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고향 전통음식 손국수

master 42 2004. 12. 16. 08:34



나는 한때는 국수를 무척 싫어했다.
그건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던 것이다.
군 제대를 하고 복학하여 하숙을 하였는데 어느 늦봄 하숙집 주인
아줌마가 "아저씨(다른 사람은 학생 호칭인데) 국수 좋아해요?"한다.
군에서 맨날 감자국에 말아먹었던 밥에 질렸던터라 "예 좋지요"했더니
그날부터 점심은 국수로,때로는 저녁 까지도 국수를 주는데 그만
질려버려서 그 다음해에 하숙집을 옮기고는 아예 국수는 않먹는
음식으로 선고를 해 버렸다.

대구에서 성주로 가는 길목(성주대교 조금전)에 동곡(桐谷)이라는 마을이 있다.
대구에서 약 16km정도로 가까우나 내가 해방후 일본에서 어릴때 돌아와
 이곳에 3년을 살었던 내 선조들의 고향 마을이다.
난 항상 이 마을을 오동나무가 많았던 곳으로 마음속으로 새긴다.
봉황이 열흘을 하늘위를 날라다녀도 오동나무 아니면 앉지를 않는다라는
 옛말을 생각하면서 상서로운 곳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까이 鳳村(봉촌)이라는 마을도 있고해서)

이 마을 시장터에 할매국수집이 있다.
물론 주위에 여러 국수집이 있는데 유독 이 국수집만 분빈다.
원래는 시장이 생기고 부터 옆마을에서 혼자되신 할머니가 국수장사를
시작하여 지금은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들 내외가 하고 있는데도
붐비고 있으며 휴일일 경우는 한참을 기다려야 될 정도다.

이 집이 처음부터 이렇게 손님으로 붐비게 된것이 아니고 그 어느날
부터 갑자기 붐비기 시작하였다.
KBS TV에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방영할때 그 촬영팀이 성주의
월항마을의 한계 이씨 종택마을에서 촬영을 마치고 귀경하던중에
이곳에 둘러 국수를 먹고 돌아가서 먹어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매스컴에 오르내리기 시작해 버리니 금방 붐비기 시작하였다.
또 그당시 자가용붐이 일기 시작한것도 한 요인이 되었던것 같다.
대구에서 차로 달려서 2,30분이면 도달할수 있는곳이다.

나는 그 할머니와 어릴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 내가 가면 참 잘
대접해 주어 가족, 친구들과 자주 다녔었다.
여러해 전에 들렸을때 할머님이 않보이시길래 며느리에게 물으니 돌아가셨다고 했다.
엄청 고생을 해서 아들하나 키워놓고 돌아가셨으니 호강은 그 아들, 며느리가
하고 있는것 같다.

지금도 국수를 반죽해서 꼭 손으로 홍두께로 밀어서,손으로 국수를 썰어서 만든다.
할머니가 살아계셨을때는 그 동네 밭뙤기에 호박을 키워서 그 호박으로 국수 나물을
만들었을 만큼 정성을 드렸던 분이셨다.
물론 간장은 직접 담궈서 쓰고,봄 까지 김장 김치를 내어 놓아었다.
큰 말솥에 국수물을 끓이면서 꼭 장작불만을 고집해 오셨던 그 할머니의 외고집을
들은적이 있다.

몇년전 까지는 허름한 시장터에서 옛날집을 그대로 쓰고있었으나 최근에는 새로이
집을 증축하여 손님들이 많이 북적대고 있었다.
요즈음은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식당 위생상태가 좀 불결하게 보인다.
내가 옛날 보다 많이 변했기도 하지만....
지난 추석 성묘길에 오랫만에 가족들과 들려 점심으로 국수를 시켜 먹었으나 옛맛이 없다.
아마 손님들이 유명하다고 하여 많이 찾아와 북적대었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한다.
아니면 아들, 며느리에게 전수된 할머니의 맛이 장사속 때문에 날라간것인지, 아니면
퇴색된 것인지 알길이 없다.
그러나 달성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전통 음식집으로 떠억하니 나온다.

옛맛을 담고있는 고향 전통음식이 그리워 진다.

Beethoven-교향곡 No.5 -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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