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몽골

가는길을 묻지마라...몽골 고비기행 2

master 42 2004. 10. 2. 09:58



25일 여명


7월25일,고비종주 이틀째 날이다.
세사람이 동시에 새벽(06:00)같이 일어나 카메라,삼발 준비하고 게르밖으로 나온다.
사막 지평선으로 부터 뜨는 일출을 찍으려는 몸부림이다.
벌써 06시전 부터 시작되는 여명을 보노라니 장관이다.
방향감각을 잃어 어디가 남쪽인지를 모르면서도 붉으스레 달아오르는 여명을 향한 발달된 감각은
살았있는지 벌써 카메라 두대를 설치해 놓은 친구가 있다.

이건 분명 동물적인 감각 내지는 해굽성(?) 감각이 발달된것 같다.
그때부터 07:00까지 눌러댄 셧터의 울림이 몇번이었는지는 우리는 모른다. 그냥 눌러댔으니까...
마지막 장엄한 태양이 지평선위 구름 사이로 박차올라 태고의 신비스런 자태로 햇살을 토해낼때
까지 우린 정신없이 달려드는 몇마리의 부나방이 되었으니....


일출

지나가는 비가 내린후 뜬 무지개

아주머니가 지어주는 반찬없는 쌀밥을 고추장에 비벼먹고 이틀째의 고비길을 나선다.
숙박비로 몽골돈 10,000원을 주고, 민망해서 가져왔던 T셔츠 2장을 주니 떠날때까지 손흔들며
이별을 아쉬워하는 정겨운 인심을 맛본다.
출발 하는곳도 초원이고 가는곳도 초원이라 방향 감각없이 또 흔들리며 지평선을 향하여 달린다.
달리면서 오늘 가는 목적지에 몇시쯤 도착할수 있는지 가이드에게 물으니 그건 묻지 말란다.

몽골에서는 남은 여정에 걸리는 시간을 물으면 늦게 도착하던지 사고가 난다면서 금기로 되어있단다.
그만큼 몽골은 여유가 있고 바쁘고,쫓기는 생활을 하지않고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수있다.
1시간쯤 달리다가 1920년부터 1930년 까지 몽골 혁명시대에 박해를 받아 이곳 고비로 피신하여
살았다는 폐허된 라마사원을 둘러 보았다. 사막에 없던 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역시 이곳에도 나무나 폐허된 사원 벽면에 푸른천이 둘러처져있다.
행운을 바라는 신앙심 때문인지...


폐허된 라마사원

그곳은 사암지대라 몽글몽글한 바위산들이 양옆으로 사열하듯이 줄지어선 길을 달린다.
이곳을 달리니 서부활극에 나오는 역마차 생각이 난다.
우리도 초원의 세건맨이 된 기분이다.
가도가도 이정표 하나없는 희미한 대평원 초원길을 따라간다.
지평선엔 뭉게구름이 어제나 오늘이나 마찬가지로 꼼짝않는 모습으로 두둥실 떠있다.

이곳 고비길은 나라에서 만들어준 길이 아니다. 그냥 차가 달리다 보니 만들어진 길이다.
많이 지나가고,비가오고해서 길이 험해지면 새길로 달린다. 그래서 다른길이 또 하나 만들어진다.
그래서 고비에는 6차선 8차선이 많이 보인다.
이곳으로 부터는 더 남쪽인지 낙타가 보인다.
중동지방에는 없다는 쌍봉 낙타다.


사막 가운데 있는 만달고비 市

노천 석탄광산을 앞두고 차가 갑자기 경보음을 울린다.
엔진이 과열되어 라디에이터가 거품을 품고 힘들다며 지르는 소리다.
이넘의 차 골고루 고장나고 골고루 애를 먹인다.
갈길은 아직 멀었는데....
20분 가까이 엔진을 식히고 냉각수를 보충하여 또 달린다.
얼마가지 않아 오후 3시쯤해서 만달고비시에 도착한다.

고비호텔에서 몽골맥주를 겸해서 늦은 점심을 시켜먹고 차량수리를 보낸다.
이때 건조되어 컬컬했던 목안을 넘어가는 몽골맥주의 쌉쌀한맛은 지금도 목줄기에 짜릿하게 느껴온다.
오후 6시 넘어서 수리했다는 차를 타고 신나게 달렸지만 한시간 넘지 못하고 또 물과 오일을 보충한다.
이때부터 1시간 달리고 20분간 쉬면서 냉각수,기어오일 보충하고, 또 달리고 또 보충하고 ....
에라 모르겠다!  차가 이기나 사람이 이기나 한번 해보자 꾸나....
고비가 우리들의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모양이구나.....


고장난차에 냉각수를 공급

고비에서 처음본 길 안내 표식-내일 목표지 달랑자드가드 229km-

고비의 전신주-통신용-

만달고비를 지나 오문고비로 들어서니 먼들판이 황갈색빛으로 대지는 더욱 사막화 되어간다.
사막에 모래가 보이지를 않는다.세찬 바람에 모래는 날려가고 잔자갈만 남았다.
자갈들은 모난 부분이 모랫바람에 다듬어져서 날카롭지가 않고 부드럽고 매끄럽다.
바닷가의 자갈같이....아마 그 모랫 바람이 우리나라 황사의 주범 아닐까?
고비로 들어섰을때 보았던 메뚜기 떼가 더욱 날뛰고 차안까지 점령할려고 한다.
오일,물 보충하며 달리다가 9시반쯤해서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보고 모두가  디카를 눌러댄다.

달밝은 고비사막 밤길을 저녁도 굶고 흔들리며 달린다. 이게 무슨 늦팔자람.....
모두가 늦어지는 일정때문에 차가 흔들리는지 우리가 차를 흔드는지를 모르고 달린다.
새벽 01:30분쯤해서 "촉트어워"마을에 도착하여 겨우 호텔(여인숙보다 못함)에 방하나를 얻어 잠을 잔다.
저녁밥은 초코파이 2개,물티슈로 세수,샤워를 끝내고 금방 잠이 든다.
너무 피곤하여 내일의 일정을 검토하지도 않고......


25일 석양

 


YANNI-Almost A Whi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