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7일, 고비사막 종주 나흘째되는 아침이다.
제법 쌀쌀한 날씨다. 한국의 늦가을 정도 날씨는 될성싶다.
가져온 파카를 입는다.
게르 밖앝을 둘러보니 새벽녁에 소변보러 나와서 춥다고 멀리가지 않고 문밖 바로앞에
싸댄 흔적이 확연히 들어난다.
그러나 날씨가 건조하여 찌린내 나지 않는것만 해도 다행이다.
욜링암 국립공원 입구
어제 차를 수리하러 간 가이드의 남편인 운전기사는 오지않아 캠프에서 마련한 러시아제
프로공 마이크로버스를 대절하여 국립공원 욜링암에 가기로 한다.
욜링암이란 몽골말로 독수리계곡이란 뜻이다.
고비사막 한가운데 어찌 이런 바위산이 있을가 싶을 정도다.
해발 2,300m로 산봉우리는 바위가 뾰족뾰족 나와 사나운 산세를 보이나 나무가 하나도 없어서
우리나라 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말을타고 가는 사람들도 있으나 대부분 걸어서 계곡안으로 들어간다.
아마 사막 험한길에서 오랜시간 차속에서 흔들렸기에 다리운동 삼아 걸어가는것 같다.
이곳에는 쥐들의 천국이라할 정도로 쥐가많다.
쥐구멍이 군데군데 보이고 사람들이 지나가도 말뚱히 보다가 닥아가면 얼른 구멍으로 숨는다.
독수리,매떼가 쥐를 잡아먹으려고 하늘위를 난다.
또 이곳은 여러종류의 야생화가 화려하게 피어있다.
사막같지 않은 야생화 동산을 이루고 있다.
욜링암 국립공원을 나와 캠프로 돌아오니 베스타가 수리를 마치고 돌아오니 그길로 고비사막의
모래언덕을 향하여 달린다. 이제 부터 엔진이 과열되지는 않는단다.
14년간 라디에이터와 엔진불럭에 낀 불순물을 제거 했다나 뭐래나....
그러나 기어오일은 쉴때마다 보충해야 한단다.
엔진과열 걱정 하나는 덜었으니 잘 달리겠지, 그러나....
모래언덕으로 가는 중간에 오아시스를 찾아간다.
이곳은 고비사막에서 유일하게 채소를 경작하는 곳으로 파,배추등을 심어 농작물을 자급 한단다.
오후 3시경, 모래언덕에 도착하여 J와 나는 낙타를 타고 모래언덕을 올른다.
30km나된다는 모래언덕을 오르니 먼데로 사구가 이어지고 눈이 더 부셔온다.
가이드가 작은 낙타를 타라고 해서 우리들은 작은놈을 골라 탔으나 앉고,일어날때 몸이 앞뒤로
끄덕거려 떨어지는것 같다.
쌍봉 낙타등에 올라타고 보니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에 나오는 피터오툴이 된 기분이다.
낙타를 타고 모래언덕을 오르내리고, 언덕사이를 걷기도 하다가 내리니 엉덩이가 아퍼온다.
모래언덕을 뒤로하고 베스타에 흔들리며 또 달린다.
차가 잘도 달리는가 하더니 어느 게르앞에 멈추는게 아닌가.
핸들을 조작할때 타이어 바퀴를 좌우로 움직여 주는 타이롯드엔드(Tie rod end)연결 볼트가
망가져 수리하기 위해 멈춰섰단다.
그이야기를 듣는 순간 정말 아찔함을 느낀다. 조금만 더 달린다면 큰사고를 당할만한 고장이다.
내가 젊을때 자동차회사에 근무했기에 금방 알지만 난 일행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불안해 할가봐...
그후 달리면서 운전기사가 종종 그 볼트를 조이는걸 보게된다.
우리 일행이 멈춰섰던 게르의 주인은 부자인것 같다.
야마하 오토바이 2대,러시아 찦 2대,하우스트레일러 1대,트레일러 1대,중국제 냉장고,세탁기,
위성안테나와 TV 그리고 풍력발전기와 기름 발전기를 갖고 있다.
자식이 2남2녀인데 작년에 막내딸 시집보내면서 양 300 마리와 현금 200 백만TG(원)을 주었단다.
수리한 차는 또 잘 달린다. 오문고비의 바인작 지대를 지난다.
이곳은 황토흙 색갈의 고지대로 빗물에 씼기고, 풍화작용으로 작지만 미국의 그랜드케년과 같은
골자기형상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공룡알과 뼈가 많이 나왔던곳으로 그 뼈들은 울란바트르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 있다.
이곳에서 차가 모래밭에 빠져 버린다. 타이어가 요철이 없는 맨발이니 헛바퀴만 돌아간다.
모래를 파내고 물을 뿌리고, 모두들 뒷타이어 위 짐칸에 타고서야 빠져 나온다.
모래밭을 빠져나온 베스타는 또 잘도 달린다.
달리다보니 양사방이 지평선만 보인다.
전신주가 지평선을 향하여 소실점을 모으는 곳을 따라 차는 마구 달린다.
한무리의 철새가 지평선 위를 날아간다. 조금 있으니 여우비가 내린다.
비라도 좀 많이 내려주면 좋으련만....
척박한 이곳에도 나무는 질기게 살고있다.
지평선을 향한 빨래판 같은 도로를 달리니 차가 춤을춘다.
타고있는 우리들도 춤을 춘다.
너댓시간 동안 지나가는 차가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지평선 넘어로 해가 질려고 한다.
그러다가 빨래판 같은 도로를 피하려다가 또 차가 모래밭에 빠진다.헛바퀴를 냅다 돌리면서....
돌을 모으고, 물을 붓고, 짐칸에 사람이 타고해서 겨우 빠져 나온다.
모래밭을 빠져나와 얼마를 달리니 그때부터 가는길이 탄탄대로로 이어진다.
밤 11시가 넘어, 지나가는 사람 하나없는 캄캄한 "만달어워"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밤날씨가 초겨울 날씨 같이 매우 차다. 웅크리고 있는 나그네들 모습이 처량해 보인달까???
이 도시는 밤12시까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하나 요즈음 수리하기 때문에 모두가 촛불로 지낸다.
전기가 없다하여 주민들은 크게 아쉬워 하지 않는다.유목민들은 모두다 그렇게 생활해 왔으니까...
찾아간 나그네들만 불평을 한다. 전깃불에 오랜동안 길들여져 왔기에 마음의 여유로움이 없다.
호텔을 찾았으나 주인이 휴가 갔기에 문을 잠궜다고 하여 식당 주인집에 하루를 묵는다.
호텔이 문을 닫는다 해도 주민들은 크게 문제 삼지를 않는다.
여행객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도시문명에 길들여진 나그네들만 불평이 많다.
척박한 땅에서도 여유로운 자유와 자유스런 여유를 누리며 사는 행복을 배운다.
12시가 가까워 주인이 오늘 잡은 양고기를 넣어서 끓여온 수제비국을 먹고,아이락을 증류하여
만든 민속소주를 시음하면서, 오늘을 정리, 기록하고 내일 일정을 검토한후 티슈로 세수, 샤워
를 마친후 촛불을 끈다.
밤늦게 찾아온 나그네들을 반겨주는 인심좋은 몽골 사람들을 꿈속에서 만난다.
늦게 찾아온 나그네를 위하여 끓여나온 양고기 넣은 수제비국
역시 이 수제비국에서도 모래가 씹히더라....여기도 고비사막 이니까.
YANNI-Enchan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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