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몽골

한껏 여유를 부려본 바이칼 여행, 그리고 여인들...

master 42 2004. 10. 21. 08:26



고비사막 6박7일 종주를 끝내고 이틀정도 쉬고 8월1일 오후 8시에 몽골항공 쌍발 터보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바이칼의 도시 러시아 이르크츠크로 향한다.
승객48명이 탔으나 아무런 멘트도 없이 이륙하고 기내식이라고 초코파이,맥주를 서빙하는게 전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몽골은 나무하나없는 삭막한 땅,아니 주름진 땅 같이 보인다.
얼마를 가니 높은 산에 잔설이 보이고 자작나무숲이 보이는가 했더니 커다란 호수가 보인다.
그게 전세계 인구가 30년을 먹을수 있다는 바이칼 담수호다.
유일호수로서 2만 2000kℓ로 가장 많은 담수량를 자랑한다. 세계 민물의 20%, 세계 식수의 80%을
자랑하기 때문에 '천혜의 호수'로 일컫는다.
바이칼 그지역은 원래 몽골 땅이고 아직도 부리야트 족이 살고 있다. 
바이칼은 몽골어 배갈,즉 바이갈이 원어이고 자연이란 뜻이란다.
바이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고, 크고, 맑고, 그리고 아름다운 호수로 알려져 있다.
바이칼 호수의 남서쪽에서 북동쪽까지의 길이는 640킬로미터에 이른다. 남한의 경부선 연장이
444.5킬로미터인 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폭은 가장 넓은 곳이 80킬로미터, 가장 좁은 곳이 27킬로미터다. 이 호수로 유입되는 강은 336개인
데 바이칼 호수에서 나가는 강은 단 하나로, 앙가라 강이고 이 강은 예니세이 강으로 흘러 간다.


앙가라강과 이르크츠크

도서관

바이칼 호수에 대한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도 아주옛날,노영웅 바이칼 할아버지에게는 아들 336명과 아름다운 외동딸 앙가라가 있었다고
한다. 바이칼은 외동딸 앙가라를 이르쿠트라는 용감한 청년에게 시집보내고자 했다고 하는데,
바이칼에 사는 갈매기들이 멀리 북쪽에 있는 예니세이(예니세이 강은 앙가라 강이 흘러 유입되는
강)라는 청년이 너무나 멋있다고 앙가라 처녀에게 자랑을 했다.(이르쿠트는 앙가라로 유입되는
물결이 좀 사나운 강이다. 이르쿠츠크라는 도시 이름이 바로 이 강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때부터 앙가라 아가씨는 예니세이를 사랑하게 되고, 이것을 눈치 챈 바이칼은 딸 앙가라를
감시하게 된다. 그래서 앙가라는 아버지가 잠을 자는 사이 몰래 도망을 간다.
바이칼이 잠에 깨어 딸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큰 바위를 집어 딸에게 던진다.
딸 앙가라는 던져진 돌에 목을 맞아 죽고 그래서 지금도 처녀 앙가라는 연중 하루도 빼지 않고
예니세이에 대한 연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앙가라강의 입구에는 그때 바이칼이 던진 샤먼 바위가 그대로 남아 슬픈 부녀간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앙가라강변의 연인

복잡한 수속절차를 거쳐 공항밖으로 나오니 한국말 하는사람(이북 출신?)을 만나 택시를 안내받는다.
첫날밤을 묵을 Sun호텔까지 3달러란다.
몽골에 있는 러시아여행사에서 견적을 받으니 30달러라고 했는데...(1달러는 30루불)
호텔에 도착하여 운전기사에게 팁으로 1달러를 주니 고맙다고 한다.(이 팁이 크게 우리를 도운다)
후런트에서 주민신고(이 신고필증이 없으면 출국할수없음)를 하고 옆별관으로 타고온 택시로 옮겨
체크인 수속을 하는 손이 허전해서 살펴보니 메고온 작은 옷넣는 가방을 택시에 두고온걸 알고
후회를 해 본다. 나도 치매끼가 서서히 도지는가....
갖고온 맥주와 면세품으로 샀던 위스키를 마시며 이르크츠크의 첫날밤을 보낸다.


