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가을이 탄다.

master 42 2005. 10. 31. 00:05

 



오늘 팔공산 동봉을 올랐다.
동봉에서 갓바위로 오는 능선길에서 내려다 본 염불암 계곡엔
가을이 한창 타고 있다.
내려다 보는 계곡 마다 단풍이 곱게 타고 있으니
가는 나그네 발걸음을 멈춘다.
옅은 안개가 깔려 있고, 역광으로 햇살이 내려오니
사진은 별로지만 타는 가을을 느끼기에는 이만함이 있겠는가?



폭포골 내려오는 길에서 처다본 하늘이 타고 있다.
빨간 단풍이 하늘을 덮었다.
타는듯한 하늘이 깊은 가을을 붉게 칠한다.

내 마음도 붉어지고, 내 혈관에 힘이 솟아난다.
붉은 피가 화들짝 놀라서 온몸을 휘젓는다, 용솟음 친다.
이 타는 가을이 나를 잡는구나....가는 해를 멈추는구나.



폭포골 내려오다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계곡 응달진 숲속에 새순 같은 단풍이
수줍은듯 노오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눈이 부시다.

촛불앞에 마주한 첫날밤 신부를 보는듯...
디카에 담아오기도 미안하여 얼른 손만 잡아본다.
돌아오는 길에 몇번이고 뒤 돌아본다.
이런 가을도 있다니....



폭포골 끝나는곳, 동화사로 넘어 오는길로 들어설즘
햇살에 타는듯한 단풍 한무리를 만난다.
어우러진 칡넝쿨이 몸둥이를 감고 올라가도
그 타는 빛만은 찬란하다.

마지막 가을을 태우듯, 칡넝쿨을 빠져 나오듯,
활활 타고있다, 미련없이 태우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도 신명이 절로 난다.



동화사에서 내려오는 길,
타는 가을 아래로 두 나그네가 허접허접 걸어간다.
나도 그 길을 터덜터덜 내려간다.

아! 가을아
가지말고 머물어 있으면 좋으련만,
내려가는 길위로 가을은 가고, 우리도 인생길을 내려간다.
겨울을 향하여...

팔공산 동봉 야생 고양이

 

신령재에서 바라본 팔공산 비로봉

 

가을 하늘

 

철없는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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