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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골 사람들

친구들

by master 42 2005. 6. 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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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 아파트 단지

달비회,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달비회가 어떤 모임인지를 잘 모를것 같다.
한때는 달같이(전두환 대통령 같은...) 높이 뜨다가 오비이락으로 떨어져 지금은 아주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 그 달비회의 월례회를 마치고 들어와 그 이야기를 적어 본다.
대구 서쪽 끝단, 월배라는 곳이 있고, 그 남쪽 비슬산 줄기가 대구의 끝자락에 머무는곳, 
이름하여 달비골이 있다.
그 골짜기 오른쪽으로 수밭골이 있고, 지금은 개발된 도원지(桃園池)가 오색 찬란한 밤 
분수를 품어 올리는 곳이다.
그 도원지를 어깨에 매달고 뻗어있는 들판에 1만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있으니 대곡(大谷)
단지라 일컷는다.
이 모든 지역과 성서 일대를 아우르는 달서구에 사는 K 중고 동창들의 모임으로 매월 만나니 
그 이름하여 달비회라 하고 있다.
이제 나이가 60대 중반을 향하고 있으니 햇 늙은이들이라고도 할수 있으나, 일찍 학교에 
들어간 친구들은 아직도 교수직을 3~4년 더 하고 정년을 맞는다니 일찍 백수된 친구들은 
행복한 직업이라고 모두들 부러워 한다.
시의원 몇번하고 스스로 물러난 정치 철학을 갖춘 친구는 아직도 3선 국회의원된 친구를
빗대어 욕심 그만 부리그라 하고 언성을 높힌다.
대구 서쪽 끝자락 월배에서 K중고까지 걸어다니며 3년 개근상을 받았다고 자랑하는가 하며,
등교길에 어느 고등학교 학생들과 몸싸움했던 전과를 낱낱이 기억하는 열혈남도 아직 있고,
2.28 주역의 선봉에 서서 공권력과 맞싸웠던 기억을 목청높이며 지금의 한국의 민주주의의
태동을 알리는 대열에 참석했노라 목청을 돋구는 우리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자랑 스러웠던 일이었던지... 반성도 해 보면서...
우리들 동기회에서 장관과 시장을 여럿 배출했다는걸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럿은 그건 그들의 잔치로 한켠으로 비켜 세워두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신들 자식 혼사에
청첩을 했을때 오지 않으면 크게 섭섭해 하며 심한 언성도 높이는 친구들도 있다.
여러 분야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친구들이 많으니 모임을 할때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고,
서로가 만만하니 언성이 자연히 높아진다.
그래도 서로가 큰 감정의 골이 없으니 상대를 그러려니 하며 맞장구도 치고, 반대 의사도 
개진한다.
중학교 1학년때 몇반에 있을때 누가 어떻게 했고, 어느 친구는 지금도 친구들에게 빈대 
붙으며 살아 간다는 슬픈 이야기도 들려준다.
또 그 동안 삶을 마감한 친구들의 사라진 이야기가 우리들을 슬픔에 젖게 만든다.
중고등 학교때 기억에 남는 선생님들의 성함은 잊었지만 별명은 분명히 기억하며 그때의
에피소드를 목청높여 이야기하며 서로가 호탕한 한바탕 웃음 잔치를 벌린다.
그러다가 매년 스승의 날에 은사님을 초청했는데 유고로 참석치 못하셨던 선생님의 기억을 
더듬으며 인생의 무상함을 일찍 느낀다.
누구는 아직도 현역에서 열심히 뛰는가 하면, 어느 누구는 IMF의 고개를 넘지 못하고 
사업의 날개를 접고 실향하여 있다고 하고, 용기를 갖춘 어느 친구는 재출발한 사업이
서서히 순풍을 달고 있다는 대목에서 모두들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지 등산회 소식중에 3시간 이상 등산하지 말자고 목청을 올린다.
매월 만나는 이 모임 끝에는 몇년전만 해도 뒤풀이로 2차를 가던가, 노래방엘 갔었는데
요즈음은 그냥 조용히 제집앞으로 가는걸 보면 석양은 넘어가고 있음이 분명한것 같다.
그래도 술이 곺으던지, 친구와의 정 나누기를 아쉬워 하던 친구들은 삼삼오오 몇사람
짝 맞추어 2차를 간다.
나는 오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친구 둘과 생맥 500CC를 마시고 들어왔다.
입가심으로.....
또 달비회 모임의 특징은 학교때 상용했던 정겨운 욕을 거리낌없이 해댄다.
십전짜리로 시작해서 중간 수준의 욕으로 발전하다가 어느 수준이 되면 서로가 정리한다.
정을 주고 받던, 살을 부비며 살았던 그때를 회상하는, 그리 상스럽지 않는 로맨티스트
들의 욕으로 끝자리를 마무리 지운다.
내일 각자의 자리에서 또 열심히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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