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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술 안주 "누리미"

하루

by master 42 2005. 2. 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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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큰집에 형제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 집안 어른들 댁으로 
세배를 다녔다. 
집안에서 제일 높으신 어른으로 再堂叔 내외분이 80세로 아직도 건재 하셔서 
먼저 세배를 드리러 갔다. 
작년에 해외 출장 관계로 세배를 드리지 못했음을 사과 드리고 
(아들이 대신 세배를 드렸음)동생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제수씨가 차려오는 
설 음식과 술을 먹었다. 
그런데 명절때 마다 아저씨 집에 오면 다른 집과는 달리 "누리미"라는 담백한 
명절 음식을 먹는다. 
이 "누리미"는 춘향전 다담주물 사설에 나오는 술안주로 전통 음식인걸로 안다. 
그러나 이 음식이 우리집안에 내려오는 전래 음식이 아니라 사육신 후손인 
묘골박씨(순천박씨) 집안의 전래 음식이다. 
숙모님이 묘골 박씨 집안에서 오셨기에 전수되어 오랫동안 명절때 마다 아저씨 
집안에서 명절 음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며느리도 아직까지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 복잡한 음식은 아닌것 같은데 묘골에서도 박씨 집안에 흔하게 전수되지 않고 있단다. 
무우, 당근, 소고기, 다시마를 폭 20MM, 길이 60MM, 정도로 다듬어 대나무 꼬지에 
꿰어 간장과 참기름, 께소금을 약간 발라서 그냥 솥에 넣고 찐단다. 
무우에서 나오는 물이 국물로 남는데 그 국물도 맛이 좋다. 
소고기를 너무 많이 넣으면 무우의 진맛이 없단다. 
너무 익히지 말고 살짝 설익히면 살강 거리며 
씹히는 무우 맛과 담백한 맛이 술 안주로 일품이다. 
요즘 흔히 쓰는 식용유를 쓰지않고,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기때문에 건강식이다. 
아저씨와 "누리미"를 안주 삼아 한잔하고 있는데 숙모님 친정 조카들이 세배를 
와서는"고모님, 누리미 먹으러 왔습니다" 하며 제일 먼저 찾는다. 
숙모님은 질부들이 얼른 배워서 집안에 전래가 되어야지 하시며 웃으신다. 
춘향전의 일부를 아래에 옮겨 본다. 
    <다담주물 사설> 다담주물(茶啖酒物)이 들어온다. 화류광진 교자판에 금사화기 유리접시 틈틈이 놓았는데 민강편강 단대추며, 대밀주 소밀주 포도당 옥춘단 건삼당과 왜편 호편 곁들이고 인삼정과 목과정과 곁들이고 유자 석류 은행 대추 생률숙률 봉상 참배 감자 홍귤 편약포 한데 곁들이고, 모밀완자 신선로며 번화하다 벙거지골 영계찜 가리찜에 승갱이를 곁들이고, 울산전복 봉오림에 매화오림 문어오림 실백자를 오려 있고 산채야채 갖은 어채 각색으로 괴었는데. 색 좋은 갖은 편에 "누리미"를 곁들이고 양곰 우미탕에 너붕할미 열구지탕 온갖 술병 들였는데 일배일배 부일배로 무궁무진 먹되 어사또는 떡 한쪽을 아니 주니 어사또 하는 말 「속담에 이르기를 입은 한가지요 소스랑은 세가지라니 그 음식 맛 좀 봅시다.」 운봉이 알아 듣고 「본읍 관청빗(官廳色) 불르라. 너 이양반께 한상 차려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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