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백두산 서파 종주-천지는 하늘물을 담고있는 하늘이다.

master 42 2006. 7. 15. 09:09


우리 민족은 백두산과 더불어 성장해 왔다.
백두산은 삶의 터전이며 민족 얼의 발상지이다.
고조선, 고구려, 발해, 조선에 이르기까지,
반만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땅...
인간의 간섭 없이 그대로의 원시가 살아 있는 숲...
그 안에서 피고 지는 백두의 사계는 수많은 생명들을 잉태한다.
수억 년, 거듭되는 자연의 순환 속에
거대한 운명을 이고 흘러온 백두산...
백두산 정상에서 그 기상을 굽어보자.


7월9일, 백두산 서파 종주를 떠나는 날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대구 공항에 기상 악화로 드디어는 떠나는 비행기가 결항하여 
하는수 없이 인천공항으로 방향을 바꾸어 저녁 8시 30분에 떠나는 
심양행 비행기를 탄다.
당일로 연길까지 이어지는 중국 국내선으로 연길까지 가야 하는데 
하는수 없이 일정의 일부를 취소하고 심양에 일박한다.
7월10일 일정에 없는 심양 관광을 마치고 저녁 10시 비행기로 연길로 간다.
서파 종주를 위하여 연길에 일박하지 않고 곧 바로 두대의 중형 버스에 
분승하여 서파로 이동한다.
장장 7시간여의 무박 이동과 등산을 위해 억지로 먹는 아침 도시락은 
지금 까지 백두대간 무박 산행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이 모두는 중국이고, 또 백두산 서파 종주를 열망하는 산악인들이기 
때문에 다 이해하고 진행한다.

한달여 전에 서파 종주를 하다가 동사자가 생겼고, 보름여전에 번개를
맞아 죽는 사고가 일어나 비가 많이오는 요즘은 서파종주 등산은 통제를 
하고 있다며 천지까지만 가는 관광객으로 이름지어 천지를 향해 오른다.
09:40 출발때 부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일부는 우의를 입고 출발한다.
오르는 계단 양옆으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비에 젖은 함초롬한 
모습이 더욱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중국 관광객, 한국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오른다.
날씨가 쌀쌀하게 느껴지고 가까운 산허리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낮게 내려져 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마음놓고 볼수없으니 오르는 우리는 더욱 애를 태운다.
아마 모두들 덕을 쌓지 못하여서라고 자책해 본다.

10:30, 1386개의 계단을 올라 5호 경계비가 있는 마천우 능선엘 오른다.
그러나 천지는 안개로 덮혀있다.
우리들 앞에 얼굴을 나타내 주지 않는다. 비 바람도 강하게 분다.
중국 군인들이 국경선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북한쪽으로는 한발자욱도 걸어 들어갈수 없으니 ....
그러나 날씨가 맑은날은 군인들이 북한쪽에서 와이드 칼라 사진을 40,000원에 찍어주고 있단다.
언떤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 현상해 보니 사진이 하나도 찍히지 않았다고 하기도 하고...ㅎㅎㅎ
천지를 덮은 구름안개는 좀 처럼 열리지 않을것 같아 제운봉 옆으로 해서 
백운봉 쪽을 향해 종주를 시작한다.
경사가 심하여 조심해서 걷는다.
큰 너덜 바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하며 걸어야 하는 돌들이 많다.
사방으로 구름이 덮여 시계가 좁아 10여m도 앞이 보이지 않아 모두들
무리지어 걷는다.
국내산과 달리 일행을 놓지면 조난 사고를 당하기 쉽다.
탈출로도 없으니 선택의 여지없이 오직 한길만 갈 뿐이다.

한시간여를 오르고 내려 진행하니 청석봉을 통과한다.
청석봉의 기암이 안개속에 희끄므레하게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천지는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는지 문을 닫고 있다.
그래도 백운봉 까지 가는동안 언젠가는 한번은 천지를 볼수 있겠지 하는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모두들 쌓지못한 덕을 아쉬워 하면서...
걷는 중간중간에 아직도 녹지않은 몇군데의 눈언덕을 만난다.
그 애래로 눈녹은 물이 졸졸 흐른다. 이 물이 어느 강물의 원류가 되겠지...
야생화가 비바람에 흔들리며 그 자태를 뽑내고 있다.
꽃잎에 함초롬이 품은 영롱한 물방울, 털이 보숭보숭한 꽃대에 묻은 이슬기가 
더욱 초롱초롱해 신비해 보인다.
천지쪽 끝 벼랑에 앉아 비바람과 싸우며 자리 지키는 야생화는 더욱 강인해 
보이고 백두산 지킴이 같기도 하다.

8개월여 눈에 덮이고 강풍이 심하게 분다는 백두산 영봉들, 여름이 서서히 
익어가는 6월 끝자락 부터 야생화가 피기 시작 한단다.
지금 부터 한달도 채되지 않는 기간이 야생화가 절정이란다. 
청석봉 까지 오는 동안 벌써 신발은 빗물이 가득하다.
백운봉을 향하여 한동안 내리막 길을 내려가다가 오르기도 한다.
눈녹은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백운봉 오르고 내리는 계곡엔 야생화 천지라 해도 좋을듯 싶다.
그러나 비바람이 강하게 불어 카메라를 내밀기가 쉽지않다.
금방 렌즈가 물방울에 젖기도 한다. 그래서 백두산 종주동안 찍은 사진이 
맑지 못하여 아쉬움만 남아있다.
백운봉 오르는 계곡길은 경사가 급하여 힘이 많이 든다.
강한 비바람 까지 세차게 불어대니 국내 여늬 산행 보다 더 힘이 드는것 같다.
더우기 구름이 심하게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고, 기대했던 천지와, 넓게 
펼쳐진 백두초원을 내려다 볼수 없는 안타까움을 안고 가니 더욱 답답하다.
날씨라도 좋으면 경치 구경하느라, 사진 찍느라 쉬며 갈수 있지만 비바람이 
부니 그냥 앞만 보고 진행할 수 밖에...

