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본에서 온 친구 아오이(靑井)씨 한테서 진주 팔찌를 선물로 받었다.
흑진주와 백진주를 혼합하여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번 방문때 자기 팔목에 끼고 있던 팔찌를 자랑하며 자기가 직접가공하여
만들었다고 자랑하며 이런 팔찌는 세계에서 이것 하나 밖에 없다고 자랑했을때
나는 좀 의아해 했다.
물론 친구 아오이씨가 손재주가 있는걸 알고있지만 그렇게 섬세한 디자인으로
팔찌를 만든다는건 상상 하지도 않았다.
나는 처음에 팔찌를 보는 순간 그가 당뇨를 앓고 있기에 건강 팔찌 인줄로만 알았다.
엊그제 만난 자리에서 나에게 그가 만든 또 하나의 팔찌를 보이며 이것은 자기가
두번째 만든 팔찌라고 하며 내 손목에 걸어주는게 아닌가.
나는 본래부터 남자가 반지나 팔찌를 끼고 다니는걸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던터라 끼워주는 팔찌에 대해서 고맙다고는 했으나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주는 선물을 그 자리에서 팔목에서 빼서 포켓으로 넣을수도 없었다.
그냥 차고 저녁도 먹고 술도 한잔 했다.
술이 취해서 호텔로 돌아와 그냥 자고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아오이씨가
내 팔목을 잡으며 팔찌를 어떻게 했느냐고 묻길래 포켓에 넣어둔 팔찌를 꺼내어 찼다.
그러나 팔찌를 차는데 생활화 되지도 않았거니와 남들 보기에도 별로인것 같았다.
광명시에서 업무를 마치고 KTX로 대구로 오는 기차속에서 옆에 앉은 젊은 여자가 내
팔목을 힐끔 거리며 팔찌를 자꾸 보다가 "아저씨, 이거 진주 아닙니까?" 한다.
그때서야 얼른 알아차리고 겸언쩍어 하면서 옆자리에 부자간에 앉아있는 아오이씨를
가리키며 "일본 친구가 오면서 선물로 준 거랍니다" 하였다.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고 물으니 결혼할때 시어머니가 패물을 골라줄때 흑진주가
탐이나서 곁눈질을 많이 했다고 하며 돈이 생기면 하나 장만할려고 한다고 한다.
좀 부러워 하는 눈치인지 아니면 주책 노인으로 보는지는 알수 없으나 뒤가 켕긴다.
대구에 내려서 점심 먹는 자리에서 친구한테 옆자리 앉았던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아는 사람들은 안다고 하며 친구는 흡족해 했다.
글쎄, 나야 이 친구가 돌아가고 나면 내 팔목에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데 또 이친구가
한국에 올때나 내가 일본에 갈때 친구가 준 팔찌를 찾아 팔목에 차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
하니 금방 답답해 진다.
팔자에도 없는 진주 팔찌를 친구가 돌아가는 내일까지는 차고 다녀야 한다.
손목이 답답해서 시계도 잘 차고 다니지 않는 내가 왜 이러넌지 모르겠다.
친구 아오이씨의 둘째 아들과 며느리 : 음식맛이 좋아 항상 손님이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