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이야기

렌즈로 담아온 텃밭의 사계(四季)

master 42 2005. 11. 29. 07:26

 

<다음의 사진 편집을 이용하니 사진이 흐릿하게 나옵니다. 양해 바랍니다. >

내가 시내 번잡스런 소음과 먼지를 피해서 이곳 대곡으로 이사 온지도 벌써 7년여가 되었다.
아들넘 장가 보내고 그 이듬해인 98년 초가을에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딸아이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또 서울사는 예비 사위와 정혼한 사이여서
우선 집 규모를 줄이기로 작정하고 복덕방에 내어 놓으니 IMF때라 값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평수가 큰집에 아내와 둘이서 사니 관리비는 차제에 두더라도 집안 청소에 몸이 
성치 않은 아내가 너무 힘들어 한다.
또 집이 사람을 이기면 사람이 다친다는 옛말이 생각나서 얼른 팔아치우고 그 대금으로 
물좋고, 공기 좋은 청룡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작은 평수(32평)로 이사를 했다.
이사와서 생활하다 보니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 넓은 평수의 
밭을 분활하여 텃밭으로 분양하거나 임대하고 있었다.
그 이듬해 부터 그 텃밭에서 소일 삼아 일하는 아마추어 농군들의 삽, 괭이질 하며
텃밭 일구는 모습을 매일 보게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내 생활도 바쁘고 하여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몇년전 부터 
디카를 장만하여 집앞 산과 들로 연습삼아 찍으러 다니다가 작년에 본격적으로 SLR형 
디카를 구입하고 망원렌즈 까지 마련하니 내집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는 텃밭의 사계절을 
담고 싶어져서 한 1년반여를 한달 간격으로 담아 정리해 두었다.
또 텃밭을 일구는 아마추어 농군들과 때때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
사진에서 보면 허름하게 움막 처럼 지어놓은 집이 보이는데 그곳에 여러 사람들이 한데모여
하루를 지내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여름이면 발을 처놓고 바둑, 장기를 두던가, 아니면 소주로 마음을 달래는 노인분들이 많다.
대체로 평균 연령 70에 가깝다.
사업하다가 그만둔 사람,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사람, 공직생활 했던 사람들....
많은 직업을 갖었던 사람들이 현직에서 물러나 10여명씩 끼리끼리 모여 텃밭을 일구는
두패의 무리가 있다.

 

 

또 개인이 소일 삼아 텃밭을 임대하여 나이든 아내와 같이 일구거나 바쁠때는 자식들이 도와 주고 있는 모습도 자주 눈에 들어왔다. 내가 몇일전에 만났던 78세의 건장한 노인은 검정콩을 콩깍지에서 털어내고 있었다. 큰 아들이 서울에서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라 하며 아들이 한사코 말린다고 한다. 그래도 일할때가 가장 즐겁다고 하며 경로당에 가지 않는 이유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힘들여 공부시켜놓은 큰 아들이 출세하여 있지만 지금 같이 살며 부모를 모시고 있는 아들은 공부를 가장 적게한 셋째 아들이라고 하며 공부와 효도는 별개라고 하며 껄껄 웃으신다. 이곳 텃밭을 일구는 많은 사람들이 죽을때 까지 먹고 살만한 돈은 넉넉히 갖고 있다며 놀고 먹는 성품이 아니어서 일손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단다. 처음 부터 농사일을 해 본적이 없기에 물어가며 농사를 짖다보니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고, 또 일년을 결산해 보면 수확량 보다 농비가 더 들어 간다고 한다. 그래도 무공해 농작물을 먹을수 있고, 또 남는것은 이웃사람들과 나누어 먹기도 한단다. 나도 종종 6층에 살고있는 분 한테서 손수 경작한 배추, 상추나 열무를 얻어 먹기도 한다. 텃밭을 일구는 분들의 하나같은 성품은 온후 하다고 볼수있다. 언제나 보아도 웃는 얼굴이다. 그리고 여유스러워 보이고 건강해 보인다. 구정이 지나면 텃밭일이 시작되고 씨를 뿌리고 비닐로 덮게를 한다. 씨를 틔우기 위해서라지만 새들이 씨앗을 쪼아 먹기 때문에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텃밭 고랑 사이로 풋나물이 돋아나기 시작 할때 쯤이면 봄은 어느듯 눈앞에 와 있다. 텃밭 둔덕에 벗꽃, 복사꽃이 피어 봄 기운이 만당할때 쏙아낸 풋 채소가 맨먼저 식탁위에 오르기 시작하고 부터 텃밭은 일손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곳 텃밭에는 농약은 절대 금물로 여긴다. 부토와 퇴비로 땅힘을 돋군다고 한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아카시아 꽃 향기가 온동네를 덮고, 송화가루가 집안에 날리는걸 막으려 베란다 문을 잠그고 봄을 보낸다. 5월이면 바로옆 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밤잠을 설칠 정도다.

