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젓가락 장단에 한해를....

master 42 2004. 12. 24. 09:27



모두가 미쳤는가 보다.
모두가 환장했는가 보다.
모두가 너나 없이 옛날로 돌아가 젊음(???)을 발산한다.
상(床)이 뭉그러져라 하고 젓가락을 두들긴다.
목이 쉬도록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며 장단을 찾아 가락흥을 돋군다.
처음엔 서툴었던 젓가락 장단 맞춤이 갈수록 신명이 붙으니 옛 장단과 가락이 살아난다.
흘러간 옛 노래가 노래책도 보지않고 이어져 흘러나오고 막걸리 주전가 상위에서 춤춘다.
6.25를 격은 세대답게 "굳세어라 금순아"로 시작해서 "만남", "애모"까지 이어진다.
잊혀질번 했던 옛노래들이 전광석화 같이 번득이는 머리속에서 줄줄 풀려나온다.

불렀던 노래들의 곡목을 무순으로 적어보면
"귀국선" "십이열차" "홍도야 울지마라" "전우가" "찔레꽃" 김삿갓" "한강" "울고넘는 박달재"
"오동동 타령" 으악새" "꽃중에 꽃" "통일의 노래" "삼팔선의 봄" "Your my sunshine"
"Jingle bell" "보리수" "행군의 아침" "학도호국단 노래"......무수히 많다.
어쩌다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50년이 다되어가는 학도호국단 노래를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부르고는 모두들 신기해 한다.

대구 달서구에 살고있는 중,고 동창들 모임인 달비회에서 연말 모임은 상다리 두들겨 보자고 했던
농담이 실제로 실현된 어제 모임이었다.
60년대, 암울했던 그 시대에 젊음을 발산했던 막걸리집에서의 추억을 되살려 보자는 우스게로
했던 제안을 총무는 잊지않고 그런집을 찾아 나섰단다.
그래서 서쪽 끝자락에 살고 있는 우리가 동쪽 한가운데 있는 막걸리집으로 모였다.
재개발 지역이라 주위에 인가가 없으니 아무리 떠들어도 뭐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없단다.
모두들 중학교때 부터 친구라 흉허물없이 인사가 반은 욕으로 시작하고 욕으로 흥을 부른다.
막걸리가 여러순배 돌고, 흥이 돋구어 지니 누가 선창을 했는지 모르지만 "굳세어라 금순아"를
목청돋구니 모두가 따라 부른다.
젓가락 장단도 서툴게 맞춘다.
열댓명 회원이 흥에 겨워지니 장단도 서서히 맞아가기 시작한다.
옛날 장단 솜씨로 박자맞춰 두들기니 방안이 옛날 막걸리 판잣집 이층방이나 다름없다.
모두들 작부가 있으면 제격이라고 주문 하는데 주방일을 도우던 아줌마가 따라 노래하니
격식은 어느정도 차려진것 같다.
주인 아줌마가 연신 막걸리 주전자를 배달한다.

옛날 같으면 우그러지고 쭈그러진 주전자에 물탄술이 반되도 되지 않었겠지만 요즈음은 깨끗한
주전자에 막걸리가 진하고 흔하다.
누가 맥주를 시키니 배신자라며 집에 가라고 야단이다.
배추닢 부침게, 도루묵 구이로 시작하던 안주가 불고기로 상위를 덮드니 마지막엔 속을 덮히는
탕이 올라오니 모두들 김치로 안주했던 옛날 막걸리 집과 다르다고들 한다.
그래도 흥에 겨워 목터지게 부르고, 상다리 부러지게 두들기다가 헤어졌다.
모두들 가는해를 이렇게 보낼수 있나 하며 나이답지 않게 억울해 하지만 옛날과 달리 2차는
가지않고 대리운전 시켜 집으로 곧장 간다.
이제 모두들 철 들었는지 아니면 건강을 염려해선지.....

헤어지며 모두들 약속이나 한듯
"야 임마! 내년에 또 한판 두들기자...."

 

 

들고양이들-오동동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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