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실크로드

실크로드 잡담 9-만년설이 만든 파미르고원 칼라쿨리 호수

master 42 2005. 9. 2. 00:19

8월1일, 오늘은 칼라쿨리 호수(喀拉庫勒湖)로 관광간다.
몇일만에 타 보는 관광 버스지만 꽤나 오래된것 같은 기분이 든다.
08:20 버스에 오르니 지난번 같이 앞좌석을 비워두고 어른신들이 앞좌석에 편히 앉아 가란다.
젊은 선생님들에게 경노석을 마련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한바탕 웃는다.

그 보답으로 내가 한턱 쏘기로 하고 가는 도중에 과일점에 들려 하미과 4개를 흥정하여 산다. 그러나 돌아오는 도중에 먹을려고 확인해 보니 과일점에서 3개 밖에 싣지를 않았다. 과일을 살때 어린 아이가 장사를 하기에 모두들 자식같은 생각에 측은하게 생각해서 믿고 사주었는데 완전히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다. 뭐 좀 비싸게 사먹었다고 생각하면 되지...그넘도 우릴 보내고 한탕 했다고 기분 좋아 할걸....

눈녹은 물이 흐르는 강 아침부터 비가 뿌리고 날씨가 쌀쌀한게 여름 복장으로는 어림 없을것 같다. 모두들 갖고온 가벼운 파카나 점퍼를 꺼내 입는다.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으나 군데군데 도로 포장 공사를 하고 있다. 가는 방향이 고산지대라 빙하 녹은 물이 계곡으로 흘러와 강물은 흙탕물이다. 풀한포기 찾을수 없는 황토흙 산이라 붉은색, 회색등의 현탁한 색조를 띄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물의 유속은 빨라지고, 더욱 진한 흙탕물이 굽이치니 우스게 소리로 래프팅하면 좋겠다고들 한다.

빙하계곡 중간 휴게소 같은 기념품 판매소 앞에서 잠시 쉬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양떼를 몰고 다니는 위그르 소녀들이 포즈를 취해주어 사진을 찍는다. 일부 선생님들은 기념품 상회에서 카페트와 소품들을 흥정 하는데 엄청나게 비싸게 불러서 어제 바자르에서 봤던 물건들의 값을 알기에 그만두고 나온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뿌려 하늘이 찌뿌둥하니 맑은 하늘을 기다리는 우리는 실망이다.

빙히가 남긴 흔적 두어시간을 가니 중간 지점에서 여권 조사를 하는 검문소를 만난다. 모두들 여권을 갖고 다니는데 한분 여선생님만 여권 복사본 뿐이라 통과시켜 주지 않아 호텔로 돌아간다. 같은 중국인데도 여권을 조사하니 이상하게 여겨 항의를 하니 "메이꽌시"다. 아마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모양이라고 좋은 방향으로 추측한다. 그래도 일행 16명중에 중국어를 어느 정도 말하는 여선생님이 있기에 다행이다.

칼라쿨리 호수 가기전에 작은 호수가에 머무는데 먼산에 구름 사이로 만년설이 희끗희끗 보인다. 호수가로 키르키스 유목민이 살며,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고 있는데 품질은 조악하다. 밖앝 날씨가 한국의 늦가을 날씨 정도로 하복을 입은 사람들은 추위를 느낀다. 계곡은 큰 자갈이나 돌들이 흘러내려 깔려있는 걸로 봐서 빙하가 내려온 흔적임을 알수있다. 그래도 46,7년전, 고등학교때 지구과학을 배웠기에 퇴적암층이나 빙하 흔적을 알수있다. 이곳 파미르 고원은 융기에 의하여 생성된 지형이라 산들이 모두 퇴적암으로 보인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파미르 고원의 콩쿠르산(7,718m)과 무즈탁산(7,546m)에 만년설이 덮여 있고, 그 눈녹은 물이 칼라쿨리 호수를 만들고 계곡으로 흐르고 있다. 종종 이곳 산을 오르는 전문 등산객들이 찾아 오기도 한단다. 점심때쯤 해서 칼라쿨리 호수에 도착하니 굵은 빗방울이 흩날리고 상당히 춥다. 모두들 하나뿐인 식당으로 들어가나 호수를 보러온 많은 관광객들이 북적이니 밥인들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다.

