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샹그릴라

운남성 배낭여행-샹그릴라 가는길

master 42 2006. 4. 15. 21:45

티벳사원 송찬림사

 

2월13일(月), 며칠간 머물었던 낭만일생을 뒤로 하고 걸어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10시 10분 버스로 샹그릴라(香極里拉)로 출발한다. 어제 표를 살때 호화차라고 해서 큰기대를 했는데 혹시나는 역시나다. 우리나라 일반 완행버스 보다 못하다. 더우기 버스를 타고 놀란일은 버스안에 라디에이터 보조 냉각수 탱크가 운전석 뒷편에 설치되어 있는것이다. 차의 수명이 오래되어 라디에이터에 이물질이 많이 끼어 있다던가 라디에이터 냉각효율이 떨어지는 차들은 이런 물탱크를 설치해서 다닌다.

버스안에 설치된 물탱크

 

내가 대학 졸업하고 큰회사에 입사시험도 마다하고 정비공장에 취직하여 실전 경험을 쌓아 정비공장을 차리겠다는 큰 야망을 품고 포항에 있는 버스회사에 입사했을때(1967년) 우리나라의 버스와 트럭들이 이런 장치를 하고 다녔다. 내가 1991년 베트남 사이공에 처음 갔을때도 미군들이 버리고 간 트럭위에 이런 보조 물탱크를 달고 다니는 차들을 수없이 봤다. 중국 오지 샹그릴라로 가는 호화 버스(?) 속에서 이런 탱크를 만나다니...

묘목시장

 

시내를 벗어날 즈음 묘목시장 앞을 지난다. 봄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많은 묘목이 거래되고 있다. 큰 묘목 시장인것 같고 농기구도 많이 거래되는것 같다. 곧이어 버드나무 가로수가 정연하게 심어진 한적한 도로를 달린다. 엔진이 차안에 있어서 소음이 심하다. 가는 중간 중간 마을에서 차를 세우고 검차원 한테서 안전 검사를 받고 달린다. 산악지대라 그런가 하고 생각하면서 안전을 위해서 잘 하는 제도라 생각한다.

가로수

 

1시간정도 달리니 호화(?)차는 꼬불꼬불 고갯길을 힘들여 오르니 아래로 강이 보이고 평온하고 아늑한 마을이 나타난다. 서서히 샹그릴라가 시작되는가 보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니 앞으로 옥룡설산이 보인다. 옥룡설산을 옆으로 돌아 강을 왼쪽에 끼고 설산 뒷편을 달린다. 운전기사는 달리다가 도로에서 손을 드는 사람들을 모두 태우고 간다. 마을마다 서서 차 점검도 받고 승객을 내리고 태운다. 완전히 완행 버스다. 강다리 건너기전에 탔던 노인 승객은 반쯤 마신 따리(大理)맥주를 한병 들고 연신 마셔대더니 창문을 열고 빈병을 획 던져 버린다. 역시 중국이다.

강건너 마을과 푸른들판

 

강은 상류라 그런지 물살이 급하다. 제방이 없는 강 중간에 모래톱, 물돌이도 군데군데 보인다. 두어시간을 달려도 옥룡설산의 뒷면이 보이고 점점 크게 닥아온다. 12시 30분을 지나니 다리를 건너 강과 설산을 오른쪽으로 하고 달린다. 오지의 지방도로라 그런지 휴게소가 없다. 그러니 소변이 마렵드래도 변소엘 가지 못하고 그냥 참으며 달린다. 몇번 소변을 볼려고 가까운 곳에 세워달라고 이야기 했는데도(물론 바디 랭기지) 운전기사는 나몰라라 하고 그냥 신나게 달린다. 하는수 없이 운전기사 옆에 서서 아랫춤을 잡고 풀쩍풀쩍 뛰니 그제서야 어느 민가 앞에 차를 세우며 허물어져 가는 변소를 가르키며 문을 열어준다.

옥룡설산 뒷편이 보인다.

