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병마와 싸우는 친구 이야기

master 42 2012. 8. 5. 08:56

2006, 12, 25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일출.  해가 올라오니 산위에서 부터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매일 푹푹 찌는 더위니 가마속 같은 느낌이다.
이 나이까지 살면서 이렇게 찌는폭염으로 여름을 보내기는 처음인것 같다.
그래도 할일들이 많아 지난 목요일(8/2)까지 열심히 일하고 금요일 부터 휴가다.
휴가라고 별달리 갈곳도 없어서 어제는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이는 동창회 사무실로 놀러갔다.


모두들 나이들어 갈곳도 마땅하지 않고하여 동창회 사무실에서 고스톱판을 만들어 놓고
그 판에서 나오는 몇푼의 돈과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는 돈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있다.
나이가 드니 술먹는 양도 줄어들고, 사무실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하니 깨끗하다.
사무실 근처에 살고있는 친구가 총무역활을 하니 겨울에 연탄불 갈아끼우는 일이며,
잔돈관리를 하고 있다.

 

오후 4시쯤 최근에 서울 S병원으로 가벼운 병으로 수술하러 올라간 친구 C의 부인이 찾아왔다.
모두들 친구의 병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알고있던 터라 걱정괴 병수발을 하고
있는 부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그런데 부인은 남편의 말을 전하러 왔다며 아주 심각한 얼굴로 친구의 이야기를 전한다.
친구C와는 1955년도 대구서부국민학교(초등학교)를 같이 졸업했다. 그는 학교 근방에
살었고 지금 까지 그 자리에 살고 있고, 그 동네에서 유지로 살아가고 있다.


70, 80년대 대구가 섬유산업으로 호황을 누릴때 중고섬유기계 소개업을 하여 그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를 누리며 살었고 또 돈도 꽤나 많이 모았다.
그후 대로변 에 위치한 집을 헐고 5층빌딩을 올려 임대하며 살고 있다.

한곳에서 평생을 살았으니 어디를 가도 어른대접을 받으며 유지로 살고있고, 선거때 마다
후보자가 찾아와서 도움을 청할 정도로 발이 넓다.


그러나 오래전 부터 심장이 좋지않아 치료를 받어왔고 몸관리도 열심히 하여
그 상태는 많이 좋아진걸로 본인도 알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폐의 가벼운 이상을 수술하던중 심장에서 역반응을 일으켜 지금까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있다.

 

우리를 찾아온 부인은 환자가 눈을 뜨고 정신이 들때마다 친구들이 맏겨둔 돈걱정을 한다며
그 돈들을 정리하러 왔다고 한다.
원래부터 친구C는 돈거래가 확실한 친구다. 남의돈을 그냥 공짜로 먹지않는 성품이다.
동창회 돈과 계금들이 마을금고 감사인 친구C의 명의로 되어있어서 빨리 정리하도록
부인한테 이야기했고, 또 정신이 들면 자주 걱정을 하드라고 한다.


부인이 돌아가고 동창회사무실에 모인 친구들은 모두들 말없는 침묵이 흘렀다.
친구C와 노인대학도 같이 다니는 친한 친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최근에 친구들 전화도 사절할 정도였다며 아마 주치의가 무언가를 보호자인 부인에게
귀뜸했을거라고 한다.
그래서 부인이 주위의 돈문제나 재산을 정리할려고 서둘러 내려왔을 거란다.

 

5남매의 맞이인 친구C는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밑으로 동생들을 모두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어 동생들 한테는 아버지 같이 대접 받고있다.
또 슬하에 5남매를 낳아 모두들 대학 까지 공부시켰고 성혼시켜 이제는 부부가 임대료로
여유스럽게 살가고 있다.
또 사교성이 좋아 노인대학에서도 회장역할을 하며 솔선수범하니 모두들 좋아한다고 한다.


이렇게 매사에 활달하게 살아가던 친구가 갑자기 병마에 힘들어하며 누워있으니 답답한지
말도없이 자주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지금의 병마에 분노도 하고 또 타협도 하며 강한 삶의 의지도 보일것 같다.


병세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부인이 주위를 정리할려고 하는 분위기로 봐서
우리들 친구들은 조금은 짐작만 하고있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
이 여름이 무덥게 느껴지고 있으니 얼른 더위도 물러가고 친구C도 서서히 완쾌되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이곳 동창회 사무실에 다시 나타나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친구C의 호탕한 너털웃음을 기다린다.

 

오늘(8/7) 아침, 출근하는 차속에서 동창회 총무의 전화를 받었다.

투병중이었던 친구 C가 하늘 나라로 갔다며 목이메인 목소리다.

친구들과 연락하고, 좀 일찍 퇴근하여 친구C의 빈소엘 다녀왔다.

가족 모두가 슬퍼하고, 특히나 부인의 통곡은 우리들 가슴을 미어지게했다.

 

금방이라도 고스톱판에 나올것 같은 모습이고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술잔을 나누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들 건강하자며 잔을 부디치고 먼저간 친구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모두들 문상을 마치고 돌아나오는 발걸음이 무겁게 보인다.

열대야의 열기를 식히는 바람이 앞산쪽에서 불어온다.

 

친구야 !

이 선선한 바람타고 좋은곳으로 가거라, 극락왕생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