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행복했던 지리산 종주(2)

master 42 2010. 11. 12.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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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 04 06:00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 여명,

실눈섶 같이 가느다란 그믐달이 여명의 푸른 하늘에 걸려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너무 추워 천왕봉에 서 있을수 없을 지경이다.

모두들 해뜨는 곳을 향해 바람없는 봉우리 뒤로 몸을 웅크리고 일출을 기다린다.

바람이 없다는것 뿐이지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바람이 없으니 체감온도가 덜 춥다.

 

그리고 06:47 일출이 시작된다.

구름 한점없는 맑은 하늘에 해가 그냥 솟아오른다.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같이, 벙긋하고 웃는 맑고 밝은 얼굴 같다.

 

11/2 첫날 종주를 시작할때 봤던 여명과 일출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지리산을 노고단에서 천왕봉 까지 종주(25.5km) 능선에서 우리는 많은 아름다운 경치를 만날수 있다.

1. 천왕봉 일출  

2. 노고단 운해

3. 반야봉 낙조.

4. 벽소령 명월

5. 세석 철쭉. 

 

 

 

 

 

 

 

 

 

11월 3일,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장터목대피서를 햘해 출발한다.

맑은 하늘에 해가 떠 있어도 멀리로 보이는 산경계는 가물거릴뿐이다.

장터목으로 가는 길은 왔던 능선길과 다르게 무리없이 걸을수 있어서 편하다.

 

 

 

 

 

마지막 산등성이를 넘어가니 장터목 대피소가 나온다.

그때쯤 해서 나타나는 고사목 군락들...

맑은 하늘아래 오랜 세월을 지키고있는 지리산을 말해주는듯 하다.

 

낙엽을 떨군 나무들이 가지속에 내년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위로 푸른 하늘이 더 높고, 진하게 느껴진다.

 

 

 

 

오후 다섯시가 되니 반야봉 쪽으로 해가 질려고 한다.

구름 한점없는 하늘이니 붉게 타오르는 석양은 아닐것 같다.

가을이 익어가는 지리산의 석양이 붉게 타오르면 더욱 황홀해 질것 같지만

오늘은 그냥 밋밋한 석양이다.

 

 

 

 

 

맑은 하늘에 해가 저물고 있다.

해가 내려가고 있다.

스카이라인을 넘어가는 태양, 미련없이 넘어가는 모습이다.

내일 또 올라올것이니까...

 

그러나 마지막 한점으로 검붉게 물들이고 넘어간다.

마지막 토하는 정염같이...

 

내 마지막 삶도 이렇게 살다가 가면 좋겠다.

검붉게 한점 찍듯이 넘어가는 태양같이 한마디만을 남기고...

행복하게 살았노라고...

 

 

 

 

 

반야봉의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그 봉우리 아래로 많은 산군들이 조아리듯 잠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잘 정리된 스카이라인 밑으로 해는 떨어져 저 멀리 가고

밤하늘에 별들이 서서히 흩뿌려 질것이다.

 

장터목 대피소의 밤은 이렇게 익어간다.

 

 

 

 

지리산 천왕봉,

바람이 거세게 불어 너무 추웠다.

물론 겨울옷을 준비하지 못한것이 나의 잘못이다.

카메라를 손에 잡고 이리저리 다니기가 싫다.

그래서 천왕봉 사진이 적다.

인증샷 한컷 뿐이다.

 

해가 뜰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해뜨기전 지리산이다.

발아래 산군들이 줄지어 이어진다.

한폭의 수채화 같다.

 

 

 

해가 뜨고 얼른 천왕봉을 내려온다.

해가 비추니 추위는 금방 사라진다.

햇살의 색감이 황금색 같이 느껴진다.

 

한동안 지리산을 이런 색감으로 느끼며 걸어 내려온다.

 

 

 

 

 

해가 떠 오르고 보이는 골골이, 능선마다 이어지는 경치가 변해간다.

해가 가까운 방향은 따뜻한 느낌이 들고,

멀어져 있는 능선과 산골짜기들은 연한 안개속에 BLUE로 닥아온다.

 

중산리로 내려오며 아침햇살이 전해주는 산경계의 맛을 느낀다.

 

 

 

 

개선문

 

 

 

지리산 2박 3일 종주를 하며 난 정말 행복을 느꼈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종주 내내 여유스러웠고, 보이는 경치마다 감탄스런 느낌이었다.

오고가는 종주꾼들이 건네주는 인사도 정겹게 들려왔다.

 

걷는 능선길에 단풍이 없어도 좋았다.

넘어가는 석양이 밋밋해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꼈다.

새벽을 뚫고 아침을 여는 천왕봉 해돋이가 그냥 마구 올라와도 좋았다.

천왕봉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기에 천지가 진동하며 떠 오를줄 알았는데....

 

대피소에서 만나 술한잔 같이 나눈 산꾼들과의 왁작지껄했던 그 소리가 즐거웠다.

무겁게 느껴질것 같던 카메라 가방 무게도 지리산을 담으니 가볍게 느껴졌다.

오다가다 만난 산꾼들이 사진 한장 찍어달래도 선듯 찍어주는 내 마음도 고맙다.

 

지리산에 안긴 느낌은 언제나 푸근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부자된 느낌이다, 지금도...

그러니 지리산을 그리워 하는가 보다.

 

다시 가보고 싶어지는 지리산...지리산...

종주 내내 같이 해주신 뫼닮 이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이선생님, 고맙습니다.

 

 

 

 

아래로 내려오니 단풍이 보인다.

3부능선 근처는 타오르는듯한 단풍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