 

얼씨구나 땡이로구나 하며 변소에 들어가자 말자 쏴아...아! 얼마나 시원한지... 몇사람이 급했던지 나를 따라 변소엘 들려 용변을 마치고 버스로 오는데 그때서야 다른 승객들이 천천히 변소로 가는게 아닌가, 그런데 멀리서 가만히 보고 있던 집 주인이 슬금 슬금 닥아오더니 용변 보고 나오는 승객들 한테서 3각(角)씩 받는다. 한국돈 40원이다. 중국은 어디를 가나 변소는 유료라 승객들은 전혀 불평을 하지 않는다. 같이 갔던 친구 세사람도 돈을 주고 온다.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않주고는 못배긴다. 나는 꽁짜로 눴는데...ㅎㅎㅎㅎ. 돈은 별것 아니지만 통쾌하고, 신난다.

옥룡설산과 강

 

군데군데 골재 채취장이 보이는가 했더니 공사중인 수력발전소 옆을 지난다. 샹그릴라 가는 중간에 몇군데 계곡을 이용한 소, 중형 발전소를 본다. 설산을 뒤로 하고 까마득한 고갯길을 버스는 낑낑대며 오른다. 밑에서 볼때 산꼭대기 위로 길이 보이길래 우리가 갈 길이 아니겠지 했는데 그길을 오르는데 오른쪽 천길되는 낭떠러지 아랫길을 내려다 보며 올라간다. 오른쪽 아래 멀리로 올라왔던 길이 가느다랐게 가마득이 보인다. 현깃증이 날 지경이다. 오금이 저려온다. 아마 샹그릴라 안으로 들어가는 고갯길 같다.

올라왔던 도로가 가마득하게 아래로 보인다.

 

일어버린 소설의 주인공 콘웨이가 눈덮인 푸른달의 계곡이라는 곳에 불시착하여 눈보라를 피해 계곡과 낭떠러지를 헤메고 다니다 눈보라를 피해 동굴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곳을 지나 샹그릴라를 만난다. 우리들을 태운 이 호화(?)버스도 협곡을 지나고 낭떠러지를 옆으로 하고 열기를 뿜으며 오르다 보니 산간 마을이 눈앞에 나타난다. 아직도 설산은 멀리서 우리를 배웅하고 있는듯 하다. 그 산을 내려오는데 양옆으로 원시림이 울울창창이다. 멀리로 산불 흔적이 보인다. 이런 오지에 산불을 어떻게 진화했는지 궁금하다.

고산지대-설산이 아직도 보인다.

 

샹그릴라가 가까워 오는지 누런 겨울 목초지가 보이고 소, 말떼들이 마른 풀을 뜯고 있다. 제방없는 강이 들판을 가로 질러 흐르는데 갈수기라 그런지 물이 많지 않다. 황량한 들판과 푸르디 푸른 하늘이 몽골의 울란바트르의 근교와 비슷하다. 누런 목초지도 봄이 익으면 푸른 추원으로 변하겠지. 그때 다시 보고 싶다. 포도위에 소들이 한가로이 거니는가 싶더니 금방 샹그릴라에 도착한다.

고산지대 마을

 

에베레스트 동쪽으로 끝없는 설산을 넘어 티벳고원 끝자락에 중국 운남성 디칭 藏族 자치주, 해발 6749m인 매리설산의 웅장한 자태를 배경으로 양자강 상류인 금사강, 메콩강 상류인 노강, 란창강 등 세 강이 나란히 흐르는 곳에 천년 비경이 있다. 유네스코는 일찌기 佛國淨土, 즉 샹그리라라고 불러온 이곳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했다. 샹그리라(香格里拉)가 신비의 베일을 벗고 외부 세계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33년 영국인 소설가 제임스 힐턴(1900 - 1954)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의해서 였다. 서구인들에게 샹그리라를 소개한 힐턴은 정작 샹그리라에 가본 적이 없다. 그는 소설의 소재를 운남성의 中甸(지금의 샹그리라)과 디칭 장족 자치주를 여행했던 유럽과 미국 탐험가 들의 기록에서 찾았다. 그러나 샹그리라는 냉전시대에 중국이 격리되면서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여기서 부터 샹그릴라

