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이야기

안락사

master 42 2005. 10. 20. 10:05
귀국하자 말자 곧장 공장으로 들러 그 동안 밀렸던 일들을 챙긴다.
그래도 직원들은 제 몫을 충실히 해 놓은것 같다.
오후 4시경 술(酒)시가 되니 앞집 식당으로 가서 궁금하던 입을 다신다.
지난번 중국에서 파키스탄으로 곧장 가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직원(김상무)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오랫동안 같이 살았던 집안 식구를 안락사 시켰던 이야기를 
듣고 마음 한구석이 찡하다.
10년 후배인 김상무는 나와 20년 가까이 일을 같이하고 있다. 창업 동기인 샘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의 후계자 이기도 하다.
내 아들이 의사이니 지금 하고 있는 업을 계승할 수 없으니 그렇기도 하지만 20여년을 
같이 일해온 후배에게 사업을 물려준다는게 더 바람직 할것 같아서다.
벌써 여러해 전 부터(한갑때 부터) 국내 사업의 반을 김상무한테 양도했다.
그리고 외국 영업권도 몇년내로 양도 할려고 한다.
또 내가 갖고 있는 특허권도 양도해 주고, 국,내외 시장의 영업권은 물론이고 갖고있는 
도면과 시설 일체를 무료로 넘겨줄려고 한다.
넘겨 주고도 소일 거리로 설계나 외국과의 영문 메일 작성도 도와 줄려고 한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고 부터 나는 김상무의 집을 종종 들락거렸다.
그때 조그만 강아지 한마리를 집안에 키우고 살았는데 얼마나 악바리 같이 짖어대는지...
그동안 몇번 새끼를 놓고, 키우는 모습을 지금까지 옆에서 보았다.
지금의 대학 4학년인 따님이 어릴때 였으니 같이 커왔다고 할수 있다.
한식구 같이 집안에 살았으니 고운정, 미운정이 다 들어 주인의 숨소리, 눈짓 하나만 
보고도 개는 금방 알아차리고 퇴근할때 주인의 차소리, 크락숀 소리만 듣고도 반갑게 
짖으며 문앞으로 마중간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강아지가 아니 개가 여러해 전부터 노인(?)이 되더니 사람들이 와도 짖을 생각도 
않고 매일 잠만 자고, 잘때는 코도 드렁드렁 골고 하며 노화가 갑작스레 진행되드란다.
2년전 부터는 앉았다가 일어설때는 온 몸이 아픈지 깨갱 거리고 아픈 시늉을 하기 시작
하더니 최근에는 누웠다가 일어나는 일 조차도 매우 힘들어 했단다.
이렇게 노화 되어가는 상항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같이 살아온 세월이 너무 아까워 
따님은 같이 아파도 하고 걱정으로 밤도 새우고 했단다.
최근 주위로 부터 안락사 이야기를 들어왔으나 아이들이 완강히 반대하여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파키스탄에서 돌아오니 개는 완전히 들어누워 일어날줄 모르고 식물개(?) 같이 
사람들의 손이 가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죽을것 같이 괴로워 하드란다.
그래서 식구들 모두의 합의로 사랑하는 개를 안락사 시키기로 하고 다니던 가축병원에서 
편안히(?) 하늘 나라로 보내고, 집 뒷산 양지 바른곳에 묻어주었다고 한다.
같이 커온 딸이 얼마나 슬피 울고 몇일을 시무룩 해 있더란다.
온식구가 20년 가까이 같이 살았던 개가 없어지니 집안이 텅 빈것 같다고 하며 있을때는 
잘 모르나 나간 자리는 금방 느낀다고 하며 같이 살았던 정이 무섭다고 한다.
김상무는 이제 부터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려고 한다.
딸도 곧 시집 갈것이고, 자기 부부도 늙어가니 하나라도 정리하며 살아갈려고 한다.

'주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스비 잔돈 준비...  (0) 2006.01.04
말씀 낮추세요.  (0) 2005.12.15
렌즈로 담아온 텃밭의 사계(四季)  (0) 2005.11.29
지하철 전동차 선반 때문에...  (0) 2005.06.21
TV뉴스를 보다가...미터법 이야기  (0) 200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