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오늘은 제2일차 트랙킹이다.
간밤에 비가 뿌렸는지 베란다와 바깥이 축축하니 젖어있다.
호수가에서 야영하는 텐트도 비에 젖었는지 후줄끈하게 보인다.
아침 먹고 출발할려니 가랑비가 흩뿌린다. 모두들 우비 상하의를 꺼내 입고 머물렀던 산장 Alftavatn 을 출발한다.
난 하우의를 꺼내 드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고 남들보기에 부끄러워 얼른 감춰 보렸다.
69세때 킬리만자로 갈때에 상하 우의를 샀는데 그때 비가오지않아 입지않었고, 국내에서 당일 산행할때는 상 우의만 입고 하 우의를 입지않었다.
그때 접혀진 상태로 8년여를 보관했으니 고무 코팅된 안쪽이 가수분해되어 서로 접착되어 분리하는데 힘들었다.
출발할때는 비가 별로 오지않아 상 우의만 입고 출발했으나 1시간여를 진행했을때 좀 굵은 비가 오기 시작하여 하는수 없이 하 우의를 입었다.
그런데 1km도 가지않아 비가 오지않아 다시 벚었는데 가수분해된 고팅고무가 아랫바지와의 마찰로 허옇게 옷에 달라붙어 있었다.
남들 보기에 좀 창피스러웠지만 하는수 없이 4일차 트랙킹이 끝날때 까지 눈 딱감고 입고 다녔다.
그런데 바지에 달라 붙었던 고무피막이 걸어다니는 중에 건조되어 많이 떨어져 나갔다. 귀국후 세탁하니 모두 없어졌다.
등산화, 신발, 우의등 코팅된 제품이나 접착제로 붙여진 제품들은 주기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Alftavatn 산장을 뒤로 하고 2일차 트랙킹을 출발하지만 하늘은 역시 뿌옇고, 가랑비가 내린다.
우리들 뒤로 또 많은 트랙커들이 길을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눈녹은 빙하물이 흘러 들어오는 이 호수는 언제나 차겁지만 산장 주위의 이 날밤 온도는 별로 춥지않었고
어쩌면 안온한 느낌이었다.
온 산들이 겨자색깔 이끼로 덮혀있다.
풀한포기도 없다.
물론 나무도 자라지 않는다.
모두들 아이슬란드 산하를 빛내는 이끼를 밟으면 자연에게 큰 무례를 범할것 같은지 조심스레 좁은 산길을 걸어 올라간다.
둘쨋날 걷는 길은 첫날과 달리 가깝게 보이는 경치가 아니라 멀리 보이는 경치들이 마치 먼 나라에 온듯한 청량감을 준다.
화산재들이 질펀히 깔린 길들이고 그리 높지 않는 구릉지대이지만 모두 자연 그대로의 색갈이다.
이끼가 덮혀있는 겨자색갈의 먼산도, 걸어가는 화산재가 깔려있는 검은 황량한 평지길도 모두 자연 그데로의 색갈을 갖고있다.
화산재가 깔린 잘 정리된듯한 자연 그데로의 길도 어제밤 내린비와 오늘 조금씩 내리는 비로해서 먼지가 나지 않는다.
걷기가 훨씬 편하다. 킬리만자로를 오르던 그 화산재길은 엄청 먼지가 났었는데...바지 가랭이가 온통 화산재 먼지 투성이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걸어왔던 길은 Storasula 화산과, 2500년전에 용암이 흘러가며 쓸어내린 Maelifellssandur 사막지역이었다
멀리 보이는 산에서 빙하, 눈녹은 물이 모여 얕은 계곡을 만들어 흐르고, 또거칠게 흘러오는가 싶더니 좁은 계곡을 만들고 짧지만 우렁찬 폭포를 이룬다.
계속되는 화산재 깔린 길위에서 전날 산장에서 만났던 보급물자 운반하는 차를 만났다. 일행중 10시간을 걸어 무릅을 다친 여성회원이 타고 왔다.
모두들 오랫만에 만난듯 반갑게 하이파이브로 정을 나누고 몇시간후 만나겠지만 이별을 즐겨 아쉬워 한다.
화산재 사막길 위에도 찻길이 있고, 이정표도 있다.
워낙 오지라 다니는 차들이 많이 보이지 않고, 어쩌다 보급차 한대만이 보였다.
우리가 걷는 화산잿 길이 비에 촉촉히 젖으니 걷기가 엄청 편했다.
우선 먼지가 나지 않으니...그리고 발이 빠지지 않으니 피로감도 느끼지 않는다.