 

1990년대에 들어 "世紀末" 풍조가 일면서 사람들은 다시 샹그리라를 떠 올리게 되었다. 과학발전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비인간화, 공업화로 인한 환경오염, 자연파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만년설산과 시리도록 푸른 하늘, 드넓은 초원, 자연과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을 부추겼다. 오랫동안 변경에 위치한 소수민족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디칭을 개방하지 않았던 중국이 1996년 중국정부는 민속학자, 지리학자, 종교학자, 역사학자 등 50여명의 국내외 학자들로 "샹그리라 탐사대"를 구성했다. 탐사대는 운남성, 사천성, 티베트 자치구 등을 샅샅이 조사했다. 힐턴의 소설에 나오는 설산과 대초원, 강과 협곡, 원시림, 다양한 동식물, 티베트 불교 등이 당시의 기준 이었다.

물이 없는 겨울 납파호(納白湖)

 

이들은 마침내 디칭 자치주의 中甸(쭝띠엔)縣이 소설의 무대와 똑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정부는 2001년12월 쭝띠엔현을 샹그리라현(香格里拉縣)으로 공식 명칭을 바꿨다. 이 후 산림 벌채를 완전히 금지시켰다. 1997년 60% 였던 산림 면적이 지난 해에는 80%로 높아 졌다. 디칭 장족(藏族) 자치주는 개발을 엄격히 제한하고 수자원 및 생태자원 보호에 심혈을 기우리고 있다. 중국정부는 원시림과 동식물, 대협곡이 산재해 있는 디칭 자치주와 주변 지역을 "샹그리라 권"으로 지정해 자연과 문물을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샹그리라는 수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1995년 7만명에 불과했던 관광객이 지난 해 중국인 150만명, 외국인 10만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외부인들이 몰려오자 샹그리라의 순박했던 풍속과 아름다운 자연이 오염되고 있다. 상업성에 물들기 시작해 꿈속에 그렸던 이상향과 다르다면서 실망을 안고 돌아가는 관광객도 있다. 중국당국은 관광객 쿼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초 뿌리를 케먹는 돼지들

 

현실속의 理想鄕은 없다. 이곳을 인류의 낙원으로 생각하고 찾아온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샹그리라는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이다. 마음 속에서 이상과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여러 소수 민족이 화합하고, 불교, 도교, 유교, 천주교가 공존하며 대자연을 숭배하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샹그리라는 종교간의 화합, 인간과 자연의 공존 무욕과 중용의 도를 가르치는 정신적 문화유산" 이라고 강조한다.

말발굽으로 수초를 케 먹는다.

 

잠잘곳을 정한후 곧바로 빵차를 대절해서 납파호(納白湖)로 떠난다. 설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그런지 상당히 춥다. 납파호는 겨울 갈수기때는 물이 별로 없다. 돼지, 말들이 물빠진 납파호 안에서 수초 뿌리를 케 먹는다. 돼지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먹이를 구해 먹이고 또 먹이 구하는 법을 아르켜 준다. 이들 동물들 한테 사료나 건초같은 먹이를 준비해 두지 않고 방목한다.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간다.

송찬림사

 

저녁에 돌아와서 샹그릴라 마을 중심가를 뒤져 야크 샤브샤브를 잘 하는 식당에서 두번째로 야크고기를 먹어본다. 지난번 리짱에서 먹었던 야크고기 음식은 몹씨 짰는데 이곳 음식은 얼큰한 국물과 더불어 우리 입맛에 맞다. 샹그릴라 설산에서 눈녹은 물로 만들었다는 술을 마시고 기분좋게 취한다. 고도 3,700m에 위치한 도시라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찬다. 나는 금방 적응되는데 다른 친구들은 떠날때 까지 숨이 차다고 한다. 내일 스케쥴을 다시 점검하고 잠자리에 든다.

야크고기 샤브샤브

 

샹그릴라 들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