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변 이야기

답은 현장에 있다.

master 42 2024. 3. 14. 09:19

 

 

어제 3/13 일어난 일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슬슬 불어나기 시작한 수출 오더와 연말에 주문 받았던 기계를 새해에 모두 선적했다. 새해 1월 중순에 독일에서 개최된 HEIMTEXTIL 전시회(가정용 직물 전시회) 후 바이어로부터 받은 자동 미싱기와 자동 재단기 주문으로 6월 작업분까지 확보되었다. 설쇠고 바쁘게 만들어 자동 미싱기 4대는 분체도장을 마치고 조립되어 선적을 기다리고 있고, 덩치가 큰 자동 재단기 2대는 어제 아침에 도장(塗裝)공장으로 옮겼다. 그런데 오후 3시쯤 도장공장의 사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계 덩치가 너무 커서 도장라인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불평이다. 20여년 전부터 만들고 있는 기계인데 폭이 3.5m. 그동안 지금의 도장공장에서 1년에 6대 정도를 칠해왔는데 갑작스럽게 폭이 너무 넓다는 불만이다.

하던일을 그만두고 얼른 도장공장으로 가서 현장을 확인해 보니 사장님이 직접 작업 하고 있다. 한동안 일해오던 두 베트남 작업자가 임금이 좋고 일이 쉬운 다른 직장으로 빠져 나가니 운전기사와 딸까지 거들어 작업하고 있다. 도장공장 사장님은 이제는 힘이 너무 드니 덩치 큰 기계는 사절해야겠다며 다른 도장공장으로 옮겨 달라고 양해를 구한다. 입고있는 작업복과 모자 그리고 얼굴에 까지 페인트 가루가 묻어있고 눈만 반짝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형 기계를 분체도장하는 공장이 별로 많지 않아 차 한잔 나누며 사정해서 잘 칠해 달라고 부탁하고 공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공장장과 상의하여 만들고 있는 미싱기와 재단기의 부품 크기를 도장공장의 여건에 맞게 작업이 쉽게 설계를 수정하기로 했다. 퇴근하고 컴 앞에 앉아 두 기계의 도면을 열어놓고 여러 군데를 수정 작업했으나 만족스럽지 못하여 내일 다시 하기로 했다. 하나를 수정하니 다른 부품이 걸리고 하여 수정했다 지우고 하기를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삼빡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내일 다시 도장공장 사장을 만나 작업이 쉬운 아이디어를 물어봐야겠다. 해결의 답은 항상 현장에 있으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 나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고 다 같이 좋아야 결과도 좋아질 것 같다.

나라의 정책도 책상 위에서 만드는 것 보다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합일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의료대란(?)의 기사를 볼 때 마다 답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들과 두 손주가 의료계에 있으니 난 가재는 게 편이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