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미 5개국

파타고니아...하늘, 바람 그리고 호수-68세 노인들의 남미 배낭여행

master 42 2009. 2. 27.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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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하늘, 바람 그리고 호수... 배낭여행 내내 친구와 즐겨 나누어 마신 와인향이 입안에 맴돈다.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를 트랙킹하며 설을 보냈으니 68살이 되네. 못말리는 노인 3명이 파타고니아 파이네 트랙킹의 첫발을 걸으며 남미 5개국 배낭여행은 시작된다. 1/22(목), 인천을 출발하여 산티아고를 거쳐 30시간 가까운 비행여정의 끝은 칠레 끝단 푼타아레나스에서 멈추고 이곳에서 첫밤을 지낸다.(1/23) 오는 동안 안데스 산맥의 지붕위에 덮인 만년설을 보며 마음 설랜다. 남극 세종기지로 가는 출발점인 푼타아레나스의 날씨는 여름답지않게 서늘하다. 한때는 어업전진 기지로 붐볐지만 지금은 많이 쇠락한 조용한 남극의 도시다.

 

푸에르토 나탈레스 바닷가

이튿날 1/24(토), 파이네를 가기위하여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간다. 3시간여 버스로 달려온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랙킹을 위한 관문이고 준비된 도시같다. 숙박시설(호스텔)은 물론 트랙킹을 위한 장비대여점들이 많다. 각국에서 달려온 많은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장비를 대여받아 출발한다. 물론 처음 부터 완전 장비를 갖고오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푼타아레나스 호스텔에 큰짐을 맡겨두고 간단한 장비만 챙겨 왔는데 젊은이들이 야영할수 있는 장비 15~20 kg 가까운 배낭을 보니 좀 부끄러워 진다. 여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듯 짊어진 배낭의 무게는 남자와 같다.
라구나 아마르가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입산신고하고 40여분 달려 푸테토 선착장에서
페오산장 까지 배를 타고 가며 멀리로 보이는 파이네의 장관을 카메라에 담는다.
역시 파타고니아 답게 몸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몹씨 강하게 분다.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맑은 호수물이 약간 탁한 색갈이다.
페오산장은 파이네 W트랙킹의 출발점이 되고 가장 화려한 산장이다.
남여 노소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바깥 야영장에는 많은 트랙커들의 천막이 즐비하게 누워있다.
나도 한때는 저런 야영생활을 즐겨했었는데... 역시 젊음이 좋은것 같다.
남극이 가까우니 백야현상으로 늦은 시간 까지 트랙커들이 산에서 내려온다.
이곳 파이네의 여러곳 야영장은 물론 취사시설도 되어있고 유료라고 한다.
2단 침대 3개의 방은 이태리에서 온 여자 둘, 남자 하나다.
모두들 친구 사이라며 여자둘은 2층으로 올라간다.

 

외국인들은 와인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거나 한켠에서 독서를 즐긴다.

늦은 석양이 잠깐 비추는가 하더니 금방 검은 구름이 산을 덮는다.

개양대에 걸어논 칠레 국기가 바람에 힘차게 나부낀다.

 

1/25(일), 이른 아침을 먹고 부탁한 도시락을 챙겨 출발한다.

일정관계로 그레이 호수와 빙하가 있는 방향은 포기하고 프란시스 계곡쪽으로방향을 잡는다.

W트랙킹이란 지도에서 보면 알수 있듯이 페호산장에서 출발하여 그레이 호수쪽으로 트랙킹하고 내려와

다시 이따리아노 야영장을 거쳐 프란시스 계곡을 트랙킹하고내려와 노르덴스 키욜드 호수 북쪽길을 따라 가다가

쿠에리노스 산장에서 머물고 다시 호수를 따라 걸어 라스 토레스 산장 가까이서 치레노 산장으로 올라가 머물고

다시 라스 토레스 세봉우리를 보고 내려오는 W자 모양의 트랙킹 코스를 말한다.

 

 

 

 

 

 

페호산장에서 이따리아노 야영장 까지는 그리 험난한 길은 아니다.

그러나 이따리아노 야영장에서 부터 올라가는 프란시스 계곡은 경사가 급하고너덜지대도 군데군데 있어서 좀 힘이 든다.

프란시스 계곡 왼쪽 건너로 높은 산정에 넓게 펼쳐진 벤티스퀘로 빙하의 위용과,오른쪽 발가벗은듯한

프린시펄 바위산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다.

 

 

역시 파타고니아 답게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몸이 흔들릴 정도로 강하다.

양쪽 산에서 내려오는 눈녹은 물이 계곡을 가득체우며 흐른다.목이 마르면 그 눈녹은 물을 마신다.

파는 생수 보다도 훨씬 맛있고 시원하다.트랙킹 내내 이 눈녹은 물을 마시며 걷는다.

호수근처에서 경치를 조망하는 동안 바람이 엄청 강해서 사람이 넘어질것 같다.

쿠에리노스 산장 근처 호수가에서 발을 싣고 출발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30여분을 헤맨다.

이 코스에는 많은 트랙커들이 줄을 이어 걷고있다.

