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개선장군 같은 마음.

master 42 2004. 12. 9. 18:24




드디어 오늘 오전 10시를 기하여 오랫동안 계획했던거사를 단행했다.
밖앝날씨가 쌀쌀하기도 하려니와 거사 하러 갈려니 좀은 겁이나서 떨린다.
백두대간 길을 걸을때 입던 중국에서 구입한 두툼한 노스페이스 파카를 걸쳐 입으니 온몸이
따스한게 발걸음이 더욱 용감하게 뚜벅뚜벅 내딛는다.
오랜동안 주위에서 세밀히 염탐해 보라는 목표 고지와 그 상항까지 상세히 알려주어 그곳의
지형지물은 훤히 알고있던 터수다.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그 고지 염탐을 소홀히 하여 역공을 당하여 피해를 보았고, 또 지금도
피해를 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 동안 너무 게을리했던걸 후회도 해 봤다.
더우기 몇년전 부터 마누라가 강력히 고지염탐을 주장하고 나왔고, 얼마전 콩나물 사건으로 해서
나를 코너로 몰아붙여 빠져나오지 못할정도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목표 고지를 염탐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않될 결정적인 사건이 몇일전에 벌어졌다.
자식이라고는 남매 뿐인데, 이 두넘이 합세하여 빨리 그 목표고지를 염탐하고 오지 않으면 다시는
아버지를 보지 않겠다고 으름짱 같은 공갈을 최후로 통첩하니....

어제 아들넘이 미리 아버지가 그 목표고지로 갈거라고 그곳으로 선전 포고, 예고까지 해 두었으니
난들 안가고 배길수가 있나...
어제 저녁, 겁을 먹었는지 들었던 숟갈이 덜덜 떨리고, 입맛이 없는게 저녁상을 간단히 물렸다.
물도 한모금 넘어가지 않으니 어지간히 겁을 먹은것 같다.
밤새껏 기와집을 여러채 지었다, 허물었다 했다.
고지 염탐 결과가 좋으면 모르지만, 좋지 않으면... 별의별 생각을 다해봤다.
아마 좋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그것은 이때껏 지은죄 때문일거라고 후회도 해 봤다.
그러다가 슬며시 잠이 들고...일어나니 아침 7시다.
아침밥 생각이 전혀없는게 입안이 깔깔하여 양치만 치고 완전군장하고 집을 나선다.
개선장군으로 돌아와야 할텐데 하며 집을 나서기 전에 "여보"하고 마누라를 부르며 허세를 부려본다.
"씰데없이 뭐 할라고 불러요..."  뽀뽀 한번 해줄줄 알았는데 핀잔만 듣는다.
몰고가는 차가 어떻게 달렸는지 모르게 목표고지 바로 입구에 도착한다.
"이왕 베린몸, 죽기아니면 살기다..." 마음 다잡고 녹크를한다.

근엄한 얼굴이 닥아오며 "조금전에 이현석 선생 한테 또 전화 받았습니다. 처음 이시라고요...금방이면
끝 납니다. 얼굴도 환하시니 뭐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이리 오십시요. 어! 간호원 , 아버님 준비
시켜 드려요"
물약 두숫깔, 마취주사 한대...얼마후 몽롱한 속에서 일어나라해서 일어나니
"아버님, 위는 지극히 정상 입니다. 위 내시경 검사는 일,이년에 한번씩 하시는게 암예방 차원에서
좋습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한번도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넘 용감하셨다고 할까, 무모 했다고
할까요. 오늘 저녁 한잔 하셔도 되겠습니다." 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천국에 온 기분이 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자동차가 왜 그리 잘 달리는지....
"야 이넘들아! 아버지 오래 산단다. ㅎㅎㅎ....."

 

Bill Mitch Mille Orchestra & Somgers-The Yellow Rose Of Te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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