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된 상태로 수출을 기다리고 있는 기계
나는 50이 다되어가던 나이에 지금의 사업을 시작했다.
20여년 형님밑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조카가 크니 50이 다 되어가던 어느 가을에 형님은 조카의
앞날을 위해 나가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20여년의 박봉으로 열심히 일해온 나는 퇴직금도, 오래전 부터 형님과 약속되어왔던 내 몫의 돈도 받지못하여
마냥 주기만을 기다릴수 없어서 돈없이 맨손으로 도면을 직접 그려가며 시작했던 일이 지금의 사업이다.
내 사업은 타올공장의 봉제부분을 자동화 시키는 기계로 타올의 옆단부분을 자동으로 제봉하는 기계다.
이 기계를 사용함으로 인건비 절약은 물론이고, 품질향상이 수동작업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첫해부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나혼자만 이 기계를 만들었고, 지금도 나혼자만 만들고 있다.
3년째 되던해 부터 수출도 하기시작하니 서서히 외국에 알려야 할것 같아 종합상사를 통하여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그러나 1998년, IMF가 내 업계에 휘몰아치니 내 사업도 주문하나 없이 고스란히 쉴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난 이때 국제무대에서 유럽기계와 맞설수있는 기계를 개발하기로 하고 설계, 제작에 착수했다.
1999년 6월쯤에 어느정도 윤곽이 잡혀 나갈쯤 새로 개발하는 기계를 사겠다며 인도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유럽기계값 보다 반값이고, 성능은 전혀 다르지 않다는 나에 설명에 믿음을 주었던 것이다.
신용장을 받고 10월경에 마무리를 지울려는데 성능의 중요한 마지막 기능이 완벽하게 되지않아 애를 태웠다.
선적일자를 연기하고 또 연기하여 12월 말이 되니 더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2000년 새해를 맞이해도 한가지 기능이 불완전하여, 이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 눈 딲 감고 보낼수도 없었다.
하는수없이 2000년 1월 3일, 년초 연휴기간에 공장이 누전으로 불났다고, 그리고 모든 기계들이
불에 타버렸다고 거짓 메일을 보냈다. 나도 망했다며 울부짖는 메일을 보냈다.
도저히 내 양심으로는 중요한 기능이 불완전한 상태인 기계를 보낼수 없었고, 3개월이 넘도록 선적일자를
연기해 왔기에 더 납품일자를 미뤄달라는 말을 할수 없었다.
아마 이것이 내가 사업을 시작하고 고객에게 처음했던 거짓말인것 같다.
난 사업을 시작할때 부터 도면은 내가 직접 그리고 제작은 모두 외주를 주어 만들었다.
지금까지 종업원 한명없이 사업을 나 혼자서 하고있다.
그러니 자재구매도, 외주제작대금도 모두 현금을 준다. 그러니 나와 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거래처와 한번 약속한 일은 꼭 그 약속을 지켜왔다. 또 외국 바이어와도 약속을 지키고 고장없는 기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만약 고장이 있을때는 내 돈을 드려서라도 비행기타고 가서 고쳐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요즘 국내에서 주문받은 기계의 제작기간이 20여일 늦어져서 8월말에 외국으로 보내야 할 기계 3대의
선적날자를 못지킬것 같아 고민하던중 지난 수요일(8/4) 에이전트 한테 휴가기간동안 공장에 도둑이 들어와서 기계공구와
일본에서 수입하여 주문받은 기계에 장착해야 할 미싱 4셋트(8대)와 전기부품(인버터, PLC) 그리고 모터 12대를
도둑맞었다고 메일을 보냈다.
내 사업을 시작하고 두번째 했던 거짓말이다.
바이어들이 기계를 계약할때 까지는 몇달 내지는 반년 이상을 질질 끌면서 흥정 해 놓고, 계약을 하고나면
빨리 보내달라고 성화를 부린다. 이번 계약된 3대도 제작기간이 3개월은 필요한데 두달만에 보내달라고 독촉하여
하는수없이 그러마 하고 응답을 했던터라 8월 중순이 넘으면 독촉을 시작할것 같아 미리 거짓말로 작전을 만든것이다.
일본에서 미싱을 다시 수입할려니 9월말이 되어야 될것 같다며 나는 그때라야 선적할수 있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다.
고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좋고 완벽한 기계를 만들고 마지막 성능시험 까지 끝낼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8월말쯤되면 에이전트와 바이어 그리고 나와 씨름 한판해야 할것 같다.
요즘 이렇게 일상이 바쁘니 블로그나 카페에 관심을 못쓰고있다.
오늘도 지리산 삼신봉으로 등산 다녀와 늦은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게 많은 관심을 보내 주시는 많은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감사를 드린다.
이제 더위도 세월을 이길수 없어 서서히 물러가는지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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