 

 

 

봄이 지나고 여름으로 접어들면 상추나 열무에서 가지나 토마토 같은 열매 식물로 변한다. 이맘때면 잡초가 날로 무성해 지고 일손은 밭고랑에 덮치는 잡초 제거에 힘을 들인다. 그러나 제초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유기농을 고집한다. 힘이 모자라는 텃밭은 밭둑의 잡초는 그대로 두지만 밭고랑의 잡초만은 깨끗이 제거한다. 농작물에 덮치는 해충을 피할길은 없으나 텃밭일에 경력이 붙으니 차츰 지력을 높여가며 경작하여 요즘은 꽤나 병충해를 잘 피해 간다고 한다. 가을이 가까워 오면 여름 채소를 갈아엎고 모두들 김장 배추를 심기 위하여 밭고랑을 정비한다. 그렇다고 텃밭 모두를 배추씨를 뿌리지 않는다. 두세줄 정도지만 가족이 많은 사람은 몇줄더 파종을 한다. 먹을 만큼만 경작하지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러니 텃밭에서 가꾸는 품종이 많다. 많은 품종을 키우는것도 하나의 재미로 즐긴다. 팔기 위해서 경작하지 않으니까.... 태풍 매미가 지나간 해에는 산밑 개울가 텃밭은 일부가 소실된 적도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크게 실망하거나 낙담하지도 않고 다시 텃밭을 보수하고 경작한다. 가을 이 깊어가면 텃밭에도 사람들이 좀 뜸해진다. 텃밭에 남아있는 경작물은 고추나 배추 뿐이니 가을 중턱쯤 해서 고추를 따서 말리고 김장을 앞둔 싯점에 배추를 걷운다. 그러노라면 한해의 텃밭 농사일은 끝으로 달린다. 겨울 채비를 하는 텃밭의 모습을 보노라면 조금은 황량한 들판 같다. 수확의 잔해가 할퀸 자국 같이 남아있고, 고장난 농기구도 딩굴어 다니기도 한다. 그래도 겨울 텃밭을 소일삼아 거니는 사람들 모두는 행복해 하고 닥아올 봄을 기다린다.

 

 

일년중 가장 많이 심는 상추는 봄, 여름 내내 아침 저녁으로 뜯어서 집으로 가져가고, 또 이웃과도 나누어 먹는다. 부추, 파, 열무, 가지, 오이, 고추, 토마토, 양배추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농군들이 경작하는 품종들을 조금씩 텃밭에 심으니 나는 그 이름을 모두 외울수 없을 정도다. 아침 일찍 부터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늦으막 하게 나와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도 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때 이웃 사람들과 함께 거들어 쏙아낸 채소를 나누어 갖고 돌아가는 뒷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일요일 같은 날은 텃밭을 일구는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길가에 세워두고 트렁크에서 농기구를 끄집어 내어 가족과 같이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베란다에서 망원 렌즈로 보는 맛도 즐겁다. 몇일전 김장 배추를 거두고 남은 시레기를 역어 걸어놓고 말리는 모습을 보고 텃밭의 끝마무리 시점이 다 된것을 알았다. 물론 한달여전 아파트 마당에 고추를 햇살에 말리기 시작하고 부터 가을 걷이는 시작이다. 나는 여러번 텃밭길을 거닐며 아마추어 농부들의 건강한 삶을 지켜 보았다. 아침 텃밭길을 걷노라면 이슬이 바지 가랭이를 적신다. 싱그러운 감촉으로 느껴 온다.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은 욕심 내지 않고, 자기 먹을 만큼만 농사짖고, 또 남는것은 이웃과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세계를 보고 느낀다. 이웃과 나누는 정다운 이야기로 시작하여 서로가 도와줘 가며 텃밭을 일구어 나간다. 집앞 텃밭에서 농사짖는 사계절을 관찰하며 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텃밭의 사계를 알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나 텃밭세계의 생동하는 삶을 알고 부터는 나도 모르게 겸손해 진다. 나도 나이가 들어 언젠가는 저 텃밭의 세계로 들어 가 봐야지 하는 마음이지만 그때 까지 내 마음을 다스릴수 있을런지 자문해 본다. 곧 겨울이 오면 텃밭도 얼고, 눈도 그 위에 내린다. 텃밭도 겨울 준비를 하겠지. 닥아올 봄을 위하여....

 

 

 

 

 

 

 

 

 

 

 

 

 

 

 

 

 

'주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스비 잔돈 준비...  (0) 2006.01.04
말씀 낮추세요.  (0) 2005.12.15
안락사  (0) 2005.10.20
지하철 전동차 선반 때문에...  (0) 2005.06.21
TV뉴스를 보다가...미터법 이야기  (0) 200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