오후 1시쯤 백운봉 아래 바람이 잔잔한 곳을 찾아 점심을 먹는다.
중국제 도시락이다. 워낙 엉망이라 아마 아침 도시락도 마찬가지였지만 국내 
산행때 주최측에서 이런 도시락을 준비했다면 큰 욕을 당했을것 같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는 없으니 먹지 않을수 없다.
어느 부부 종주자는 도시락 하나로 두분이서 같이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하산하여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 도시락도 많았던걸로 안다.
방한옷을 걸쳐입고 점심을 먹으나, 점심을 먹고나니 금방 한기를 느껴 얼른
출발한다.
천지가 구름에 덮여있어 백운봉을 올라보지 않고 통과하니 여기서 부터는 하산길이다.
오후 2시 30분경, 해발 2745m 고지에서 구름덮여 보이지 않는 천지를 내려다 보며 쉰다.
야생화가 온 주위에 덮여 있다. 비가 좀 덜 내려 야생화를 디카에 담아 본다.
2시 40분경, 원래 계획된 소천지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되어 있으나 장백폭포쪽으로 
방향을 틀어 하산하기로 한다. 

장백폭포 방향이 소천지 방향 보다 하산 시간이 짧고 혹시나 그동안 구름이 걷혀 
천지를 볼수 있을지도 모르고, 장백폭포를 볼수 있다니 그쪽으로 내려 가자고 한다.
내려 오는 중간에 일순간 먼 하늘이 열리고 백두산 초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 광활한 초원지대가 끝없이 내려 펼쳐져 보인다.
멀리로 구름아래 맑은 하늘과 백두의 계곡이 언듯 보인다.
그 순간을 잡아 모두들 기념 촬영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금방 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닫아 버리니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안타까워 한다.
야생화가 핀 급경사길을 조심해서 내려와 천지가 멀리로 보이는 낭떠러지 언덕길에
도착할 즈음, 오후 3시경, 오른쪽으로 갑자기 천지가 열리기 시작하니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안개라는 잠자리 잠옷을 입은 성산의 모습이 포근하면서도 장엄한 맛을 모두 간직한 천지다.
"천지다! 천지가 열렸다." 
"역시 천지는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신다..."
모두들 사진 찍으랴, 열린 천지 보랴 바쁘다 바뻐...
더우기 왼쪽으로도 장백폭포의 대협곡의 장대한 모습이 햇빛에 그 자태를 뽑낸다.

그러나 열린 천지도 금방 닫힐려고 한다.
비바람이 또 세차게 불어온다. 금방 카메라 렌즈가 날리는 빗방울에 젖어 버린다.
먹구름이 천지를 덮으니 다시 천지는 우리들 앞에서 자취를 감춰 버린다.
천지는 우리가 느끼는것 만큼 보이고, 볼 수 있는것 만큼 느끼는가 보다.
천지는 보고 느끼는 사람에 맞추어 열어 보이는가 보다.
우리들이 지금 까지 쌓아온 덕이 모자라는가 보다.
비바람 부는 속에 장백폭포로 내려오는길을 80도가 넘는 급경사 내리막 길이다.
한발 삐끗 하다가는...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고소 현기증을 느낀다.
모두들 살금 살금 조심해서 잘도 내려간다.
내려오는 중간에 오른쪽으로 천지가 열렸다, 닫혔다를 여러번 하더니 한동안 
낮은 구름속에 천지의 하늘물이 계속 보인다. 


그렇다,  
반만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는 하늘 물을 담고 있다. 
성수를 담고 있다.
하늘을 담고 있는 천지는 하늘이다.
급경사길을 내려와 오후 4시경 천지 달문에 도착한다.
구름이 백두 천지 연봉들을 덮고 있어 물결치는 천지는 바다같은 느낌이다.
눈녹은 물이라 엄청스레 차갑다.
천문봉으로 구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봉우리를 희롱한다.
압록강, 두만강 맑은물에 살고 있는 산천어를 이곳 천지에 옮겨 놓았더니 그 
크기가 두배로 자란다고 한다.
우는 토끼도 있다고 하는데 보지는 못했다.

한동안 천지에 머믈다 내려오며 장백폭포옆으로 해서 하산한다.
세줄기로 내려꽂히는 긴 비단을 걸어놓은듯한 장백폭포는 
그 흐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내려오는 길에 온천수에 담궈 삶은 달걀을 먹어본다.
호텔로 내려와 산장에서 마련한 소한마리 파티에 
갖고온 소주를 마시며 즐긴다.
모두들 오늘의 종주 여담을 웃음으로 
추억해 보며 삶의 자신감을 갖는다.

서파 종주를 끝내며 그 동안 수고해 주신 진행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고 천지와 
장백폭포까지 볼수 있도록 한 산행일정 변경이 성공의 하일라이트라 생각한다.
또 같이 동고동락하며 종주를 마치신 대원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나는 "세월에 쫓겨 정신없이 사는 동안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일수록 
빨리 늙는다"는 생각과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에 
이겨 볼려고 도전했다.
또 이번 백두산 서파 종주에서 많은 여러 대원들과 교우하며 새로운 많은걸 경험하고,
배우고 느끼고, 재 충전을 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하며 감사한다. 
이번 백두산 서파 종주때 지난번에 샀던 돼지털(?) 녹음기 덕을 톡톡히 봤다.
이 기록들도 모두 그넘 덕분이라 생각한다.
---야생화는 별도로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