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이야기

말씀 낮추세요.

master 42 2005. 12. 15. 19:30

며칠전, 내가 만드는 기계의 CE마크를 신청하기 위하여 자문을 받으러 Y회사의
P상무를 만나러 가서 몇마디 수인사를 나누고 차한잔을 나누는데 갑자기 P 상무가
정색을 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이사장님, 제가 P원장님 막내 동생 입니다. 
이사장님의 말씀은 형님한테서 오래전 부터 익히 들어왔습니다만 오늘 이렇게 
처음 뵙습니다. 앞으로 말씀 낮추 십시요" 라고 한다.
중, 고등 친구로 정형외과 원장인 P 박사의 막내 동생이라고 하니 P 박사 한테서
여러번 들었던 기억이 나서 금방 지기를 만난것 같이 살가워 졌다.
또 말씀을 낮추어 하라하나 P상무의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었으니 함부로 대할 
처지는 아닌것 같아 그냥 우대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 선후배의 만남에서 말을 낮추어 할때와 우대를 할때를 분간 하지 못하고 함부로
대하다가 후배 한테서나 주위 사람들 한테서 창피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에
나는 언제나 후배와의 만남과 교우에서는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60년대 말에 고향 대구에 낙향 정착하여
지방 도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대구가 그 당시만 해도 보수적인 사회라 선후배 관계를 엄격히 다스리며 사회 단체에 
가입하게 되면 어느 대학 졸업했느냐를 묻지않고 어느 중, 고등하교를 졸업했으며 
몇회 졸업생인지를 따진다.
그때만 해도 젊은 나이라 어디를 가나 허리를 조아려야 할 만큼 나이가 어렸다.
그러나 사회단체의 구성은 여러 계층의 직업과 나이 차이가 있기에 조심하지 않을수 없다.
더우기 나이 몇살위의 선배가 가깝게 지낸다며 서로 말을 트자고 할때가 가장 조심스러웠다.
그때는 "선배님 무슨 말씀을 ..." 하며 깎듯이 존대말을 계속 쓰면 상대방도 그리 
만만히 대하지 않고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것 같았다.
또 후배 한테 만만하다고 해서 말을 함부로 낮추어 트다가는 언젠가는 불편한 관계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항상 존대말을 쓰는 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조심스런 말씨로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선후배 사이가 지금도 오래 지속되고 있는것 같다.
물론 술한잔 같이하며 거나하게 흥이 올랐을때는 짬짬이 육두문자를 섞은 농담스런 낮춤
말을 할때도 있었다.
그럴때는 더욱 흥이나고 살갖 부비는듯한 질퍽한 마음으로 서로가 가까워 진다.
두어주 전에 영덕으로 등산가는 단체에서 고등학교 10년 후배 다섯분을 만났다.
내가 2학년때 등산반을 만들어 기념등반 까지 했었던 일과, 그해 겨울 어린 나이에 
소백산 적설기 종주 등반을 했던 이야기를 하며 옛날을 회고했다.
만난지 몇분만에 후배들이 "선배님, 말씀 낮추십시요"라고 하며 존대말을 쓰는 나에게
5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한사코 어리광 스런 후배가 되기를 자청하며 분위기를 돋군다.
그러나 처음 만나는 50 중반인 후배들 앞에서 함부로 말을 낮추기도 어려워 어중간 하게 
대답하다가 하산주를 마시며 술에 얼큰히 취했을때 간간히 남자들의 말트기를 쉽게 하며 
흥을 돋구며 즐겼다.
그래도 공식적인 만남이나, 사회활동의 만남에서는 선배로서의 말 씀씀이를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걸 생활화 하고 있다.
옛날에 상놈이 양반을 등에 업고 물을 건널때 양반이 "자네한테 말 놓겠네." 하니 상놈이 
" 나도 놓겠네" 하며 양반을 물에 처넣은 일이 있었단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니 서로를 존경하는 대화가 우리들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것 
같고 그 관계를 오래 영위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요일날 백두대간 종주를 함께했던 15~20년 후배들과 등산을 가는데, 후배들이 종종 
말씀을 낮추어 하라고는 하나 그래도 가볍게 낮추어 말하지 않으니 서로를 존중하는것 같다.
하산주를 마시며 후배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이 사람들아, 내 칠순 잔치에는 꼭 와야 한데이."  
모두들 "불러만 주이소."
칠순 잔치를 할지, 않할지도 모르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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