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낙동정맥 4구간 종주-여인의 허리 같은 능선 길을...

master 42 2006. 5. 29. 10:21

 

5월 28일, 낙동정맥 4구간 종주 날이다. 6시 30분 출발한 버스가 한참을 달려 안동이 가까워 지니 아카시아가 만발 하고 그 밑으로 벌통들이 즐비해 놓여있다. 대구에서는 벌써 졌는 아카시아가 북쪽인 이곳에서 만발하니 양봉업자들이 꽃따라 북상하여 끝내는 휴전선 까지 간다고 한다. 오늘 종주할 구간은 답운치에서 출발하여 통고산을 거쳐 애미랑재 까지 도상거리 15km, 실거리 17km다. 지난 구간 12시간 30분을 걸었기에 모두들 이번 구간은 아이들 소풍삼아 걸을 수 있겠다며 느긋한 마음에 농담들을 한다. 간단한 준비체조를 하고 출발하니 10시다. 아침 출발때 까지 비가 흩뿌렸는데 답운치에 도착하니 약간 흐리기만 하지 날씨 하나만은 산행하기에 아주 좋다. 햇살도 비추지 않고, 약간의 산들바람이 분다. 벌써 신록이 우거져 먼산 조망이 시야를 가린다. 오르는 산길에 낙엽이 비를 맞아 촉촉하게 느껴지고 젖은 흙길이 약간은 미끄러울것 같으나 그래도 밟아보니 쫀득한 산길맛이 발끝 따라 느껴온다. 산죽길 따라 올라가니 바짓가랭이로 아침 비에 젖은 잎사귀의 빗물이 스며든다. 그래도 능선에 오르니 금방 마른다. 역시 날씨 하나만은 오늘의 최고 선물이다. 약간 흐린 날씨에 촉촉한 산기운이 흘러 피톤치트가 높아서 그런지 모두들 그리 목말라 하지 않아 물이 남아돈다.

 

경북의 오지 봉화군과 동해의 푸르름의 고향 울진군을 경계한 이 구간은 육산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어보이지만 참나무 사이로 춘양목이 간간이 군락을 이루어 있다. 12시 20분, 통고산 정상(1,066.5m)에 오른다. 날씨가 개는지 구름이 오르는 능선으로 임도가 보이고 한쪽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 최고 인기 메뉴는 이원장님 부부가 마련해온 쌈이다. 부인이 어제 성주 친정에서 갖고온 상추를 다듬어 많은 사람들이 푸짐하게 먹는다. 통고산에서 서쪽으로 회룡천이 흘러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동쪽으로 불영계곡으로 광천과 같이 왕피천이 흘러 동해로 흘러간다. 통고산은 한국의 대표 계곡인 불영계곡과 인적이 끊긴 내천인 왕피천을 가슴에 품은 산이다. 낙동정맥의 주맥으로 울창한 원시림과 맑은 물이 가히 선경이지만 교통이 불편하다. 요즘은 휴가철때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대간길과 정맥길이 역시 다르게 느껴진다. 대간의 능선길은 깊고 높아 탐험길의 느낌 이지만 정맥의 오르고 내려가는 능선길은 부드러운 여인의 허리곡선을 따라 걷는 느낌이다. 이번 구간에는 야생화가 많이 없다. 간간히 보이고, 철늦은 철쭉이 꽃잎을 떨구고 있다. 걷는 능선길위에 떨어진 철쭉 꽃잎을 즈려(?)밟고 갈려니 마음이 싱숭생숭이다.

 

역시 걷는 산길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가 보다. 3시가 가까워 오니 희끄므레 하게 도로가 보이는가 싶더니 금방 애미랑재를 만나고 재 낭떠러지에 도달한다. 살금살금 기어 내려오니 영양군 신암리와 봉화군 남회룡을 잇는 애미랑재다.(15:00) 능선길이 밋밋해서 그런지 5시간만에 걸었다. 애미랑제(애매랑재?)는 광비령이라고도 하며, 왼쪽으로 민물고기의 천국이라고 할수있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왕피천의 상류인 신암천이 흐르고, 오른편으로 흘러내린 물은 회룡천의 지계곡이 되어 답운치 아래에서 광비천으로 이름을 바꾸어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왕피리 마을은 고려 홍건적의 난때 공민왕이 피신했던 마을에서 연유되었단다. 산간 오지 마을로 지금은 "한국 농촌 복구회"라는 이름의 종교 집단이 모여 살며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는 종교인의 둥지가 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