알랙산더 3세


자연사 박물관을 찾으러...

8월2일, 부페로 아침을 먹고, 택시로 중심가로 향하지만 시내 관광은 걸어서 하기로 한다.
앙가라강이 옆으로 급물살로 흐르는 공원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건설한 알랙산더3세의 동상
주위를 둘러본다.
강변에서 초로의 신사가 무료하게 흐르는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에서 노인들의 외로움을 읽는다.
조금 지나 공원 벤치에서 낮인데도 보드카를 마시며 즐기는 한쌍의 나이든 연인을 만난다.
중심가로 들어오니 고풍스런 도시가 건물들은 많이 낡아 보인다.
시내지도를 보며 자연사 박물관엘 갈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도착하니 그날이
월요일이라 휴관이란다.


외로운 노인

로맨스그레이-연인사이

피로도 풀겸 공원 노천 카페에 들러 맥주를 시켜 마시니 한결 몸이 가쁜해 진다.
가쁜해진 몸으로 미술박물관을 찾아 많은 미술작품들을 관람하고 일부를 디카에 담아 나온다.
시청뒤 전쟁기념관 야외 조형물을 돌아보고 러시아정교 교회앞에서 산책나온 가족과 한컷을 담는다.
바로옆을 급물살로 흐르는 앙가라강변에서 포옹하며 사랑을 나누는 연인을 훔쳐보다가 또 한컷...
앙가라강은 앙가라 처녀의 슬픈 사연처럼, 이르쿠츠크를 휘돌아 흐르며 몸 뒤척임도 없이 아득한
세월부터 유유하게 흐르고 있다.
태초부터 강과 호수는 강과 호수로 남아 있었지만, 인간은 그 강과 호수에 이야기를 덧붙이고
자신의 느낌을 불어넣는다.


미술박물관에서 작품을 디카로...


러시아정교 교회앞에서 소풍나온 가족들과

3시경 중국식당에서 점심을 시켜먹고(옛날에 배운 중국어 때문인지 편리하다) 4시경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바이칼호수로 가는 가장 편한길을 물어 매표소에서 손짓발짓 다해가며 리스트비얀카
(리스트비얀카는 낙엽송이 많이 나는 마을이란 뜻이다) 로 가는표 석장을 산다.
러시아말 하나도 모르는 초로의 사나이가 손짓발짓 해대며 악을쓰고 나오니 내 뒤로 말없이
기다리는 러시아인들이 눈에 잡힌다. 
미안하다고 연신 허리굽혀 말하면서도 그들의 기다리는 문화를 한수 배운다.
5시 출발하는 시외버스(쌍용 이스타나 16인승)를 타고 리스트비얀카로 향한다.
백양나무와 자작나무들이 더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이 들어선 산림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뚫리는 것 같다.
그 나무들 사이로 2차선 도로가 달리고, 오른쪽으로 러시아 전통 통나무집들이 보이고
그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앙가라강 풍경속에 내 마음이 빠져든다.

 
시청앞 분수대

전통 통나무집

버스안에서 앞에 앉은 여인이 갑자기"안녕하세요"하는 말에 모두들 놀란다.
호반에서 기념품상을 하는 "릴리야"라는 중년여인으로 한국 사람들에게서 배운 말이란다.
1시간 좀 지나서 바이칼이 눈에 들어오고 바다같은 잔잔한 파도가 이는 바이칼이
눈앞에 확 나타나다.
마침 해가 서녁 산위에 떠있어 물결의 잔영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리스트비얀카에 도착하여 Guest하우스를 찾으려고 릴리야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선듯 몇군데를
알아보고 넉넉한 방을 싼값에 구해주어 고마워 저녁을 대접하기로 한다.
짐을 풀어놓고 8시에 약속된 장소 호반 카페로 간다. 아직도 석양이 될려면 1시간 반이 남았으나
호반 분위기는 벌써 밤의 얼굴로 바뀌어 가고있다.