사막을 가로막고 기하학적인 삼각 모형의 산들이 버티고 서 있다.
그 옆을, 그 위로 따라 걷는다.
한동안 황량한 길을 걷는 기분도 난다.
걷는 앞길로 기하학적 삼각형 모양의 산이 버티고 있고, 걷는 우리들은 어느 우주의 행성에 떨어진 지구인 같은 감을 느낀다.
계곡에 흐르는 물길에 진하게 덮혀있는 겨자색 이끼가 마치 눈 화장한 여인의 아이라인 같이 보여 모두들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다.
우리들은 겨자색 이끼가 깔린 산 능선을 넘어서며 넓직한 빙하가 흘렀던 흔적이 있는 작은 강들을 만난다.
하나는 Eyjafallajokull 빙하고 다른 하나는 Myrdalsjokull 빙하다.
강폭은 좁으나 신발벗고 건너야 해서 모두들 갇고온 샌들로 갈아신고 급류에 발을 담그는 순간 모두들 아찔한 비명을 지른다.
눈녹은 물이라 얼마나 차가운지 중간쯤 건너올때 쯤에는 발목이 떨어져 나가는것 같았다.
그러나 모두들 건너와 발딲고, 신발 신고 출발하니 발의 피로감도 없어졌고, 새로운 청량감을 느끼며 출발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오늘 걷는 길은 어제 보다 많이 짧아 15km정도다. 또 등고 차이도 40m정도이니 먼산 경치를 보며, 화산재길의 감촉을 느끼며 걷는 기분좋은 트랙킹 길이다.
그래도 높지는 않으나 능선 고갯길을 자주 넘어야 한다.
또 능선 마루에 모여 갖고온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감흥을 이야기하며 모두들 즐거워 한다.
우리들 평생에 이런 길은 처음이고 마지막 길일 거라고 하면서....
어느 눈 화장한 여인의 야한 짙은 형광색 아이라인 같은 실개천이다.
높은 능선마루를 넘어서니 멀리로 펼쳐진 만년설이 덮힌 산들, 빙하와 내려깔린 구름들을 감상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능선 무라를 내려서면 아래로 오늘 머무를 산장 Emstrur 가 보이고, 여유스럽게 잘 만들어진 좁은 찻길을 따라 내려선다.
오늘 걸었던 길은 15km, 표고차 -40m, 6시간 걸렸다.
두쨋날 묵었던 산장은 정말 오지여서 보급품 조달이 어렵다고 한다. 먼길을 돌고돌아 짚차가 배달해 주니 값이 비싸다.
트랙킹중에 머물렀던 3곳의 산장들은 태양열로 전기를 얻어 겨우 조명만 하는 정도고, 와이파이는 물론 충전용 콘센트도 없다.
휴대폰 충전은 10,000원을 줘야 충전 시켜준다. 물론 카메라 밧테리는 아예 충전해 주지 않는다.
난 2개의 카메라 밧테리를 갖고 갔는데 모두 보조 밧테리로 충전시키며 다녀서 별 문제는 없었으나 조마조마했다.
이날도 흐려서 밤하늘의 별을 보지 못했다.
아이슬란드 하일랜드 트랙킹 길위에서 북극의 영롱한 밤별을 찍을려고 준비하고 왔는데.....
오늘밤도 실패다.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른다고 했던가...
가랑비가 오락가락 하니 이 분들은 아예 우의를 입고 걸어간다.
또 날씨가 쌀쌀하니(15도) 보온 효과도 좋아서다.
걷는 길이 평탄하고 높낮이가 그리 많지 않으니 걸으며, 담소하며....
야한 농담도 주고 받으며 걷겠지 ㅎㅎㅎ
사나이들, 그 나이가 되었거던요....
이곳 화산재 사막을 걷노라니 주위에 많은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으니 빨리피었는지 벌써 가을 채비를 한 야생들이 많이 보인다.
열매를 맺고, 씨들이 뿌려지면 곧 겨울이 오고 눈이 쌓이겠지...
마지막으로 아이슬란드, 놀웨이에서 찍어온 야생화 사진들을 모아 올려 볼가 합니다.
폭포의 효과를 표현해 볼려고 카메라를 조작하여 장노출 기술을 부려봤다.
그런데 역시 ND필터의 장노출 만큼은 따라가지 못 하는것 같다.
삼각대 무게가 겁나서 아예 갖고오지 않었다.
그러나 ND필터는 혹시나 해서 갖고 왔지만 사용하지 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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