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아버지는 보신탕을 무척 좋아하셨다.

master 42 2006. 6. 29. 07:11
동곡과 성주를 잊는 낙동강의 성주대교

오늘이 아버지 제삿날이다. 돌아가신지 24년째다. 
7년을 중풍으로 고생하시며 어머님의 간호를 받으시다 돌아가셨다.
돌아가실때 까지 4살 연상이신 어머님의 간호를 받았기에 우리들 세아들과 
며느리들은 아버지 병 수발로 인한 어려움도 모르고 지냈다.
성품이 강직하셨던 아버지는 평소의 성품답게 화끈한 장마철에 돌아가셨다.
오늘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해 보면 아버지와의 많은 추억들이 있지만 그중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셨던 보신탕에 대한 추억을 해 볼가 한다.
해방후 일본에서 나오셔서 대구에서 50여리 떨어진 동곡(桐谷)이란 고향에 
다시 정착 하셔서 농사를 일구시며 농한기 겨울에는 고모집 아랫채를 빌려 
횡편기(요꼬)로 내의를 짜고 만드셔서 5일장이 서는 가까운 면소재지나 군
소재지로 자전거에 싣고 팔러 다니셨다. 
3남2녀, 5남매중 두째로 태어나신 아버지가 15살에 4년 연상의 어머니와 결혼 
하시고 할아버지 한테서 받은 땅 몇마지기로는 생계를 꾸려 나가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일본으로 들어가셔서 메리야스 짜는 기술을 배우셨다.
해방후 일본에서돌아오셔서 대구로 이사하기 전 3년동안 농사 지으시며
겨울 농한기에 메리야스를 만들어 파시는 일을 하시며 돈을 모으셨다.
내 나이 6살때인 1947년 여름, 초복날인걸로 기억한다.
봄 내내 상추와 푸성귀만 드셨던 아버지는 평소 고기를 좋아하셨지만 시골이라 
변변히 고기를 사먹을 형편이 못되어 속이 허하시다며 초복날 주막집에서 개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손을 잡고 주막집으로 가서 보신탕을 두그릇 시키셨다.
아버지와 마주하고 나도 보신탕을 먹는데 작은 나는 보신탕 속에 들어있는 고기
보다는 우선 뜨거운 국물 부터 후후불며 마시며 고기는 나중에 좀 식으면 먹을려고 
미뤄두고 있는데, 아버지는 국을 얼만큼 비우셨는지 내 국 그릇으로 숟갈을 들이
대시며 "야야, 넌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하시며 국그릇 한켠으로 미뤄둔
보신탕 고기를 듬뿍 떠서 두어숟갈 가져가시는게 아닌가.
그러니 뒤에 먹을려고 남겨둔 고기는 몇점 남지 않았다.
그때의 어린 마음에 좀 서운했던 기억을 아버지가 중풍으로 누워 계실때 이야기하며
어머니와 같이 웃은적이 있다.
1948년 가을 까지 아버지는 부지런히 농사와 농한기에 메리야스를 만들어 팔아 
모은 돈으로 대구 변두리에 집을 장만하셔서 가족 모두 대구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1949년 내가 국민하교에 입학하고 그 이듬해 6.25가 터졌다.
아버지는 보신탕을 무척 좋아하셔서 대구로 이사오고 부터는 매년 여름이면 어머니가
개고기 다리 두어개를 사서 집에서 보신탕을 만들어 드렸다.
대구로 이사오고 부터는 매리야스 사업을 하니 집안 형편도 차츰 나아지고 하여
아버지는 좋아 하시는 고기반찬은 상위에 떨어지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내가 서울에서 학교를 마치고 두어해 직장 생활을 하다가 형님 공장으로 내려왔
을때 어머니는 자주 다니던 큰 절의 신도회 회장을 하고 계셨다.
독실한 불교신자셨던 어머니는 신도회 회장을 하시면서도 여름이 되어 아버지가 
보신탕을 끓이라면 칠성시장에서 개다리를 사와 보신탕을 만들어 드렸다.
그때 나도 보신탕을 먹었던 때라 아버지와 같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장가 들던해 어머님은 나를 부르시더니 "넌 이제 부터는 보신탕을 먹지마라"
하시며 불교에서 개고기를 먹지 않는 이야기를 하시기에 그후 부터 나도 보신탕을
먹지않고, 지금 까지도 먹지 않는다.
그때 먹지 않겠다는 생각은 어머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싶어서였다.
그것도 효도라고 생각해서다.
그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보신탕 집엘 가드라도 닭고기를 시켜 먹는다.
여름이 닥아오고 복날이 되면 아버지가 생각나고, 친구들과 보신탕 집엘 갈때면
내 고기국에서 두어숟갈 떠 가시던 아버지 얼굴이 떠 오른다.
며느리가 시집 오던해 아버지 제삿날 이런 이야기들을 추억하며 이야기 해 줬다.
며느리는 어릴때 친정 어머님과 절엘 다녔고, 지금도 손주들 데리고 자주 다닌다.
아들도 내가 권유한것은 아닌데 독실한 불교 신자셨던 외할머니의 권유였는지는
몰라도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
나는 3형제중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주위의 친척들이 이야기 한다.
성질 까지도 쏘옥 빼 닮았다고 어머니는 이야기 하셨다.
아버지가 혈압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으니 어머니는 항상 나에게 혈압을 체크
해 보고 주의 하라고 말씀 하셨다.
나는 7~8년전 부터 혈압약을 먹고 있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담배는 20여년전에 끊었는데 술을 끊기가 무척 어렵다.
술도 먹지 않아야 하는데...그러면 무슨 재미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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