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킬리만자로 트랙킹

킬리만자로 가는길-잠보길, 뽈레뽈레길...

master 42 2010. 9. 2.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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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가는길은 나이로비 공항에 내려 탄자니아쪽으로 6시간 버스로 달려간다.

케냐쪽이나 탄자니아쪽이나 지금 포장 공사가 한창이다.

석양에 비친 그림자가 포도위를 적신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마다 인사로 "잠보"한다.(Jambo, Jambo bwana-Hello, Hello Sir) 

 

 

 

케냐-탄자니아 국경선을 총과할 즈음 해가 넘어가고있다.

석양에 실루엣으로 비쳐지는 트럭운전기사의 모습이다.

 

 

 

탄자니아에 들어서서 먼저 일용품(물, 과일)을 사기위해 상점앞에 차를 세운다.

오토바이 타고 정답게 달리는 부부를 페닝샷으로  한컷...

참 정다워 보이는 부부다.

신혼인것 같기도 하고...

 

 

 

 

킬리만자로 트랙킹 첫날....

 

마랑구게이트를 지나면 열대우림지대가 시작된다.
그 속으로 습기 머금은 쫀득거리는 길이 열려있고, 우리들은 그 길을 밟고 걸어간다.
첫출발이라 걸어가는 걸음걸이가 가볍다. 
하늘을 덮은 밀림이 영화에서 보는듯 하고, 희귀한 블루원숭이가 나무 꼭대기에서 재주를 넘는다.

 

"Jambo" ...마랑구게이트 입구에서 포터 "티모세오" 처음 만났을때 잠보한다.

이 길을 오르내리며 만나는 포터, 그리고 많은 트랙커들도 서로 만나면 "잠보"라 한다.

우후루봉 등정을 성공하고 내려오는 트랙커들의 마음은 한껏 부풀어 있겠지...

 

처음 시작하는 이 길을 "잠보 길"이라 할란다.

 

 

 

 

킬리만자로 트랙킹 이틀째 날이다.

만다라산장(2,700m)에서 자고 호롬보산장(3,700m)으로 가는 날이다.

 

열대우림을 지나 관목지대로 들어오면서 멀리로 킬리만자로 우후루봉이 보인다.
길을 걸으면서 우후루봉과 마웬지봉이 간간히 나타나니 심심치않게 올라간다.

만다라 산장부터 호름보 산장 까지는 관목지대다.
그래서 그런지 길은 건조하고 먼지가 풀풀 날린다.

 

만다라산장(2,700m)에서 홀롬보산장(3,700m) 까지 올라가는 길은 포터들과 함께 걸으며

자주 "뽈레 뽈레"하는 주의를 포터들 한테서 들으며 걷는다.

천천히 걸으라는 말이다.

우후루봉 까지 이 "뽈레 뽈레"하는 말은 우리들 귀에 못박히게 듣고 그렇게 걷는다.

 

만다라산장에서 홀롬보산장, 키보산장 까지 그리고 우후루봉을 오르는 급경사길 모두를

난 "뽈레 뽈레길"이라 부르고 싶다.

 

 

 

 

 

안개가 서서히 걷혀 갈 즈음 오른쪽으로 마웬지봉이 슬쩍 나타난다.

호롬보산장으로 가는 길에서 마웬지봉과 우후루봉이 가끔씩 나타나서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코발트색 하늘아래 구름이 살짝 덮힌 두 산봉우리가 보일때면 우리들도 걸음을 멈추고 쉰다.

셧터 소리가 바쁘게 들린다.

 

가야할 우후루봉은 아직도 까마득하게 멀리로만 보인다.

그래도 뽈레 뽈레 걸어가야 한다.

 

 

 

 

 

 

 

 

                                     이 고개만 넘으면 호롬보 산장이다.

                                    모두들 호롬보 산장이 저 너머에 있을줄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바쁜 숨만 몰아쉰다.

 

                                    이곳을 오르는 길은 먼지가 너무 많아 서로는 앞서가는 사람과 거리를 두고 걷는다.
                                   스펫츠를 신지 않으면 바지 아랫도리와 신발이 먼지에 덮여 뿌옇게 변한다.

