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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치 전시회 - 비싼 월사금(月謝金)

회사 주변 이야기

by master 42 2017. 1. 3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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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전시된 기계. 두 기계는 미리 예약 판매되었다.



원통하고 후회스럽고 부끄러워 밤잠이 오지않아 잠자리에서 일어나 책상머리에 앉았다.

내가 사업이랍시고 시작하고 지금 까지 크게 후회한다거나, 바보스러웠던 기억은 별로 없었던것 같은데 

이번 일만은 너무 후회스럽고 분하여 나 자신을 향해 자주 울분을 터트려 본다.

파키스탄 카라치에 내가 만든 기계를 전시하러 가서 4천만원 가깐운 손해를 순식간에 당해 버렸다.

그것도 그 나라의 정책이 바뀌어서 그랬으니 꼼짝 못하고 당했다.


1월20일 부터 개최되는 카라치 국제섬유기계전시회에 기계를 출품하였으니 1월14일 직원과 함께 그곳으로 갔다.

작년 12월 중순에 보냈던 기계는 1월8일에 항구에 도착했고, 통관 절차를 밟고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내가 도착하고 서류를 전해주고 이틀이 지났는데도 에이전트는 아직도 통관수속중이라며 기다리란다.

에이전트한테 물어보니 "인샬라"라고 말하며 신이 어쩌구 저쩌구 한다.

언듯 잡히는 감이 이번 전시회에 기계를 전시하는게 어렵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휙 스쳐온다.


몇년동안 기계를 보내면 열흘정도 통관기간을 거쳐 전시장에 도착하고 내 직원이 조립, 시운전을 마치고 

전시기간 동안 초청한 고객들 앞에서 새로 개발된 기계를 선보이고 자세한 설명도 한후 주문도 받었다.

올해도 두대의 기계를 전시할려고 넓은 전시장을 계약했는데 기계가 없으니 썰렁하다. 

방문한 고객들은 넓은 전시장을 보고 모두 의아해 하며 물어온다. 일일히 설명할려니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화가난다.

지난 몇년간은 통관하는데 별 제약이 없었다. 전시회용이라 통관해 주고 전시장에서 팔면 관세를 구매자가 물었다.

또 미리 구매자한테 신용장 받고 판 기계는 구매자 명의로 통관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었다.

그런데 금년 부터 정부 정책이 바뀌어서 모든 물건은 전시회용이라도 무관세 통관은 일체 허용하지않는단다.


그런데 이번 기계는 한국에서 배에 실을때 부터 많은 말썽을 일으키며 배에 실렸던 기계다.

카라치에 있는 아주 큰 A 타올공장에서 작년 10월말에 기계 3대를 구매하겠다며 2달내에 선적해 달라고 했다.

A타올공장은 카라치에서도 다섯손가락내에 들어갈만큼 큰 공장이고 지난 5년간 세차례에 걸쳐서 12대를 구매했으니

서로 믿음을 갖고 있는 회사라 상담이 완료된 11월 중순 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A사와는 3대중 기계 1대를  먼저 싣고 나머지는 1월말에 싣겠다고 약속하고 먼저 보내는 1대를 전시장에 전시한후 

설치해 주기로 했다. 그동안 만들어 두었던 기계를 다시 마무리지어 다른 회사로 갈 다른 기종의 기계와 함께 

12월 중순에 배에 실어 보냈다.


그런데 다른 회사로 갈 기계는 신용장을 받고 보냈는데, A사는 12월초 부터 곧 신용장을 열겠다고 하면서 자꾸 늦어진다.

선적하는 날 까지도 신용장이 오지않아 에이전트한테 독촉했더니 내일 까지 신용장이 열리니 염려말고 실어 보내라고 한다.

오랜동안 거래해 왔던 신용있는 거래처고, 작년 전시회때는 기계를 보내지 못해서 A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를 

한대 빌려줘서 전시를 무사히 마칠수 있었을 정도의 관계라 믿고 배에 실어 보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신용장은 열리지 않고 에이전트는 며칠만 더 기다리자고 해서 2주일이 지나갔다.

2주일후, 에이전트가 전화로 A공장이 신용장을 열지 못하겠다고 한단다.


A사가 신용장 개설을 미루는 이유는 미국의 대형 거래처(W 마트)와 신년에 들어갈 물량을 계약해야 하는데 

미국 경기를 예측해서 그런지, 아니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경기를 예측 할수 없는 상태라 그랬는지

많은 물량이 취소, 연기 됐다고 한다. 그래서 A사는 급히 일본에 주문해둔 20대의 초고속 에어젯트 타올직기의 선적을 

5월말로 연기하고, 따라서 내 기계 구매도 연기되었다고 한다.