 

 

쿠에리노스 산장에 도착하니(18km) 먼저온 Y형이 도미토리방의 아래 침대를 잡아두고 있다.
뒤에 오는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노인들이라 그런지 모두들 이해하는것 같다.
그러나 예약해둔 쿠에리노스 산장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두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했는데 방만 예약되어 있고 식사는 전혀 예약되어 있지 않아
예약한 서류를 보여 주는데도 모른다며 어렵다고 한다.
갖고간 페소화는 얼마남지 않아 달러를 환전 할려니 달러당 400페소를 계산해 준단다.
환율이 달러당 600페소인데...도둑넘 같은 산장이다.
본부와 전화 연락도 되지 않고,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없다니...
다음날 이 산장을 관리하는 본부인 토레스 산장에서 자기들의 실수라는걸 인정한다.
남은돈으로 와인을 시켜 마시며 한국의 설날 아침을 이야기 하며 백야를 즐긴다.
바깥은 몹씨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데도 야영하는 천막은 흔들림이 없이 고요하다.

 



1/26(월), 한국은 설날이다.
한살 더 나이를 먹으니 68살이 된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쿠에모산의 동쪽 봉우리를 왼편으로 하고 걷는다.
아침 공기가 싱그러워 발걸음도 가볍다. 햇살에 역광되는 야생화들을 담아본다.
오늘도 걸을 길은 17km정도지만 산과 호수와 하늘이 너무 좋아 천천히 감상하며
여유스럽게 걷는다.
점심때쯤 눈녹은 물이 많이흐르는 바데르 계곡을 건너서 쉬고 있는데 66세의 프랑스
여인(할머니)을 만난다. 자그마한 키인데도 15kg이나 되는 배낭을 지고 있다.
물을 건너는데 도와주니 고마워 하며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먼저 앞서간다.
이날 저녁 치레노 산장 야영장에서 다시 이 여인을 만난다.


 


라스 토레스산장이 보이는 다리에서 왼쪽으로 급경사를 꺾어 치레노 산장을 향해 올라간다.
5.5km, 두시간 가까이 올라가야 한단다.
오른쪽은 깎아 지른듯한 급경사 협곡으로 눈녹은 물이 급물살로 흐른다.
발을 헛디디면 중상 아니면 사망일것 같다.
역시 시간 싸움인지 1시간 30여분을 넘으니 치레노 산장이 눈앞에 보인다.
산장에 체크인 하자말자 카드로 맥주를 시켜 시원하게 목구멍의 갈증을 달랜다.
저녁먹고, 여유스럽게 와인잔을 부디치며 W트랙킹의 마지막 밤을 즐긴다.
내일 새벽 라스 토레스산정 삼봉 일출을 기대하며 새벽 4시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든다.

 


 


1/27(화), 휴대폰 알람소리에 깨어 밖을 내다보니 칠흑같은 어둠인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오늘 일출은 글렀구나 생각하고 훤할때 까지 잔다.
5시반에 일어나 산정을 향해 나서니 비는 서서히 그친다.
원시림을 통과하고, 30여분 너덜지대를 가파르게 오르니 구름에 덮인 라스 토레스 삼봉이
눈앞에 펼쳐져 보인다(2시간 소요).
역시 정상답게 바람이 강하게 분다.
그러나 세봉우리에 걸린 구름은 꼼짝을 하지 않는다.
삼봉에 비쳐질 붉은 햇살을 기대하며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을 찾아 바람을 피해 바위뒤에
자리잡고 구름이 걷히고, 햇살 비추기를 기다린다.

 



구름이 살짝 봉우리 위로 올라 가는가 싶더니 다시 검게 내려앉기를 여러차례 한다.
마음의 열정이 추위를 잊게 하지만 내려가야 할 시간에 쫒기니 마음만 조린다.
왼쪽 봉우리에 햇살이 살짝 묻어 나오는가 싶더니 그마저도 구름에 휩싸인다.
손오공의 파초선만 있다면 저 구름을 날려 보낼수 있는데...

 



한시간여를 그렇게 기다리며 마음 조려보지만 더 기대할 수 없을것 같아 내려온다.
한시간 10분만에 달려 내려오니 10시 5분전이다.
겨우 주방에 사정하여 아침을 얻어 먹으니 맛이 소태다.
그래도 먹어야 갈수 있으니 그냥 밀어 넣는다.

11시에 치레노 산장을 출발하여 여유스럽게 내려온다.
급경사길에서 강한 바람을 만나 위험을 느껴 몸을 낮춘다.
치레노 산장으로 무거운 배낭을 진 트랙커들이 많이 올라온다.
12시 30분경 라스 토레스 산장에 도착한다.
많은 남여 트랙커들이 라구나 아마르가 국립공원 관리소 까지 갈 미니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W트랙킹을 끝내는 하이파이브로 환호를 부르고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추긴다.

 

 



외국의 젊은 연인들은 트랙킹을 끝내고 서로들 부등겨 안고 키스 세례를 퍼붓는데
우리들 세 노인들은 W트랙킹을 완주한 환희와 맥주의 짜릿한 맛에 취한다.
3박 4일 파타고니아 W트랙킹의 끝은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