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청명 성묘길 단상

master 42 2007. 4. 6. 09:03
어제는 청명이자 식목일이다.
나는 매년 이날만 되면 조상님들이 잠들고 계시는 산소를 찾아 나선다.
10대조 부터 조카 까지 이 산소에 다 있으니 봉분이 많아 벌초 할때면 
하루로는 모자란다.
한때는 산지기 한테 묘지답(3마지기)을 사주고 관리했지만 산지기도 
죽고나니 아무도 맡아서 할 사람들이 없어서 10여년전 부터는 우리들이
손수 일꾼들을 사서 벌초를 하고 있다.
추석때 벌초를 하고 성묘를 다녀오고 나면 한겨울 내내 고향 산소를
찾지 않아 새싹 돋는 봄이 오는 길목인 청명에 크게 바쁜 일 없으면
고향 산소를 찾아 나선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때는 아들넘 데리고 종손자와 함께 다니기도 했지만
요즘은 아들넘이 포항에 살기에 청명 성묘때는 종손자만 데리고 간다.
종손자는 집안의 종손이라 서울에서 학교 다닐때도 잠깐 내려오라 하여
데리고 다녔다.
서울 올라갈때는 용돈도 좀 쥐어 주니 그 용돈 받는 재미에도 왔을거다.
물론 형님이 계시지만 나이가 80을 넘으셔서 다니기 불편도 하여 항상 
막내인 내가 다닌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새싹이 돋는 봄철에 가보면 산소는 좀 황량해 보인다.
산소에 소나무가 많아 오르는 길목이나 산소 주위에 솔잎낙엽이 푹신하게 
덮혀있어서 잔디가 잘 자라지 않는다.
언젠가 조카들을 데리고 가서 솔낙엽을 칼구리로 걷어낸적도 있었다.
그랬던 해는 잔디가 제법 자라기도 하지만 좀 솔홀히 한 해는 잔디가 적다.
주위 소나무를 좀 간벌 하기는 했지만 오래자라 키가 너무 크니 나무를
벨때 넘어지면 산소 봉분을 다칠까봐 마음만 태우고 있다.
아버지 산소로 오르는 길목에 큰집 종형수님 산소가 있다.
종형수님은 6.25때 돌아가셔서 고향 마을 이곳 산소에 계시나, 그후 대구로 
이사 오셔서 1960년대 말에 돌아가신 사촌형님은 대구 근교 공원 묘지에
계시니 작년 윤달이 드는해에 손자들이 합의 하여 공원묘지로 이장하여 
두분을 함께 모셨다.
그런데 이장하며 그 뒷정리를 깔끔히 해 놓지 않아 보기가 흉하다.
50년 넘게 사용했던 산소터를 옮기면서 뒷정리를 내 몰라라 하고 
팽게치듯이 지저분하게 만들어 놓고 간 손자들이 좀 밉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로 해서 차례데로 성묘를 하는데 아버지 산소와
좀 떨어져(30m 정도) 있는 작은 아버님, 어머님 산소쪽으로 옮겨 가는데
두분의 산소가 어디로 갔는지 있어야 할 두 봉분이 썰렁하게 비어있다.
아마 이장을 했는지 주위가 가지런 하게 깨끗이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사촌인 나도 모르게 사촌 형님이 이장했단 말인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 온다.
서울에 계시는 작은집 사촌 형님은 한번도 벌초때 오지 못했고, 또 자주 
성묘를 오시지 못하니 언제나 우리들 보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한다.
또 외동인 형님 슬하에 아들이 없어서 후대를 잊지 못한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두남매가 모여 작년 윤달이 드는 해에 이장 하기로 합의했다 한다.
내가 작년 가을 해외로 출장 갔을때 장의사를 불러 유골을 화장해서 흐르는 
강물에 띄어 보냈다고 한다.
사촌 형제들이 모두 저세상으로 가고 나면 누가 부모님 산소를 보살피겠느냐는 
염려와 죽어서 까지 친척들 한테 신세 지기가 싫어서 그랬단다.
성묘를 마치고 사촌 여동생 한테 전화하니 울먹이며 이야기 하는 내용이다.
부모 산소가 고향 하늘아래 계실때는 전혀 몰랐는데 이제는 그 흔적 조차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구석이 허전하고 눈물이 난다며 울먹인다.
돌아오는 성묘길에 큰아버님 내외분, 작은 아버님 내외분 그리고 내 부모님의 
얼굴이 머리속으로 오버랩되어 떠 오른다.
청명때 산소엘 다녀오고 나면 마음이 항상 평안하고 싱그러웠는데 이번 
성묘길은 좀 우울한것 같다.
선산이 대구로 편입되고 주위로 공장들이 슬슬 들어서니 언제까지 이곳에 
조상님들을 모시는 산소로 존재할 수 있을런지도 걱정된다.
이 산의 주인인 종손자넘이 오래동안 지키기를 바랄 뿐 이다.
이번 봄 성묘길에도 어머님 봉분에는 언제나 처럼 할미꽃이 피어 있더라.
난 그 할미꽃을 내 엄마라 생각하고 한동안 눈길 마주치고 왔다.
어머님 처럼 다소곳 하게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숙이고 있더라...
산소앞 마을길로 나서니 벗꽃이 만발하여 꽃잎을 흩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