더구나 해발 3,000m가 넘으니 몇분이 고산증세에 고통을 느낀다. 그래도 나는 다행이 백두대간에서 단련된 건강인지 고산증세를 느끼지 않는다. 비가 그치고 밖에 나와 호수가를 거닐어 보고 사진도 찍어 보지만 날씨가 흐려 고산준봉에 얹혀진 만년설을 볼수없고, 호수물 조차 흐릿해서 호수에 비친 만년설의 고산준봉과 코발트색 하늘을 찍으려고 벼루었던 기대를 접기로 한다. 가까스로 구름 사이로 하늘이 좀 열리는듯 하나 파미르 고원의 하늘은 우리를 아는체도 않는다.

구름 사이로 만년설이 살짝 호수가에서 가운데가 산봉우리 처럼 불룩 솟구친 특이한 삼각 모자를 쓴 키르기스 청년들이 낙타나 말을 타라고 따라 다니거나 기념품을 사라고 졸라댄다. 한시간여를 머물다가 그곳을 떠난다. 내려 오는길도 줄곧 비슷한 풍광이 펼쳐 지지만 조금도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 옛날, 당나라의 현장 법사와 그 제자 법현, 신라의 혜초 스님등 여러 구법승들은 이 멀고도 험난한 산골짜기와 고원지대를 걸어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가며 천축을 다녀오지 않았던가. 도저히 당시의 상황이 짐작되질 않고,오직 감탄과 경악만이 새삼스럽게 솟구칠 뿐이다.

Mountain Bike로 칼라쿨리 호수까지 갈려는 이태리 친구들 갈때 쉬었던 휴게소에서 아침에 사갖고 간 하미과를 여럿이 나누어 먹는다. 과일 장사하던 어린 아이한테 크게 당했지만 모두들 시장하던차에 맛있게 배불리 먹는다. 카시(喀什)가 가까워 오니 큰 마을에 장날인지 도로가 붐빈다. 도로가 마차들과 사람들, 그리고 차들로 꽉 메워져서 옴짝달싹을 않는다. 그래도 모두들 하나같이 천천히 풀리기를 기다린다. 아니게 아니라 얼마를 지나니 막혔던 도로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고 우리들이 탄 버스도 움직인다. 어느 누가 "기다려라, 그러면 열리것이다"라고 해서 모두들 크게 웃는다.

많은 사람중에 어디 안경낀 사람 있으면 찾아 보세요. 돌아오는 길 양옆으로 백양나무가 방풍림으로 울창하게 서있고, 그 옆으로 많은 농토를 경작하고 있는데 눈녹은 물이 이곳에 풍요를 주는것 같다. 마차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늦가을 옷 차림이다. 호텔에 돌아오니 마당에 커다란 트레일러 풀카가 주차해 있고, 한무리의 나이든 독일 사람들이 호텔 로비를 메우고 있다.

펌프질...옛날 우리들의 모습이... 나중에 운전기사 한테 들어서 알았지만 20명 단체가 독일 뮨헨에서 이 차로 출발하여 터키를 거처서 실크로드를 따라 서안 까지 간단다. 앞의 차는 의자로 구성되어 편안히 여행을 하면서 뒷칸의 트레일러는 침대가 설비되어 있어서 호텔이 없는 곳에서 잘때는 이곳을 이용한단다. 물론 주방 설비까지 갖추어져 있고, 요리사와 가스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고 다닌다. 운전기사 한사람이 운전을 하고 다니는데 정비까지 할줄아는 베테랑 기사란다. 20명 중에는 꼭 의사 한명도 포함되어 다니고 응급 의료장비도 갖추고 다닌다고 자랑한다. 역시 선진국이라 여행의 질(Quality)이 틀리는구나... 나도 언제 저렇게 멋지고 여유스러운 여행을 해 볼수 있을꼬.... 비가 간간히 뿌린다. 제법 쌀쌀한 날씨 덕에 오늘 밤도 양고기 구이와 술맛이 더 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