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백두대간과 야생화-친구의 글이 하도 좋아...

master 42 2005. 10. 6. 07:25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많은 야생화를 만났고 또 디카에 담아도 보았다.
지난 늦봄 나보다 먼저 백두대간을 종주했던 친구가 백두대간을 걸으며
야생화를 보고 느꼈던 글이 하도 좋아 이곳에 옮겨 본다.
 

해마다 봄이 오면 매화소식이 제일 먼저 남풍을 타고 북상하면서 
우리강산을 서서히 온갖 꽃으로 수놓는다. 
작년 3월말 대간을 시작할때 "힘든다는 이길을 과연 완주할수 있을까?"하고 
망설였고, 한두번 따라 다니면서 할 수 있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대간길이 막판에 접어들었기에 그간 심신의 단련도 일취월장 했지만 
무엇보다 값진 意外의 선물은 우리강산에 널리 퍼져있는 야생화에 늦게나마 
눈을 떴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야생화와 더불어 보낸 지난해의 수많은 시간들은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다. 
매주 알게 모르게 야생화를 볼수있는 대간길은 언제나 즐겁다. 
우리국토가 지닌 숨은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는 초등학교 시절의 소풍이다. 
마치 보물찾기에 나서는 어린이의 들뜬 기분이다. 

 

우리는 흔히 봄에 가장 많은 꽃들이 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봄 가을 보다는 그래도 여름철에 가장 많은 야생화를 볼수있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낮은 산에서 높은 산에서 차례로 아름다운 야생화에 흠뻑 취할수 있는 대간길은 문자그대로 天上花園이다. 노란 꽃으로 시작된 초봄은 진달래 산벚꽃의 핑크빛으로 절정이되고 곧이어 붉은 꽃의 여름이 오고 보라색 꽃들의 가을로 계절이 깊어간다. 꽃들도 품격이 있어서 들에 피는 흔한 꽃은 격이 좀 떨어진다. 아름답고 품격이 높은 꽃은 높은 산속 호젓한 곳에 숨어있다. 그곳의 꽃들은 강한 자외선을 받아 색상이 좋고 주변 생태계가 완전하여 발육도 좋은 편이다.

 

이런 아름다운 야생화로 단장된 대간길을 원도 한도 없이 다리가 아프도록 걸을수 있다는 것은 내 삶의 여러순간들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이 기쁘고,視覺이 온전한 것이 감사하고,이렇게 아름다운 땅에 살고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다. 행복은 그것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의 것이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자리의 아름다움을,소유하고 있는 만물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간종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야생화 풍경은 무박 남덕유산 구간의 안개와 비바람에 휩쌓인 무룡산 비탈의 幻像적인 야생화 화원이다. 絶景이었다.

 

사람도 날릴만한 강풍인데 하늘하늘 춤을 추는 듯한 꽃들은 대견스럽기도 했다. 이런 아름다운 순간들은 지금도 머리속에 그림처럼 선연하게 남아있다. 모든 기억들은 시간과 더불어 퇴색하기 마련이지만 이런 좋은 기억들은 좀처럼 빛이 바래지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면 나는 눈을 감고 그런 행복한 정경들을 再現하고 그곳을 거닐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어떤 수면제 보다도 월등한 신통력을 발휘한다. 야생화 한송이는 우주와 맞먹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참으로 하찮아 보이는 꽃,직경이 1센티도 않되는 꽃도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때가 되면 어김없이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 작은 생명의 비밀을 풀 수 있다면 신도 사람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알프레드 테이슨의 통찰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갈라진 벽 틈에 한 송이 꽃 나 그대를 뽑아 들었네 여기 내 손에 그대가 있네. 뿌리와 모든 것이 작은 꽃 한 송이- 그러나 그대가 무엇인지 안다면 뿌리와 모든 것 .모든 것의 모든 것을 안다면 신이 무엇인지, 사람이 무엇인지 알수 있으련만

 

야생화란 무엇인가? 자생하는 식물의 꽃이다. 자생식물은 무엇인가? 인간이 가꾸지 않고 育種하지도 않은 신의 창조물 그대로의 식물이다. 우리 땅에서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모진 비바람을 맞으며 곱게 핀 꽃이다. 꾸밈이 없고 뽐냄이 없는 것이 야생화의 매력이다. 이땅의 야생화는 색상이나 모양이 외래종에 비하여 그렇게 요란하지 않다. 우리의 전통 청자와 백자가 갖는 품격과 소박함이 우리 꽃에도 그대로 있다. 야생화가 자라는 환경은 원형그대로의 자연일 것이다. 그래서 야생화를 환경의 指標식물이라고 한다. 환경파괴 정도를 알려주는 식물이란 뜻이다. 희귀야생 식물이 자라는 곳은 환경생태가 잘 보존된 땅 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다. 대간길이야 말로 자연과 보다 가깝게 교감할 수 있는 곳이 아니겠는가? 밤 하늘의 한반도를 위성사진으로 본적이 있다.수도권과 대도시 주변은 불빛이 검은 바탕에 희뿌연 점을 찍어 놓은 상태다. 그 불빛이 가까운 곳일수록 아름다운 야생화는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대간길은 통해 경험으로 깨우쳤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생화는 주로 위성사진의 어두운 부분에 자생한다. 그곳이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正脈부분인데, 야생화 선생님과 더불어 보다 아름답고 많은 야생화를 볼 수 있겠다는 꿈에 부풀어있다.

 

 

"자연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워즈워드는 말 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인간은 자연을 배신하지 않아야 한다. 자연에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 자연은 은총을 배푼다. 시인 안도현도 그렇게 노래했다.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주빛이지 자주빛을 툭 한번 건드려 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거야 사랑이란 그런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옆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