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초에 일본에서 손님이 다녀갔었는데 엊그제 그분들이 또 와서
오늘 아침에 돌아갔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방문했던 거래선에 주문을 하러왔고, 또 더 다른 품목들을
수입할려고시장 조사차 두어사람 더 같이 왔다.
그 중에 20년 가까이 친하게 지내는 내 일본인 친구 아오이(靑井)도 아들과 함께 왔다.
작년에 오고 처음이라 반가웠다.
나와 동갑이라 몇년전에 회갑잔치를 한다며 일본으로 나를 초청하여 그의 가족,
친지들과 함께 즐기고 온 일이 있다.
우리나라도 요즈음은 한갑 잔치를 잘 하지 않는데 일본 사람들이 왠 한갑 잔치냐고
웃으며 이야기 했더니 자식들이 굳이 해야된다고 하기에 한다며 자식들이 만들어준
빨간 저고리와 모자를 쓰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 나에게도 빨간 모자를 씌워 주며 함께 사진도 찍으며 즐거움을 나누었다.
그러나 이번에 온 친구 아오이는 언듯 보아서도 얼굴에 병색이 감도는걸 느꼈다.
오랜 지병인 당뇨가 더 심해서 요즈음은 인슐린 주사를 매일 맞는다고 한다.
또 다리 관절이 더 나빠져서 걷는데도 힘들어 한다.
내가 담배도 끊고, 술도 마시지 말라고 하니 그냥 웃기만 한다.
이제 사업은 아들이 맡아서 하니 시간내어 소일삼아 아들일을 돕는다고 한다.
이번에도 한국에서 기계를 수입해 볼려고 이틀동안 나와 같이 거래처를 돌아다녔다.
가능성을 발견하고 어제 저녁에는 기분이 좋아 술도 조금 마시며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친구의 건강이 걱정된다.
작년에 만났을때 보다 더 당뇨가 심한것 같다.
약을 갖고 다니며 시간 맞추어 먹고, 인슐린 주사를 갖고 다니며 맞을 정도라니
앞으로 더 병이 깊어지지 않을가 걱정된다.
어제 저녁 기분 좋아하며 몇일후에 일본에서 사쿠라 하나미(花見) 하자며 오라고 한다.
몇번 친구와 그의 가족들과 함께 벗꽃 아래에 앉아 떨어지는 벗꽃 잎을 완상하며 술마시며
즐겼던 그때가 생각 난다.
벗꽃이 피면 일본인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타오르는 꽃에 도취되어 흥분되는것 같다.
그때는 벗꽃나무아래 좋은 자리는 침낭펴고 밤을 지새우며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술잔에 떨어지는 꽃잎을 마시며 흥겨워 하는 일본 사람들은 그때만은 춤도 추고 노래하며
난장판을 쳐댄다.
우리나라 유원지나 관광지에서 술취한 사람들의 추태를 보는듯 하다.
그러나 그런 추태도 일부에 지나지 않고 꽃에 취한 그들은 끝나면 냉정을 찾아 주위를
깨끗이 정리하고 돌아간다.
오늘 아침 KTX를 태워주며 작별 인사를 하는데 헬쓱한 핏기없는 친구의 얼굴이 더욱
안스럽게 느껴진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