구매를 하지 않겠다는게 아니고 6월에 실어 보내 달라고 한다. 회사 내부 사정으로 A사 이름으로 통관할수 없다고 한다.

여러차례 A사의 담당자와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장한테 사정하니, 굳이 하겠다면 기계대금 전액과 

관세, 통관료, 기타 경비를 내가 다 부담하여야 한단다.  기가막혀 말이 안나온다.


큰일이다. 내 기계가 인도양 바다위를 떠 다닌다. 그러면 전시회장에 전시할 기계의 통관이 문제가 생긴다.

급히 에이전트와 여러차례 전화로 상의하여 에이전트 친구의 M 무역회사 이름으로 통관하기로 하고 준비를 서둘렀다.

카라치에서 급송으로 보내온 B/L원본을 부산 선박회사로 보내고, 다시 인수인(Consignee)을 바꾸어 새로 발급받고, 

원산지증명, Packing list, Commercial Invoice등 모든 통관서류를 새로 만들어 1월14(토)일 내가 직접 갖고 카라치로 갔다.

그러나 1/16(월) 부터 통관업무가 다시 시작하지만 느림보 행정이라 20일 까지는 도저히 되지않아 기계 전시는 포기했다.




전시장에 기계 한대 없으니 엄청 썰렁해 보인다. 내 기계 사진 판넬만이 높게 덩그러니 있으니 보기 민망하다.



전시회를 마치고 1/25 저녁 비행기(23:30)로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1/26 오후 9시다.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급히 밖으로 나와 대구행 버스표를 물어보니 완전 매진이란다. 급히 스마트폰으로 기차표를 조회해 보니 11시 입석표만 

남아 있더니 금방 매진되었다. 대구, 경주, 안동, 진주, 대전행 표들이 완전 매진이었다. 

얼른 청주행(10:30)표 2장을 샀다. 청주까지 가서 아들이 청주로 차를 갖고 오라고 할 계획이었다.

이 나이에 길 잃은 노인이 되니 좀 나 자신이 처량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직원만이라도 대구로 보내야 할것 같아 

대구행, 경주행 버스 중에서 혹시 예매된 표중에서 취소되어 생긴 빈자리를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며 추운줄도 모르고 뛰었다.

30여분을 찾아다니니 경주행 고속버스에서 한자리가 생겨 얼른 직원을 태워 보냈다. 경주는 대구에서 가까우니...


직원이 버스를 타기전에 미안해 하며 내게 물었다. "사장님은 어떻게 가실려고요..." "이 사람아, 내 걱정일랑 하지를 마라. 

않되면 탄 사람이라도 끄집어 내리고 타고 가면되지 뭐 ㅎㅎㅎ..."

파키스탄 카라치가 더운 곳이라 여름옷만 갖고 갔는데 저녁이 되니 찬바람이 몹씨 분다. 

엄청 춥다고 느낌이 들고 슬슬 감각이 무뎌져 올때쯤 대구행 10시차에서 빈자리가 하나 생겼다.

혹시나 예약했던 손님이 올까봐 10시정각에 타자말자 운전기사를 독촉하여 출발했다.

버스안은 엄청 따뜻하고 아늑했다. 대구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다.  카라치 출발하고 24시간 걸렸다.


1시간을 추위에 떨었지만 그래도 타고 내려온것이 얼마나 다행인데...

직원 보내놓고 청주행 버스표 한장을 반환(10% 감액후 환불) 시켰는데 나머지 한장은 10시정각에 급히 오느라 

반환하지 못하고 내 책상머리에 그냥 있다. 

3일 지나면 50%의 수수료를 공제하고 환불해 준단다. 버스회사, 너 잘 먹고 잘 살어라....


이번 일로 관세, 통관료, 전시장 경비, 호텔료등등 4천만원 가까운 경비를 썼다.

참 비싼 월삼금(月謝金) 내고 배웠다. 아니 강탈 당했다.

오늘 종손자들이 새배를 왔기에 카라치에서 생긴 이야기를 하며 이 나이에 비싼 월사금 내고 많은걸 배웠다고 했더니

"할아버지, 월사금이 뭐예요?" 하며 묻는다.

요즘 아이들은 월사금이 뭔지를 모르고 자란다. 등록금이라고 해도 될란가...


찾아주시는 블로거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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