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느긋하게 봄을 느끼고 싶다-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

master 42 2017. 3. 18. 22:21


여러해전에 지리산 산동 산수유 마을을 다녀왔다.

그때 산동에서 가까운 현천마을에서 물에 비친 산수유의 반영이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올해의 봄은 꽤나 일찍 찾아온것 같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내 앞에 닥아와있다.

그러나 난 이 봄을 맞이할 준비도 되어있지않고, 그럴 여유도 없이 무척 바쁘게 지낸다.

우리들 나이에 일 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 부러워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요즘 내 어께에 걸려있는 일들이 무척 힘겹고 일하다가도 슬며시 화가 나는 일들이다.

그래도 오랜동안 해 왔던 일들이라 주위 사람들 한테 내색하지 않고 매끄럽게 처리하고있다.


지난 1월26일, 파키스탄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하청공장의 공장장이 출장기간동안 갑자기 그만두었다.

직원들과의 불화로 오랜동안 쌓였던 갈등이 폭발했던것 같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했으면 어려운 일들도 

무난히 매끄럽게 해결되었을것 같은데 공장장의 꼬챙이 같은 성질에 시달려왔던 아랫 사람들과 충돌했고

그리고 공장장이 사표를 내고 그만 두었다.

내 입장에서는 4, 5년 동안 공들여 훈련시켜 그동안 안심하고 일을 맡겨두었고, 또 새로운 기계를 개발할려고 

설계 까지 마쳤는데 내 일을 전문으로 하던 공장장이 그만 두니 난감하기 짝이없다.







설을 쇠자 마자 공장에 출근해서 만들어 둔 부품들을 파악해보니 재고가 어느 정도는 있는것 같다.

그러나 막상 기계를 조립할려고 하니 다른 직원들은 도면 보는 방법조차 모르니 어느것 부터,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다.

또 1년전 부터 국내 샤워타올 업체로 부터 만들어 달라는 자동화기계는 작년말 부터 공장장이 부품들을 만들어 

두었으나 파악해 보니 아직도 많이 더 만들어야 하니 갈길이 아득해 보였다.


하는수 없이 밀링가공 기사를 채용해서 매일 부품도면을 챙겨주고 가공시켜 조립을 시작하니 내가 아침 9시전에 

출근해야하고 퇴근도 마지막 까지 일하고 늦게 퇴근하니 큰 시집살이 하는 기분이다.

공장안에서 일하는것도 있지만 재료와 베어링 같은 부품들을 모두 내가 직접 구매해야하니 짜증이 난다.

이 나이에 이렇게 까지 하며 살아야 하는지 불평스런 자문도 해 보았지만 그래도 해야되는 일이라 부지런히 

눈 딱 감고 했더니 그 끝이 보인다.

지금 까지는 이 모든 일들을 하청공장에 턴키베이스로 하청계약하여 만들어 왔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었고, 

난 설계와 해외영업에만 힘을 기울였다. 물론 인력관리도 하청공장 사장의 책임이라 자유로웠다.

이렇게 하기를 한달여 하고나니 어느정도 기계의 윤곽이 보이고 며칠전 부터는 서서히 운전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한다.




동강 할미꽃



공장앞 산기슭에 2월말 부터 매년 날아오던 백로와 왜가리가 어김없이 찾아와 둥지를 수리하는 모습을 보고, 

또 산자락을 따라 매화가 피기 시작하니 봄기운을 느낀다.

둥지를 수리할려고 부지런히 잔가지, 지푸라기 물고 날아다니던 백로와 왜가리들도 이제는 어느정도 둥지 

수리도 마무리 되었는지 날아다니는 모습이 뜸하게 보인다. 출, 퇴근하며 멈춰서서 둥지 수리하는 백로, 왜가리떼들을 

넋놓고 구경하다가 언제 카메라 갖고와서 새들의 모습을 몇컷 담아 볼려고도 생각했지만 마음 뿐인것 같다.

이웃에 살고있는 야생화를 좋아하시는분이 함께 야생화 사진 찍으러 가자는 이야기가 봄이오니 잊지않고 

생각 나지만 내 사정이 이러하니 같이 갈수없어 마음만 쓸어안을 뿐이다.


만드는 기계도 며칠후면 기계적인 부분은 마무리 될것 같아 전기장치와 프로그램을 하는 기사에게 맡겨두고 

며칠후 4박5일간 중국 황산으로 트랙킹 다녀올려고 한다.

년초에 계획했던 일이라 사드 문제 때문에 걱정했는데 엊그제 일정이 확정되었다 하여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맹장염 수술후 열심히 산행으로 몸을 가꾸었더니 요즘은 수술전 보다 더 등산하기가 가볍게 느껴진다.

황산 다녀오고나면 엄청 바뻐질것 같다.





4월5일 부터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도 다녀와야겠다.

파키스탄 전시회가 엉망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호치민 에이전트 한테 이야기하여 성공적이 될수 있도록 당부해뒀다.

미리 베트남의 바이어들 한테 초청장을 발송하고 전화로도 전시회 부스 방문을 부탁하도록 시켰다.

베트남 전시회용 카타록을 새로 만들기 위해 작년에 찍어둔 기계사진으로 며칠전 포토샾을 완료하고 출판사에 디자인을 의뢰했다.

또 황산 다녀와서는 전시회장에 걸어둘 기계사진 판넬도 제작해야 한다.

이런 모든 일들을 직원없이 나 혼자 할려니 매일이 바쁘게 지나간다. 한주일, 한달이 금방 지나간다.


정말 난 나이답지 않게 좀 번잡스런 넘인것 같다.

나도 남들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봄같은 봄을 느끼고 싶다.

느긋이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