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난 아직도 가계부를 쓴다.

master 42 2004. 12. 13. 15:40

칼럼을 기웃거리다가 미국 사시는 분의 자식의 가계부 이야기를 읽고 언듯 내 가계부

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볼가 한다.

내가 가계부를 적기 시작한것은 대학엘 들어가고서 부터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올때 까지는 부모님과 같이 살고있던 큰형님(나보다 19살 위) 한테서

용돈을 타서 썼기에 쓴 용처에 대해서 크게 간섭을 받지 않었다.

그러나 서울로 유학이랍시고 떠날때 형님이 서울 생활을 하니 꼭 가계부를 쓰라고 하신다.

방학때 내려올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시니 그때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한번도 써 보지 않었던 가계부를 매일 적는다는게 엄청 어렵다는걸 아는데는 금방 이었다.

놀다가, 또 늦게 들어올때도, 몇일씩 적지 않은걸 기억해 내는데도 힘이 들었지만 어떤때는

자주 영화 보러 간다거나, 자주 친구들과 술먹은 일들, 자주 다방에 간 일들을 적는다는게

힘들게 일하시는 형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생겨서 거짓말로 다른걸 했다고 적는다.

매번 같은 건전한 항목으로 지출되는것은 괜찮으나 유흥 비슷한 불건전 항목을 자주

적는다는게 또 형님에게 건전하지 못하게 보이고 꾸중 들을까봐 또 거짓으로 적기도 했다.

그러나 가계부를 적어 보노라면 거짓으로 자주 적는다는것도 내가 싫어지기 시작할때

부터 내 생활이 반성되어 좋았다.

방학때 집에 내려와서 형님이 가계부를 검사하시고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그렇다고 어떠시냐고 물어볼수도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 용돈을 좀 더 보내 주시라고 말씀 드렸더니 아무런 말씀도 않으시고

더 보내 주신걸로 봐서는 형님의 깊으신 생각이 있었던것 같다.

 

그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가계부를 쓰고 있다.

결혼후 마누라 한테 은행가계부를 주면서 가계부를 쓰라고 권했으나 처음에는 몇일을

적드니 금방 손을 놓았다.

아마 결혼전에 가계부를 쓰지 않었던것 같다.

쓰지 않는 이유는 매일 똑 같은 일들인데 적으면 뭐 하느냐다.

그래도 생활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반성도 있다고 해 보지만 쓰지 않는데는 대책이 없다.

여러해를 그렇게 싸우다시피 가계부 쓰기를 권했지만 이루지 못하고 나만 꾸역꾸역 쓰고 있다.

회사 장부는 직원이 적으니 잘 되어가지만 내가 쓰는 용처는 내가 적어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

내 친구들 한테 가계부 이야기를 하니 남자가 어떻게 자잘하게 그런걸 적느냐고 핀잔만

받기도 한다.

 

딸아이도 서울에서 학교 다닐때 가계부 적으라고 시켰더니 엄마를 닮아  그런지

적지를 않더니 결혼하고 부터는 적는다고 한다.

며느리 한테는 가계부를 적으라고만 말했지 아직 확인 하지는 않았다.

난 글 재주가 별로 없어서 일기를 쓰지는 않지만 가계부는 꼭 쓴다.

요즈음은 그게 내 생활의 반성도 되고 일기에 버금가는 일이라고 믿기도 하고 습관화 되었다.

마누라는 그렇게 해서 뫃은 돈을 하루 아침에 친구에게 빌려줘 날려 버렸다고 핀잔도 준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듯이 잠들기전 그날의 가계부를 적지 않으면 뭔가

찜찜해지는건 조금은 소심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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