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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직업

하루

by master 42 2005. 4. 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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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동창회 총무가 회보에 올릴 글을 하나 써 달라고 부탁하기에 썼던 글이다.
좀은 어색하나 나를 돌아볼수 있는 글이고 또 내 직업에 대한 이야기라 
이곳 블로그에 올려본다.
내가 50줄에 들어서면서 갑작스런 퇴직(강퇴)을 했을때는 살아갈 길이 막막하였다. 
그러다가 몇일전에 만났던 일본인 친구 아오이(靑井)를 만나 지금까지 했던 
일중에서 소질있고, 취미가 있는 일을 해 보라는 권고를 받고 선택했던 일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50이라면 타고난 운을 30, 40대에 모두 소진하고 남아있는 조그마한 운을 
잡고 매달려야 하기에 최선을 다해 보았지만 지금 이모양 이꼴로 소시민
으로 살아가고 있는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욕심이야 손이 모자라서 잡지 못했겠냐마는 욕심 부린다고 다되는게 아닌것 같다.
설령 좀 많이 움켜 잡았드래도 하나님이 내게 준 그릇밖에 채우지 못하는걸 알았다.
세상에서는 움켜쥐어서 얻는것이 있고, 움켜 쥠으로서 오히려 잃는것이 있음을 알았다.
얻는것 같은데 잃고, 잃는것 같은데 얻게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래서 담담히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니 마음이 편하다.
또 움켜 쥘려고 발버둥 치치 않으니 항상 활짝 펼쳐진 손으로 흔들며 다닌다.
요즈음은 자유스런 여유를 즐겨볼려고 지난 여름 몽골, 바이칼로,또 1월에는 
라오스로 배낭여행도 다녔고, 백두대간 종주도 정기적으로 가고, 디카를 휴대하고 
야생화나 경치 사진을 찍어 인터넷 사이트에 글과 함께 올려 동호인들과 함께 즐기기도 한다.
4년전에 배운 컴퓨터로 설계(CAD)도 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 비지니스도 하고,
외국에 영업메일도 자주 보내고 하여 컴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수 없게 되다보니 컴 다루는 
솜씨가 점점 발전하여 친구들 중에서도 좀 앞서 간다는 소리도 듣는다.
내 업이라고 시작할때 부터 종업원 하나없이 시작하여, 설계와 영업을 직접하고
제작과 시운전 A/S를 외주로 처리하여 어려웠던 IMF도 쉽게 넘겼다.
새로운걸 개발할려고 해외전시회도 부지런히 다녀 아이디어도 축적하고, 해외영업도
직접 나가니 남들이 볼때는 억시게 바쁜넘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좀 남는건 길에 다 깔고, 개발비에 넣다보니 지금 요모양으로 살아가는것 같다.
이 나이에 아직도 일선에서 현역으로 일할수 있다는것이 내게는 행복인것 같다. 
그리고 내 직업을 사랑할수 있고,요사이도 밤새워 일을 해도 싫지 않고,일에 애착이 간다. 
여럿날을 업무차 외국을 다니면서 외국의 기술자들과 기술적인 토론을 할때도 피곤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희열을 느끼고, 기술적으로 모르는 것은 젊은 사람들을 찾아가서 
묻는것도 그리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밤을 새워 열심히 작업한뒤 새벽을 맞이할때 생생한 환희와 야생적인 즐거움을 
즐긴다고 하면 이 나이에 너무 과한 표현일까?  
이런 기분은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 다시한번 맛보고 싶은것을 나는 내 업을 
통해서 야금야금 즐기고 있다. 
혼자서 하는 업이라 고독한 황야의 사냥꾼이라 생각도 해 보고 해질 무렵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어께에 송아지 만한 노루를 지고 돌아올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혼자서 즐기면서 하는 직업이라서.... 

파이란님의 음악을 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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