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master 42 2008. 3. 25. 00:05

 

아프리카 트럭킹을 다녀온지도 한달 보름이 지났다. 춥던 겨울을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보내고 돌아오니 금방 봄바람이 불어오고 지금은 봄이 내 몸을 감싸고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옛말에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니로다 (春來不似春 )"라는 말이 요즘의 나를 두고 한 말인것 같다. 봄이 언제 왔는지, 꽃이 피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지낸다. 예년 같으면 사진기 들고 봄바람 나들이로 매화, 산수유 찾아 다녔는데 이 봄엔 내 마음속에 찬바람만 건듯 부는것 같다. 물론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불경기에 기름값 까지 다락같이 올랐으니 경제적으로 힘은 들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현역으로 일하고 있다는것 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이드니 일하는것만이 다는 아닌것을 요즘에야 알았다.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얼마전에 딸아이가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갔다. 대학 학생회관 구내 식당을 인수하여 운영하러 갔다. 키울때나, 시집가고 나서도 어려움 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작년 하반기에 불현듯 미국으로 가서 대학 구내 식당을 운영하겠다며 건너가서 계약 하고 돌아왔다. 그동안 메니저 한테 맡겨 두었다가 3월초에 미국으로 건너가니 내 마음 한구석이 텅 빈것 같다. 서울에서 살고 있을때는 오랜동안 전화 한통화 없어도 괜찮았는데 막상 떠나 보내고 나니 왜이리 마음 한구석이 텅 비는것 같은지... 두석달 현장에 적응한후 자리 잡고, 집 마련하고 나면 두 아이들도 데려 가겠다며 팔 걷어 부치고 일하는것 같다. 자주 저녁 시간에 전화 걸려오고 메일도 온다. 서울에 살때 보다 더 살갑게 전화한다. 사위도 사업 정리하고 금년내로 건너 갈려고 한다. 사업을 다른사람한테 넘기고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해 볼려고 하는것 같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이 내가 하고 있는 사업과 같은 자동화 기계제작 사업이라 재료비와 인건비가 꼭지까지 상승되고, 환율로 인한 손해를 감내해야 하니 크게 매력이 없는것 같다. 더우기 30여명이나 되는 종업을 거느리기란 힘도 들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업종이라 이만할때 나도 정리하라고 권했다.

 

딸아이 키울때 바쁘다는 핑게로 다정다감하게 키우지 못했던것이 지금은 후회스럽다. 그래도 나를 닮아서 그런지 좀 도전 할려고 하는 정신은 아직도 남아있는것 같다. 젊을때 부지런히 벌어야지 하며 팔 걷어 부치고 나서는 여전사 같아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린다. 성공해야 할텐데 걱정만 하며 딸아이 떠나 보내고 지금 까지 마음이 허전하다. 어제 낙동정맥 23구간을 봄비를 맞으며 종주하는 내내 딸아이가 생각나서 울적했다. 같이 산길을 걷는 일행들이 봄비를 맞은 낙엽이 가을 단풍같이 아름답다고 하며 모두들 봄 내음에 취해 걷는데 난 내내 우울했다. 딸아이가 두어달후 외손자 둘을 데리고 와 달라고 하여 미국 비자 수속 중이다. 그 동안 블로그에 많이 소홀했던것 같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미안하게 생각 한다. 아직도 아프리카 사진과 자료를 정리하여 올려야 하고, 4월에는 3주간 서남아시아 3개국 영업출장도 다녀와야 한다. 딸아이 떠나보낸 허전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으니...얼른 마음 다그쳐야겠다. 봄맞이도 가야겠고... 출장 준비도 해야겠다.35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