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섣달 그믐날 두 친구를 보내고....

master 42 2005. 2. 8. 17:28

오늘이 섣달 그믐날이다.
내일이면 정월 첫날, 설날이다.
아침에 옆동에 사는 친구 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랫동안 위암으로 투병해 왔던 친구 K가 영명 했으니 상문을 가잔다.
약속을 하고 몇 친구와 만났더니 또 어제 저녁에 오랫동안 간 때문에 
고생해왔던 S가 저 세상으로 갔다고 한다.
한날에 두 친구를 저 세상으로 보냈다.
K와는 오랜동안 등산을 같이했고 호주가 였기에 종종 만나 술을 
즐겨 마셨던 친구다.
워낙 입이 무거워 K의 입이 열리면 모두가 신기해 할 정도였다.
등산을 좋아하여 항상 선두 그룹으로 올라가고, 내려올때면 
산 쓰레기를 거두어 내려오는 정의감이 투철한 친구였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다. 
큰 딸아이는 여러해 전에 성혼시켰고, 아들은 아직 미혼으로 있다.
딸과 사위가 모두 KAIST박사 출신으로 S전자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촉망받는 젊은이들이다.
언젠가 추석전에 집엘 들렸더니 딸과 사위가 회사 업무로 출장 
간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자랑스러워 하던 모습이 떠 오른다.
IMF의 어려웠던 그 시절에 사업의 나래를 접고 등산으로 소일하며 
술로 울분과 시름을 달래며 지내오다 그래도 일하고싶은 욕심에 아파트 
경비직을 충실히 해냈던 친구다.
그러다가 소화가 잘 되지않고,속이 시리다며 약방에서 간단한 
약만을 사먹으며 지내다가 동네 병원엘 들려 진찰을 받으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큰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았을때는 벌써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수술후 3년 가까이 10여차례의 항암제 투약의 후유증을 이를 악물며 
끈기로 이겨내었다.
작년 추석때는 친구들과 동네 뒷산 마을 정자 나무밑에서 즐겁게 놀고 
2차로 노래방 까지 가서 즐기기도 했었는데...
S와는 대학 다닐때 한 하숙방에서 같이 딩굴었던 친구다.
중학교때 수영을 잘하였고, 청도에서 과수원을 했던걸로 알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별로 만나지 못하다가 십수년전에 우연히 대구에서 
술 좋아하는 친구들과 여러번 같이 만났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오래전에 간이 나빠져서 금주령을 받고 있었는데 건강을 게을리
했던걸로 짐작이 간다.
더우기나 S의 부인도, 두 아들도 처음 만남이라 상문자리가 서먹하였다.
설 대목아래 두 친구를 보내고 상문을 다녀오니 마음이 착잡하다.
내일이 설날이기에 문상하는 친구들도 별로 보이지를 않는다.
우리 풍습에 조상 제사를 앞두고는 상가에 문상 가지않기 때문인지....
친하게 지내던 몇몇 친구들이 오늘밤도 늦게까지 친구 빈소를 치키기로 약속했다.
오늘 문상때 K의 부인이 한스럽게 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렇게 갈것 같으면 술 좋아하던 저 양반한테 마지막으로 술이라도 
한잔 드릴걸...친구분들이 같이 마시는 기분으로 술이나 드시러 오세요..."
설 대목이라 도로가 횡하니 비어있어 차 달리기가 편하다.
친구들아! 떠날려면 설이나 쇠고 떠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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