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몸 가꾸기....

master 42 2006. 4. 10. 00:18

 

오늘 집앞에 가로놓인 청룡산을 걸었다. 낙동정맥 종주를 위한 몸가꾸기 운동이다. 6시간 30분을 걸었다. 오후 4시 30분에 앞산 정상에서 중동에 사는 친구를 만나자고 약속하고 12시, 이른 점심을 먹고 집앞 청룡산 용의 꼬랑지 능선을 오르기 시작하니 몸이 엄청 무거웁다는걸 느낀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주 잔치 핑게로 산엘 오르지 않았고, 또 모임이다, 일이다, 뭐다 하며 나이 걸맞지 않게 매일 퍼 마셨으니 몸이 무거울수 밖에... 30여분 오르노라니 땀이 흥건히 등허리를 적시며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발걸음도 서서히 가벼워 지고 주위 경치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랫만에 올라왔더니 진달래가 만개했고, 생강나무 꽃은 한물 건너 간것 같다. 3주전에 집앞산을 올랐을때는 얼었던 산길이 녹아서 질퍽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먼지도 나지 않은 쫀득한 산길이라 발걸음 옮기기가 가볍다.

 

삼필봉을 지나 바위위에 쉬면서 청룡산의 상여 바위를 바라보니 황사 때문인지 뿌옇게 보인다. 그래도 삼필봉 까지 오르는 길엔 사람들이 붐빈다. 그러나 삼필봉을 지나 과차봉을 오르는길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가파르기도 하려니와 주말 산보삼아 등산 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무리인것 같다. 과차봉에 오르니 평소와 같은 주행능력인지 1시간 30분만에 오른다. 과차봉에서 부터 청룡산 까지는 한동안 내려 가는 능선길이다. 내려오다 진하게 핀 진달래를 디카에 담는 동안 한무리의 등산객을 만난다. 원주에서 왔는데 비슬산 소제사에서 올라 비슬산을 거쳐 청룡산, 앞산으로 간다고 하여 같이 동행한다.

 

백두대간 이야기로 부터 낙동정맥 종주 이야기 까지 많은 산행 이야기를 하는동안 그리 지겨움을 느끼지 않고 청룡산엘 오른다. 역시 산행은 여러 산꾼들과 같이 걷는게 좋은듯 싶다. 2시 30분에 청룡산에 올라 중동에서 올라오는 친구 한테 전화를 하니 출발했단다. 청룡산 정상에서 원주팀은 왼쪽 능선길로 가라하고 나는 오른쪽 계곡길로 내려온다. 3주전에 이 계곡 길에서 등산복을 배낭에 걸고 내려올때 잊어버렸기에 혹시나 인심좋은 사람이 나무에라도 걸어 놓지 않았을가 하는 마음에 계곡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다. 새옷이니 어느 누가 횡재 했지 싶다.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내려오는길에 사진을 찍는동안 뒤에서 누가 혼자 허접스레 걸어 오길레 같이 가자고 하며 내려 오는데 나이가 좀 들어 보여 몇살이냐고 물으니 60을 금방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걷는 폼이 아주 가볍게 걷기에 뒤따라 오며 어디서 오느냐 물으니 10시30분에 가창 용천사에서 올라 비슬산을 지나 청룡산을 거쳐 오는길이라 한다. 내 앞을 바람같이 걸어간다. 뒤를 따라 갈려니 내가 허둥거린다. 팔공산 갓바위에서 한티재 까지 8시간만에 종주했다는둥, 설악동에서 비선대 공룡능선 을 거쳐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9시간만에 종주 했다는 자랑을 한다. 나도 작년에 백두대간을 종주했고, 공룡능선도 한계령에서 설악동으로 13시간 40분만에 넘었다고 하며 슬쩍 귀뜸을 주었더니 그때서야 뒤로 돌아보며 나이를 묻는다. 여보시요, 나이는 왜 묻소...보이는것 만큼 먹었지요. ㅎㅎㅎ

 

그러는 사이 앞산 능선에 올라 그분과 헤어지고 중동에서 올라오는 친구를 만나 고산골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하산 능선길은 진달래가 만발이다. 지금껏 대구에 살면서, 중고등 시절에 이 고산골로 소풍도 많이 왔드랬는데, 이렇게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경치는 처음인것 같다. 또 계곡으로 내려오니 아직도 남은 개나리, 벗꽃, 백목련, 자목련이 꽃대궐을 이룬다. 계곡엔 물이 말랐지만 그래도 계곡을 낀 꽃대궐엔 많은 상춘객들이 오르내린다. 종종 다니던 보쌈집에 들어가니 주인이 반긴다. 쇠주 3병을 까고 식당을 나오니 사방이 깜깜하다.

내려오는 하산길, 멀리로 수성못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