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봄이와도 봄이 아니네 (春來不似春)

master 42 2013. 3. 2. 06:04

 


아내가 요양원에 입원하고 벌써 4주가 다 되어간다.
엊그제 만나고 왔는데 집에 있을때 보다 상태는 많이 좋아진것 같다.
우선 약도 제대로 먹고, 밥도 제 시간에 맞춰 먹으니 건강상태가 좋아진것 같다.
다만 주위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없어 심심해 보이겠지만 원래 집에 있을때도
그렇게 남들과 지분지분 사귀는 성미가 아니어서 크게 외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병원으로 만나러 갈때 마다 돈을 달라고 하여 매점에서 먹고싶은걸 사먹거나
또 아들이나 동생들이 사다주는 간식을 즐겨 먹는다고 간호원이 말한다.
몇년사이에 이가 많이 빠져 여문 간식을 싫어하고 무른음식(마시는 종류)을 좋아한다.
또 요즘은  간병인들이 싰겨주어 목욕도 자주 한다고 한다.  
병원이란 시스탬과 관리하는 간호, 간병인들이 주위에서 보살펴 주고 있어서 그런지
규칙적인 생활에 차츰 익어가는것 같다.

 

난 입원해 있는 아내를 만나고 오는날은 회한에 빠져 몹씨 우울해 진다.
아내의 병이 모두 나 때문에 이렇게 된것 같아서다.
30, 40대의 나이에 형님공장에서 바쁘게 일했고, 40대말에 또 형님공장에서 갑작스레
강퇴당하고 일없이 방황하다가 지금의 일을 처음 부터 맨손으로 시작했으니 아내옆을
잘 보살피며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생각이 나를 후려친다.

남매를 키워 성혼시키니 아들은 포항에서 병원개업하여 살고 있고, 딸아이는 서울로
시집가더니 지금은 미국 워싱턴에서 살고 있으니 60대 이후는 아내와 둘이서 살고있다.

 

내가 살가기위해 늦게 시작한 사업에 죽기살기로 매달렸고, 또한 60대에 새로 개발했던
기계가 세계시장에서 호평을 받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영업하며, 조립, 시운전을
직접다니니 종종 집을 비우게 되어 아내를 외롭게 만들었다는  죄스런 마음이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또 내 인생을 즐긴다는 핑게로 배낭여행과 트랙킹을 즐겨 다녀  아내를 외롭게 만들었는것 같아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그러나 요즘도 70대인 나에게 세계각국으로 부터 기계주문을 받으니 거절할수없이 즐겨하고 있다.
내 취미와 소질에 맞고, 기계 만드는 일을 즐겨하는 지금의 사업이 난 너무 좋다.
그러나 아내가 입원하니 한동안 내 마음이 주춤해지고 마음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요즘 나는 혼자 있다.
아침에 회사에 나가서 일하고, 저녁때 돌아온다.
집안에 들어서면 반기는 사람 아무도 없다.
현진건의 빈처에 나오는 말 "아내가 없는집은 빈집과 같다..."란 말이 실감난다.
심심하니 냉장고속에 넣어둔 술만 죽인다. 그러다가 컴을 열어 외국에서 온 메일에 답장도 쓰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기계의 도면을 펼쳐서 새로운 구상도 해 본다.
집에오면 할 일이 없으니 아무생각없이 그냥 동물적인 습관처럼 해 오던 일을 해 나가는것 같다.

 

또 퇴근하는 길에 친구나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 핑게대며 저녁겸 술한잔 하고 들어온다.
모두들 내 사정을 아는지 말 상대도 잘 해준다.
업무적인 이야기를 떠나 내가 다녀왔던 여행이야기를 유도하여 나를 심심하지않게 해 준다.
그러면서 헤어질때는 편하게 사시라며 용기를 주기도 한다.
모두들 고마운분 들이다.

 

아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원장은 아들의 대학동창이다.
입원시키고 두어차례 만나 상담 했는데 원장은 내가 평소와 같이 생활하라고 한다.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킨후 자책하거나 내 생활에 우울해 하지 말라고 한다.
만날사람 만나고, 하는일 해 나가고, 해외 출장도 다니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잘 않되는것 같다. 혼자 있을때는 그전 보다 생각이 별로없고 우울해 진다.


이래서는 않되는데라고 생각하고 주위에서 사람들을 찾아보면 아무도 없다.

정주영씨가 했던 말 "내편 다 어디갔어"란 말이 불현듯 생각난다.
아들도 며느리도 손주녀석들도 없고, 미국있는 딸아이는 오래전에 옆을 떠나 있다.
친구들도 모두 집에 들어가서 가족들과 재미있게 있을것 같아 전화하기도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혼자 다니며 식당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청승맞은 노인으로 보이기도 싫다.

그러니 혼자 집에서 밥 퍼먹고 술마시는 레퍼토리라 이것 또한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아내가 집에 누워 있드래도 있을때가 집안에 따뜻한 훈기가 돌았던것 같다.
아내가 집에 없으니 빈집같고, 소리를 내면 집안이 울린다.
집에 늦게 들어와도 아내 잔소리도 없고, 이제 들어오느냐는 인사도 들리지 않는다.
아내가 집에 있을때 친구들과 늦게 까지 마신 술자리도 재미있었고, 맛이 있었지만
혼자 마시는 술은 청승스럽고, 맛 또한 모르고 마신다.

 

아내가 집에 있을때는 매일 파출부가 와서 청소도 해 주고, 먹을거리도 만들어 놓고갔다.
그런데 내 혼자 있으니 파출부가 별로 필요 없어서 필요할때만 부른다.
반찬은 처남댁이 만들어 냉장고 넣어두니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난 이세상에서 맛없는 음식이 없고, 또 매일 같은 밥, 반찬을 먹어도 질리지 않고 항상 맛있게 먹는다.
빨래는 여러날 모아서 세탁기를 돌리거나 아니면 손빨래한다.
손빨래는 해외 출장때나 배낭여행때 익혀둔 솜씨(?)지만 이럴때 할려니 좀 청승스럽지만
그런데로 크게 어색하지않게 잘 한다.

 

블로그에 소홀해지기 시작한지도 상당히 오래된것 같고 한동안 문을 잠궈놨다가 오늘 열었다.
집안사정이 이러하고, 또 내 일이 바쁘니 블로그를 붙잡고 즐겨해 지지가 않는다.
그전에는 다른 블로그 방문도 즐겨하며 댓글도 달었는데 이마저 손을 놓아버렸다.
며칠후 베트남으로 보내야 할 기계를 마무리 지우고 나면 3월 중순 부터 베트남, 그리고
남미 칠레로 조립, 시운전 해 주러 출장다녀야 한다.

 

이렇게 다녀야 하니 입원해 있는 아내한테 미안하고 주저된다.
어제 아들넘이 엄마 병문안 다녀갔는데 많이 좋아졌다며 크게 걱정하지 말란다.

오늘 아내한테 병문안 가야겠다.
원장과 상담도 해 보고 내 출장 이야기도 상의 해야겠다.

 

지금 봄이 오고 있는데....
정말 봄이와도 봄이 아니네. (春來不似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