 

 

 

                                        고개위에 올라서니 바로 아래 호롬보산장이 보인다.

                                        뒤에오는 일행을 기다리며 한숨을 돌린다.

                                       

                                        뒤로 계속해서 트랙커들이 올라온다.

                                        가이드가 앞장서서 뽈레 뽈레 걸어 올라온다.

 

 

 

 

 

 

이곳 호롬보산장에서 삼일째 되는날 호롬보산장에서 고소적응을 위해 하루 더 머물렀다.

 

킬리만자로 나흘째 되는 날이다.

이른 아침, 홀름보산장(3,700m)을 떠날때 맑은 하늘이 열렸다.

마웬지봉 쪽으로 가벼운 몸가꾸기 트랙킹도 했다.

고소적응이 어느정도 되었는지 출발할때 모두들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이날 호롬보산장을 출발한지 6시간 30분만에 도착한 키보산장에서

5시간 휴식을 취하고 밤 11시에 우후루봉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우후루봉 등정을 마치고 키보산장에 내려오니 11시다.

키보산장에서 점심먹고 오후 4시 넘어 다시 이곳 호롬보산장으로 돌아왔다.

이날은 23시간 가까이 걸었는것 같다.

 

이날밤 가장 깊은 잠을 즐겼다.

 

 

 

 

나무들이 모두 나지막하게 크지만 "시니시아"라는 나무는 200년 이상 크고 있단다.
남반구의 겨울이라 그런지 많은 야생화들이 모두들 졌는지 시들었지만 그래도 화려한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마지막 물이 나오는곳이다.

키보산장은 이곳에서 물을 갖고와 먹는다.

이 주위로 쉬어가는곳인지 화장실 설비가 잘 되어있다.

 

 

 

호름보산장을 출발하여 키보산장으로 가는 이곳은 아마 고도로 4,500M는 넘어 보인다.
태백산 3개높이는 족히 되어 보이는 높은 곳이다.
펑퍼짐 하게 앉아있는듯한 킬리만자로를 향해 황토색길이 훤히 뚫혀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내려쬐는 햇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킬리만자로를 머리에 이고
느려터진 걸음으로 터벅터벅 한걸음씩 뽈레 뽈레  올라간다.


 

관목지대를 지나 사막화 되어가는 회색빛갈 황무지를 지날때면 등골뼈 같이
곧게 뻗어있는 황토색 길이 왜 그렇게 길고 길게 느껴 지는지...
걸어도 걸어도 짜부라지지 않으니 하염없다고나 할수 있을 정도다.
이곳은 공기가 희박하여 나무들이 살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세월(시간)이 약이라던가, 골바람이 불어 킬리만자로 머리위로 솜털같은
구름이 얹히기 시작하고 서로뭉친 뭉게구름 떼서리가 정상을 가릴때면 멀리로
키보산장이 한점으로 닥아오기 시작한다.

 

키보산장을 향해서 올라가는 마지막 가파른 길을

숨을 헐떡이며 뽈레 뽈레 올라간다.

 

 

 

 

 

 

 

 

그때 쯤이면 오른쪽으로 같이 가던 공룡의 등줄기 같은 마웬지봉을 지나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마련한 테이블(?)이 나오고 모두들 마구 털부럭
엉뎅이를 걸치고 앉아 맛없는 도시락을 꺼내어 어구적 어구적 먹어댄다.
몰골들이 마치 죽지않을려고 하는 패잔병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모두들 목이 메이는지 목젓으로 꿀럭꿀럭 물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 호름보 산장을 출발한지도 벌써 너댓시간은 지난듯 하니 배도 곺을만도 하다.
모두들 용하게도 먼지 풀풀 거리는 황톳길을 잘도 참으며 걸어왔다.
마스크를 한 사람들도 있으나 모두들 카악카악 거리며 먼지쌓인 가래를 목구멍에서
뱉어내지만 아무도 결례를 묻지 않는다.

