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25) 저녁에 카라치 에이전트에 근무하는 내 기계를 설치하고 A/S를 전담하는 기사 Mr. Imran 한테서
whats app을 받았다. 보내온 사진을 보고 난 기절 할 뻔 했다.
한 달 전에 수출했던 기계를 설치하고 시운전하기 위해 기계를 점검하던 중에 원단의 가장자리 부분을 정확하게
감아주는 장치가 이상해서 커버를 열어보니 그 안에 있어야 할 부품들이 하나도 없고 비어 있어서 즉시 사진
찍어 보내며 어떻게 된 거냐며 물어왔다.
오래전에 특허를 받은 이 장치는 내가 만드는 기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정밀한 장치라서 언제나 내가 직접 조립하고
성능 검사를 한다. 좌, 우측으로 구성되는 한 대분은 직접 조립하고 성능검사 까지 마치는데 6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이 장치 속에 있어야 할 중요 부품이 없이 커버를 닫은 상태로 수출되었으니 사고 중에 큰 사고다.
내가 만든 이 장치를 기계위에 장착하면서 조립기사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하는데 이 과정도 그냥 지나갔다는 것이다.
난 이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오랫동안 기계를 만들어 오면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것이 나를 더욱 놀라게 한다.
금년 나이가 80이라 종종 기억이 없을 때도 있었고, 물건을 손에 잡고도 허둥댔던 적도 있었다.
약간은 멀어져가는 청각, 시력들을 걱정하며 일하고 있지만 이런 큰 사고는 처음이라 어제 밤에는 뜬눈으로 지냈다.
새벽에 일어나 공장에 나가서 지금 만들고 있는 기계에서 이 장치를 분리해 포장해서 국제특송화물 DHL로 파키스탄
카라치로 보냈다.
마침 그 공장에 3대를 수출했기 때문에 다른 기계를 조립, 시운전하는 동안 보낸 부품이 4일후에 도착하면 큰 문제없이 작업이 이어질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그러나 이런 일들이 앞으로 또 일어날 것을 생각하니 끔직하다.
내가 걱정스럽고 겁이 난다. 내가 무서워진다.
이런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가 했던 일들이고 또 일어날 일들이라 걱정스럽고 무섭다.
저녁에 읽은 기사에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사람의 뇌 기능을 무의식적으로 변하게 하는 방법을
과학자들이 알아냈다고 한다. 디코디드 뉴로피드백(Decoded Neurofeedback)이라는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공포증 또는 불안증과 같은 심리 상태를 치료할 잠재력을 지녔다고 한다.
생명과학은 이렇게 발전해 가는데 늦은 나이에 이런 기사를 읽으니 앞으로 닥아올 시대가 궁금해 진다.
오늘 하루 내내 우울했는데 그러나 난 하던 일, 할 수 있는 일들은 계속 하고 싶다.
코로나, 어서 물러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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