 내 기계를 처음 만들어 보기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서툴다. 도면 보는 것도 그렇지만 작업의 순서를 잘 몰라서 허둥대다가 불량작업이 생기고 공기가 늦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밤 늦게 까지 각 공장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3개 공장을 다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자재와 부품들을 부품 외주 공장(CNC, 도금)에서 찾아와 3개 공장으로 미리 갖다 줘야 한다. 사람들이 모자라니 시키는 일 외에는 모두 내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런 준비 과정의 잡다한 일들을 마치고 나서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또 컴 앞에서 바이어들과 상담을 벌여야 한다.
그래도 바이어와의 약속도 있어서 열심히 뛰어 다닌 결과로 외주 업체는 그런데로 내 마음에 드는 기계를 완성 시킨다. 그러나 정작 큰 싸움은 이때 부터다. 신용장을 받고 작업 준비를 하는 중간에 싣고 갈 배를 예약한다. 선적일자를 며칠 앞두고 선박회사에 컨테이너를 보내 달라고 하면 출항일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선적 연기가 3~5차에 걸쳐 일어나니 막상 배가 떠 나기 까지는 기계가 완성되고 20~30일 이 걸린다.
코로나 이후 생필품을 많이 만드는 중국에서 쏟아지는 물동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종 중국의 항구가 코로나로 완전 폐쇄되니 그 물동량이 상해로 몰려 배를 확보하는데 전쟁이 따로 없다.
전해 듣는 이야기로 미국행 배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한다.
내가 사용하는 카라치행 40ft 컨테이너의 운임이 년 초에 3,000 달러 했는데 6월 들어서 급속히 올라 10,000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래도 스페이스(선적할 공간)가 없다 하여 선임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출항은 자꾸 늦어지고 있다. 이럴 때 만약 한진해운이 있다면 수출 물동량 전쟁은 어느 정도 지금 보다 쉬워지지 않을가 라고 생각한다.
다음 주문 받은 기계를 만들어야 하는 공간에 쌓여 있는 물량을 볼 때 마다 속이 끓어 오른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 상담하러 갈 수 없지만 그래도 인터냇으로 상담 할 수 있어서 잘 돌아간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원자재 값이 100% 올랐고, 운임이 300% 올랐다. 원가 상승 요인이 34% 되는데도 중국의 덤핑 공세에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기계는 내 기계 보다 반값에 팔린다. 그래도 이곳 바이어들은 한국 기계를 찾는다.
배가 제 날자에 맞춰 출항만 할 수 있어도 반 걱정은 풀릴 것 같다.
공장안에서 출항 날자를 기다리는 기계들을 보노라니 변비 환자가 떠 오른다.
확! 좀 빠져 나갔으면....시원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