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후배 K의 소박한 바램

master 42 2005. 3. 12. 09:37

어제 퇴근하는 길에 라디오에서 "루프스"라는 병으로 생명을 잃은 어느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식을 얻기 위하여 임신을 했고, 배속에 있는 자식을 위하여 치료도 하지 않고 
투병을 하다가 끝내는 새 생명을 생산하고 그녀는 이 세상을 하직했다는 슬프디 
슬픈 이야기를 듣고 내 주위에 그와같은 병으로 아내를 잃고 아직도 혼자사는 
K라는 후배를 생각하게 된다.
K는 내가 80년대 말에 20여년을 형님공장에서 근무하고 무일푼으로 강퇴를 당하고 
나서 지금의 사업을 창업할때 부터 내 일을 맡아서 해 오던 후배다.
K는 성질대로 일도 깔끔히 할뿐 아니라 매사가 완벽해서 내가 외국출장을 가드래도 
안심하고 일을 맡겨놓을 정도로 책임감도 강해서 나와도 지금까지 오랜동안 사업적
인 일뿐 아니라 가정사 까지도 터놓고 이야기하며 지내는 사이다.
울산에서 직장 생활을 할때 사귀어 왔던 마음씨 착한 아내와의 사이에 딸 둘을 두고
 살아오면서 그의 아내는 아들하나 놓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7년전,그의 아내가 임신을 하고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두부부가 정말 행복해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러나 조산으로 아들을 생산하고 그의 아내는 7일만에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그때서야 K는 아내가 죽은 원인이 "루프스"라는 병인걸 알았다.
아내가 앓았던 루프스란 병은 임신을 해서는  않되는 병이었다.
두째 아이 낳을때 까지도 몰랐었다고 한다.그전에도 가벼운 홍반은 나타났으나 
피부과에 다니며 치료를 해서 그리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째를 임신하고 부터 얼굴에 홍반이 자주 나타나서 피부과에 몇번가서 
치료를 하다가 끝내는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고는 루프스란 병임을 알았고,
임신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것과 유산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걸 알고 배속의 아이를 
보호 할려고 치료조차 거부하며 남편몰래 투병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출산예정일 두달전에 병원에 입원하여 조산을 하게 되었고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우게 되었고,이틀만에 퇴원하여 집에 돌아와서는 온몸에 홍반이 돋아나고 몸에 
이상을 느껴서 즉시 재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닷세후에 주위에 사람들이 슬퍼할 시간도 주지않고 저세상으로 갔다.
남편은 인큐베이터속의 갓난아들도 생각할 틈도 없이 아내의 허망한 죽음앞에 그저 
목만 늘어뜨리고 낙심했다.
장례를 치루고 병원으로 찾어가서 주치의에게 따져 물었더니 셋째를 임신하고 루프스란 
병을 알았으나 아내의 간곡한 만류로 남편에게 병명을 대수롭지 않다고 속이고,
치료를 거절하고 투병하고 지냈다는 것이다.
아내의 아들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착을 알고는 때늦은 원망과 후회를 해 보았지만 
아내는 가버리고 없으니 자식셋을 데리고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이 K의 앞에 놓이게 되었다.
그후 K는 남은 아이들을 보살피며, 일하랴,아이들 공부도 봐주랴,학부모 모임도 가면서, 
간난 아들은 형수님에게 맡기고 자주 찾아가는 바쁜 나날들을 보내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그 아들이 4살이 되던해에 집으로 데려와 학교다니는 딸둘과 함께 보살피며 낮에는 
집가까운곳에 있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에 열중했다.
시골에 농사짓고 계시는 노모가 농한기때 K의 집에 머물며 손자들을 봐주니 한결 
자식 보살핌이 여유로웠다.
방학때는 시골 할머니집에 보내기도 하지만, 집에 있을때는 아이들 점심차려주러 
12시만되면 하던일도 멈추고 꼭 집으로 달려간다.
셋모두가 아이들이라 서로 다투기도 하여 일하는 중에 아이들이 전화오면 다정하게 
얼르고 달래며 능란하게 해내니 여늬 엄마의 역할을 손색없이 한다.
빨래하고 밥짓는것은 물론이려니와 반찬 만들기도 곧잘 하는 모양이다.
난 K와 그의 친구들과 같이하는 술자리에서 K를 "엄빠"라 불러주고 웃기도 한다.
옆에서 보기가 하도 딲하여 K를 위하여 재혼녀를 구할려고 모두가 노력하지만 
어린아이까지 자식셋이 있다하니 중매하기가 그리 쉽지를 않다고들 한다.
나도 주위에 아는 사람들에게 몇군데 이야기 해 보았으나 아직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내가 중국출장을 다니면서 잘아는 조선족을 만나 K를 이야기 하며 혹시라도 고향에서 
홀로 살고있는 조선족 여자가 있으면 중매하라고 부탁도 해봤지만 아직도 나서는 
여자가 없는걸 봐서는 중국도 여자가 재혼하는 조건이 좀은 까다로운것 같다.
특히나 중국은 자식을 하나만 낳는다고 하지 않는가.
종종 중매가 들어와 데이트를 했는데 잘 되갈것 같던 혼처가 갖고있는 자동차가 
추럭이라고 하면서 깨어졌다는 것이다.
작년 가을에 K는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1톤 트럭을 두고 카니발을 한대 더샀다.
아이들도 태우고 형네 식구들과 같이 어울릴려고 샀다지만 아마 그의 오기가 
차사치를 부추겼는것 같다.
오늘 K의 친구를 만났더니 최근에 사귀고 있는 여자와 잘 되갈것 같다고 한다.
정말 K가 그여자와 재혼하여 자식 키우며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주위의 사람들 모두가 K가 행복해 지기를 바라고 있다.
기계 조립하러 나와 외국출장도 종종 다니면서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사기도 한다.
내가 누구 줄거냐고 물으면 아이들 선생님들 한테 스승의날에 줄려고 준비하는
거라면서 외국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아내를 위한 화장품을 사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바램을 들은적이 있다.
이제 엄마의 얼굴조차 모르는 그 아들이 초등학교를 다닌다.
금년에는 K의 재혼 결혼식에 참석할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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