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친구 아들의 늦은 결혼식에 참석하러 경주를 다녀왔다.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와는 오랜동안 친하게 지내왔고, 지금도 가깝게 지낸다.
친구는 아직도 보험대리점을 하고 있기에 내 자동차의 종합보험을 관리해 주고 있다.
만기가 될때쯤 내가 외국 출장중일때는 친구의 돈으로 가입해 주고 다음에 송금해 주기도 한다.
친구는 2남1녀를 낳아 잘 길렀다.
몇년전 딸을 시집 보내고 내 아들 보다 1살 아래인 맏아들 그리고 막내인 두째 아들은 모두
의과대학을 졸업시켜 지금은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맏아들이 38살이 되도록 결혼한다는 소식이 없어서 몇번 언제 잔치 하느냐며 물어도 봤다.
그때마다 친구는 좀 있다가 한다며 말꼬리를 흐렸던 기억이 난다.
일주일전 친구가 갑자기 큰아들 결혼식 날자를 잡었다며 청첩장을 보내왔다.
지난 일요일에 결혼식에 참석하고 아들의 늦은 결혼식의 이유를 알게되었다.
신랑,신부가 손을 맞잡고 입장하는데 화동으로 앞세운 두아이가 이 부부의 아들들이라 한다.
그리고 주례사 속에서 그동안 부모한테 미안했던 마음을 이제 부터 용서받고 잘 살아라 한다.
친구의 큰아들이 결혼할려고 했던 처녀가 홀어머니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해서 친구 부부는
오랜동안 반대해 왔었단다.
친구는 결혼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홀로 계시는 장모님을 모시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부인이 맏딸이고 아래로 여동생이 있지만 맏사위라 장모님을 모시고 살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부인이 거절했지만 친구도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계모밑에 외롭게 커왔기에
장모님을 친어머니 같이 모시고 2남1녀를 키우며 초기에는 어렵게 살기도 했다.
어쩌면 부인의 입장에서는 남편한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장모님도 사위와 같이 사는게
마음이 편치않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는 친어머님 모시듯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왔다.
두아들을 의과대학을 졸업시키느라 힘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큰아들이 결혼할려고 데려온 여자가 홀어머니 무남독녀라 하니 부인이 먼저 반대했단다.
40여년을 친정 어머님을 모시고 살아온 딸의 속마음을 알수 있을것 같다.
한평생을 장모님을 모시고 살아온 남편, 친정 어머님과 함께 살아온 딸이었기에 자식에게는 대물림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큰아들이 또 장모님을 모시고 같이 살아야 한다하니 어느 부모인들 반대할것 같다.
어쩌면 시속말로 열쇠 3개 갖고올 신부들이 있을거라는 기대도 했을것 같다.
워낙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니 설득에 지친 큰아들은 먼저 살림부터 차리고 시작했다.
그러다가 손자가 나고 또 둘째 손자까지 생기고 6살, 4살이 되었다.
둘째 아들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의가 되어 종합병원에 과장으로 근무하게되니 형 때문에 늦어졌지만
결혼말이 오고가고 몇군데 선을 보고 다니니 이제는 하는수 없이 큰아들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을수 없게 되어
늦은 혼례식을 올리게 되었다.
큰아들은 장모님이 살고있는 경주근처에 살림집을 만들어 살고있고 또 근처의 병원에 근무하고있다.
결혼식 말미에 대학 다닐때 동아리 후배들과 친구들이 축가를 불러주었고, 마지막으로 신랑이
동아리 친구들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기전에 신랑은 마이크를 잡고 하객 여러분들께 양해를 구하며 "다행이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신랑은 그동안 마음고생했던 신부를 위해 열창을 했다.
늦게나마 부모님의 허락을 받어 많은 하객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걸 다행으로 생각하는지,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고생을 풀어주게 된걸 다행으로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신랑의 열창은
그동안 마음고생했던 속마음을 속시원히 푸는듯 하고 또 어쩌면 고생하며 딸을 키워주신 장모님, 그리고 결혼을
허락해 주신 부모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담겨져 있는듯 했다.
신랑의 장모님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열창하는 사위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가슴 한구석이 찡해옴을 느꼈다.
** 며칠후 파키스탄과 인도로 20여일 출장 갑니다.
11월초에 수출했던 기계들을 조립, 시운전 해주고 또 내년의 작업량을 수주하기 위해
여러 바이어들과의 상담도 준비해 두었답니다.
내년의 환율이 얼마나 내려 갈런지가 가장 큰 걱정 입니다.
찾아주신 블로거 여러분!
차가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성탄 맞으십시요.
병마와 싸우는 친구 이야기 (0) | 2012.08.05 |
---|---|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0) | 2010.11.26 |
딸의 결혼식을 위한 주례사 (0) | 2009.10.20 |
친구를 문병하고 나오니... (0) | 2009.09.15 |
늙은 국민(초등)학교 동창생들 봄나들이 헤프닝 (0) | 2009.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