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5일 아침,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12월 들어 한동안 우울했다.
난 오래전 부터 12월만 되면 앓는 우울증을 년말이면 빠지지 않고 앓는다.
나이 40줄에 접어 들면서 앓키 시작했던것 우울증 같다.
TV에서 년말을 정리하는 이야기며 서로가 덕담을 주고 받으며 망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년 열리는 각 방송사 연예대상을 준비하고 있고, 또 화려한 시상식도 있었다.
아마 년말이 가까워 오며 화려한 시상식과 감격에 찬 멘트, 그리고 고마워 하는 분께 전하는 멧시지....
덕담으로 주고 받는 한해의 업적과 새해의 염원을 주고 받는 자리들... 난 그때가 가장 우울해 지고 있었다.
한해 동안 무얼 했는지, 새해에는 무얼해야 할건지도 모르고,
받는 덕담도 아쉬워 하며 기다려도 냉냉하던 세월이 밉기만 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열정적으로 삶을 살았고, 또 형님 회사에서 밤낮없이 일할때 였다.
50으로 넘어가던 해 12월 중순, 형님에게서 강퇴 당했다.
20여년을 열심히 일했던 형님회사에서 강퇴 당하니 더욱 세상이 싫어져 갔다.
다큰 조카가 가업을 잊기 위하여 들어오니 나가 달란다.
나가 달라고 하지 않고 대기업 동기생들 봉급의 1/3도 되지 않던 그 알량한 봉급 동결에
그후로 업무 축소까지 이어지니...형님은 내게 직접 나가 달라는 의미다.
역시 미안한지 간접 표현이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그후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며 분노를 달랬다.
늦었지만 일찍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었다.
그러기를 10여년 옆도 돌아보지 않고 국내,외를 열심 뛰었다.
어쩌면 늦게라도 시작했던것이 지금 생각해 보니 내게는 다행이었던것 같다.
또 20여년을 형님회사에서 연마했던 기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것 같다.
20여년 일하고 무일푼으로 강퇴 당한 형님에게 서운했던 마음은 세월이 지나니 슬슬 사라지고,
새로운 삶의 재미와 의욕을 느낀다.
40년 가까이 오직 한길만 걸으니 천직으로 알고 살아간다.
지금은 나와 20여년 같이 일하던 후배에게 내 회사를 물려주고 있다.
2007년 5월, 비가와서 운해가 멋진 차마고도를 걸었다.
어느날, 아들 딸 혼사 끝내고 나니 마음이 허전해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고,
드디어는 배낭여행도 시작했다.
등산은 내 건강을 다지는데 빼놓을수 없는 운동이다.
다져진 체력으로 배낭여행도 즐기니 세상 살아가는 맛이 저절로 나는것 같다.
난 오지 배낭여행을 좋아한다.
친구들은 좋은 음식과 잠자리가 있는 선진국으로 왜 가지 않느냐며 힐난하지만
난 내 마음의 고향 같은 오지가 좋다.
어렵게 살었던 우리들의 그 시대를 느낄수 있으니까.
금년의 끝자락에 서 있으니 주마등 처럼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게된다.
작년 이맘때 올랐던 세계의 지붕 안나푸르나, 신년을 맞이했던 카트만두, 1월에 한달간 걸었던 미얀마,
5월에 차마고도를 걸었던 흔적들을 돌이켜 보니 우울하던 마음도 맑아진다.
특히 작년 이맘때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세계의 청년들과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고,
카트만두에서 새해를 맞이했으니 화려한 여행을 다 느꼈던것 같다.
어제 낙동정맥 종주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지고 우울하던 마음도 맑고 밝아 지는것 같다.
지금 계획 세우고 있는 아프리카 26일 트럭킹 준비에 모든 마음을 쏟는다.
케이프타운에서 세계에서 모인 젊은 사람들 20여명과 같이 23일간 개조된 트럭을 타고
서남 아프리카를 돌아 빅토리아 폭포 까지 트럭킹 하는 프로그램이다.
카메라도 세로 사서 연습중이고, 몸 가꾸기도 열심히 하고 있다.
여행하며 영업할수 있도록 모든 서류도 준비하고 있다.
혹시 차마고도 트랙킹때 같이 30여만달러 짜리 오더가 계약될지도 모르니...ㅎㅎㅎ
여행은 준비할때가 가장 즐거운것 같다.
한해동안 제 블로그를 찾아 주셨던 여러분들께 항상 고마운 마음 갖이고 있다.
나에게 많은 용기를 주었고, 또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신 분들이다.
이해를 보내며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그리고 새해에도 더 많은 용기와 희망을 보내 달라고 ....
여러분!
이 한해 동안 대단히 고마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