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이야기

우리옆을 떠나지 않은 개구리, 개구리 소리.

master 42 2006. 6. 12. 10:18

 

토요일 저녁 비가 많이 내린듯 해서 일요일 아침에 카메라 들고 집앞 텃밭을 걸어봤다. 상추, 열무, 가지, 토마토, 파, 고추,....참 많이도 심었다. 집 베란다에서 망원렌즈로 텃밭의 사계를 자주 담아 보관하고 있는데 막상 내려와 밭고랑을 헤집고 다녀보니 입이 벌어질 정도다. 그런데 멀지 않는곳에서 중장비 소리가 들려 가보았다. 텃밭 끝자락에 있던 3,000여평되는 논을 메우고 있지 않는가. 우리 마을의 유일한 논이고 논의 생태를 느끼며 살수 있는 자연보고인데... 이 논에서 5월들어 부터는개구리 소리가 온 마을을 진동시킨다. 그러나 아무도 그 시끄러운 개구리 소리를 탓하는 사람들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 데리고 나와 구경시켜 주며 자연이 함께 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라며 자랑하고, 옆으로 가지런한 텃밭을 함께 거닐기도 한다. 가을이면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벼를 보며 어른들도 아이들과 날아드는 잠자리를 쫒기도 하며 수확을 기다리는곳이다. 논에서 벼를 수확할때 쯤이면 그 옆 텃밭도 마지막 마무리로 바쁘다. 마지막 김장용 배추가 알을 여미고 있고, 고추 수확도 마친 단계다. 논고의 물이 살짝 살어름끼를 느낄때 쯤은 텃밭도 수확을 끝내고 겨울 준비에 바쁘게 끝마무리를 끝낸다. 낮이라 그런지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논을 완전히 갈아 엎었으니까 개구리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갔을것 같다. 논을 갈아엎고 있는 중장비 운전기사한테 물어보니 텃밭으로 만들어 임대 놓을려고 갈아 엎는단다. 일년에 한번씩 수확하는 논농사는 별로 남지를 않는단다. 모내기, 물관리, 농약치기, 수확등의 바쁜 농사일이 혼자로는 할수없어 모두를 사람을 사서 해야 하니 귀찮기도 하려니와 잠깐씩 하는 일이라 농사일 하는 일꾼들이 오지 않을려고 하니 일꾼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갈아엎은 3,000여평 논

 

옆 텃밭은 20평씩 나누어 임대하는데 임대료는 80,000원 이라고 한다. 3,000여평을 텃밭으로 만들어 임대하면 일년에 1,200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전혀 논농사일에 골머리도 아프지 않고 하니 누워서 떡먹기 보다 쉽다. 두어해 전부터 지주는 논을 갈아엎고 텃밭으로 바꿀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오랜세월 해오던 논농사를 걷어치우지 못하는 미련 때문에 지금 까지 해 왔지만 나이가 들고 논농사 일이 어려워져서 마음을 바꿨단다. 저녁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친구와 술한잔 하고 돌아오는길에 개굴거리는 반가운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 개구리 소리인지 와글거리는 소리인지 개구리 오케스트라다. 반가워 논옆으로 닥아 가 보았다. 개구리는 보이지 않고 밝은 보름달 아래 갈아엎다 그만둔 흙무데기만 덩그라니 보인다. 개구리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어느 구석에 살아남아 있는지 개구리 소리는 더욱 우렁차게 들린다. 논은 엎었드래도 개구리는 우리옆을 떠나지 않는구나. 개구리가 돌아왔다. 개구리 소리가 돌아왔다. 아니 개구리 소리가 우리옆을 지키고 있다. 한동안 멍하니 서서 개구리 합창을 듣다가 들어왔다. 아직은 논의 형태가 반 정도 남았으니 개구리가 남아있겠지만 그 마져 갈아 엎으면 개구리 소리를 들을수 있을까? 내년에도 개구리 소리가 돌아올까? 논을 갈아엎는 주인의 경제원리에 아무도 무슨 말을 할수 없다. 청룡산 언저리에 아카시아가 피고 송화 가루가 날릴때 맟추어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에 우리 모두는 무관심하게 살지만 그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면 그때는 개구리 소리가 어디 갔는지 찾으리라. 그때는 늦을 것이다. 논이 텃밭으로 변한 내년에도 개구리 소리를 들을수 있을까???

텃밭을 가꾸는 87세의 청년같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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