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갈색 등산

master 42 2005. 11. 28. 09:47
  

 

 

한없이 널부러진 갈색 낙엽을 밟으며 오르고 내린다. 뼈만 앙상한 나무가지는 이제 겨울 채비를 끝냈는지 엄전히 산을 오르는 우리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차겁게 느껴지는 늦가을 계곡물이 옥같이 맑다. 그 이름 하여 옥계 계곡이라 하지 않는가.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 환경청 장관으로 부터 청정 마을이라 지정 받은 마을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맑은 옥같은 물길 옆으로 침수정이 높이 보인다. 광해군 원년에 이곳으로 숨어 살았던 손을성이란 선비가 이 계곡에 정자를 짖고눌러살며 병풍암, 촛대봉, 진주암등 동대산, 팔각산 37경을 찾아내고 이름을 붙였다 한다. 그동안 교통이 불편하여 등산객들이 많이 찾지 않았으나 산 잡지에 개발산행지로 소개 되면서 많은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지 등산로가 그리 때묻지 않아서 좋다. 이끼가 살아있는 계곡과 등산로가 더욱 정감이 든다. 계곡에 흐르는 물이 만드는 커다란 소(沼)에는 맴도는 낙엽의 무리가 한켠으로 몰려있다. 맑은 햇살이 내려쬐니 물에 비친 산 그림자가 더욱 깊게 보인다.

 

아직도 대룽대룽 매달린 마지막 단풍이 곱다. 햇빛이 좋지 않아 내려오는 길에 한컷 담을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떨어지고 없다. 계곡을 벗어나 급경사 등산로를 오르는 길은 겹겹이 쌓인 낙엽에 걷는 발이 미끄럽다.

 

능선을 오르니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니 겨울이 닥아오는 신호같다. 정상 근처에 산으로 돌아간 악우를 기리는 명패석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으로 명복을 빌고 올라서니 동대산 정상이다. 동으로 동해안, 남으로 내연산 가는 능선길이 누에 같은 능선길이 눈앞에 누워있다. 동대산에서 내연산 까지 4시간이면 충분하다하니 언젠가는 한번 걸어 볼려고 다짐해 본다.

 

내려오는 능선길에 낙엽이 발목을 덮을 만큼 쌓여있다. 더우기 계곡으로 내려오는 경사길엔 쌓인 낙엽 속으로 무릎이 빠진다. 눈길에 무릎이 빠져 본적은 있어도 낙엽 더미에 무릎을 빠져 가며 걷는것은 처음이다. 온통 낙엽 뿐이고, 낙엽 천지다. 갈색 등산이라해도 손색이 없다.

 

내려 오는길이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아서 조심 스럽다. 옆으로 낭떠러지라 잡은 나무가지에 손힘이 들어가고, 다리가 떨린다. 건너편 낭떠러지 위에 홀로선 소나무가 푸르디 푸르다. 소(沼)에 비치는 산 그림자가 내려다 보니 더욱 깊게 보인다.

 

내려오다가 계곡물에 발을 담궈보니 얼마나 차거운지 째질듯이 시리다. 돌아오는길에 영덕 삼사해상 공원에서 회를 안주 삼아 하산주로 흥을 돋구어 본다. 오늘은 풍성한 하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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