기념품상들의 노점

러시아 중년여인 "릴리야"


바이칼 물고기 오물회

호반 카페에서 릴리야가 주문해 주는 바이칼에서만 난다는 오물 물고기 요리와 보드카를 마시며
"친친(부라보)"을 소리높여 바이칼 호수로 날려 보낸다.
석양의 바이칼은 환상적이다. 이날밤 우리들 모두는 그 환상적인 호수에 빠져 든다.
10시쯤 릴리야와 헤어져 숙소로 오다가 호반에서 훈제로 굽는 "오물훈제구이"를 사서 호수
돌계단에 걸터앉아 깊어지는 석양을 벗삼아 캔맥주를 드리킨다.
11시가 넘어 숙소로 돌아와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한다.
꿈속에서 앙가라 처녀와 만나기를 기대하며....


가족 나들이

석양에 비친 배

바이칼의 은물결
관광 안내원 "샤샤"-정열적으로 이글거리는 유혹의 눈길(이르크츠크대학 한국어과 2학년)

8월3일, 9시30분이 넘어 빵과 요구르트로 아침 요기를 하고 호수 유람선을 교섭해 본다.
호수 반대편으로 건너가는것은 힘들어 12시 부터 1시간 유람선 관광을 하기로 한다.
이때 안내 설명해준 "샤샤"라는 이르크츠크대학 한국어과 2년생의 모습에서 유혹적인 눈매를 읽는다.
1시이후, 다시 어제의 호반 카페의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맥주와 오물 물고기의 훈제구이,
소금구이, White fish등 바이칼의 메뉴와 맥주(총 520루불:20,000)로 오후 유유자적한 자유를 즐긴다.
옆자리에서 한가롭게 바이칼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프랑스 여인의 모습에 우리를 맞춰본다.
오후 5시쯤 털고 일어나 한참을 걸어가서 호반에 발도 담궈보고 하면서 일광욕을 즐긴다.
바로 옆에서 수영복만 입고 일광욕 하는 외국사람들 흉내를 내어보는건 아니지만....


바이칼 호수의 아침

여가를 즐기러 온 프랑스 여인


리스트비얀카 마을의 전몰자 위령비

바이칼 마을

오후 6시 20분 출발하는 배로 앙가라강을 따라 이르크츠크로 돌아온다.
넓은 강과 강 양안에 빼곡한 자작나무숲과 전통가옥들,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디카에 담으며
1시간 반을 거슬러 올라 이르크츠크에 도착한다.
8시가 넘어 시내버스로 중심지에 내려 지도에서 조사해둔 호텔을 찾아나선다.
몇바퀴를 돌고,묻고 물어 찾아낸 호텔은 간판조차 희미하게 체육관 뒤에 있다.
이곳에서 Sun호텔에 전화하니 첫날 도착할때 잃어버렸던 내 배낭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마 나이든 운전기사였고, 내용물이 별것 아닌 헌옷가지고, 팁까지 주는 한국사람들인걸 알고
짐을 돌려준게 아닌가하고 결론 지운다.  팁으로 5달러 준다.
그러나 역시 러시아 사람들은 무표정 하지만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는 국민임을 알수있다.
10시쯤 늦은 저녁이지만 먹고, 맥주를 마시며 이번 바이칼 여행을 총평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르크츠크로 가는 배

앙가라강 강안

귀여운 러시아 어린이

8월 4일, 예정보다 2시간 늦은 오후 1시30분에 몽골항공 쌍발 터보프로펠러 여객기로
울란 바트르 공항에 내린다.
러시아 바이칼 여행이 끝난다.

 


 
 Yanni-Reflections of Pa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