 

이곳에는 화장실이 두개있다.
제법 판자로 잘 다듬어 만들었고, 관리도 잘 되어 보인다.
이 화장실들은 대개 여자대원들이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이 지역을 지날때면 남자들은 바위를 가리개로 하고 용변을 보나 워낙 드넓은 황무지라
이곳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곳까지 오는동안 몇군데 쉬는곳 마다 이렇게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마웬지봉

 

 

 

                                                                                           - 킬리만자로 트랙킹의 마지막 키보산장 -

 

킬리만자로 등반은 키보산장에서 밤 11시에 출발한다.
선두에 천천히 걸어가는 가이드의 발걸음은 숙련된, 그리고 절제된 걸음걸이다.
모두들 이 걸음걸이와 같은 보폭으로 뒤를 따라 뽈레 뽈레 걸어가야 한다.
시간은 멈추어 섰는지 시계를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개미떼 같이 앞서가는 대원의 뒷발꿈치를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숨이 턱에 와 닫으니 다리에 힘이 있는지, 다리가 무거운지를 느끼지 못한다.
그냥 앞으로 앞으로 인내하며 발걸음을 뽈레 뽈레 옮겨놓는다.

 

모자라는 산소도, 모자라는 잠도, 체력의 한계도 인내하는 정신력으로 이겨 오른다.

국내산을 등산할때 숨이 차면 멈추고 긴숨 한두번 깊게 들이마시고 나면
속이 시원해 지고 눈이 탁 트이는것 같은데, 이곳 킬리만자로를 오르면서는
입으로 쉬는 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것 같은데 그다음을 느끼지 못하고 언제나 모자란다.


쉬면서도 길게 숨한번 시원하게 쉬어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더구나 사방이 칠흑같이 깜깜하니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길만포인트에서 스텔라포인트를 지나 우후루봉 가는길...

가이드들이 힘내자며 용기를 준다.

 

 

 

 

 

위의 사진의 오른쪽 힌색갈의 길이 키보산장에서 길만포인트로 올라가는 길이다.

왼쪽에서 올라 가는길이 스텔라포인트로 가는길이다.

키보산장에서 우후루봉 까지의 고도차이는 1,200m지만 급경사라 지그제그로 뽈레 뽈레 올라간다.

길만포인트 까지 6시간, 길만포인트에서 우후루 까지 2시간 이상 걸린다.

 

인간 한계의 인내를 요구하는 길이다.

어쩌면 인간의 영역이 아닌것 같이 느껴진다.

 

 

 

 

백두대간을 종주할때 야간산행을 많이 했다.
오르내리는 능선들, 골짜기, 바위, 흐르는 물소리,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
여명으로 하늘이 열리고 나서 사방을 둘러보면 눈에 들어오는 조망들...
안개구름이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고, 멀리로 자멱질 하듯 보이는 구름속의 산봉우리들,
그 봉우리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야간산행이 끝날때쯤 느꼈던 국내산의 모습들이다.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내내 이런 사치스런 생각은 아예 하지말아야 한다.

킬리만자로는 그냥 밋밋하다. 회색의 단색갈이다.
화산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산이 뭐 이렇게 생겼나 하고 투정도 부려 보지만
멋없이 멀리로 펑퍼짐하게 앉아있는 산만을 보고 말없이 걷는다.

 

그러니 킬리만자로지....

뽈레 뽈레...

 

 

 

 

 

 

 

킬리만자로 트랙킹 다섯째날이다.

 

우후루 등정을 마치고 내려와 키보산장에서 점심먹고,

곧바로 호롬보산장 까지 내려온다.

아마, 이날 밤세워 산을 오르고, 내려오고...

또 호롬보 까지 왔다.

 

다음날, 킬리만자로 트랙킹 여섯째날,

 

호롬보에서 자고 아침 일찍 해뜰때

만다라산장을 거쳐 마랑구 게이트 까지 내려온다.

오늘 저녁은 머리도 감고, 따뜻한 물에 샤워도 할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걸어내려오는 발걸음도 가볍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엿새 내내 머리도 감지 못했고, 샤워는 물론 못했다.

원시의 세계에서 문명의 세계로 내려오는 기분이다.

 

어제 까지 읊었던 뽈레 뽈레는 잊은지 오래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