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산에서 배운 큰 교훈-등산 중간에 하산...

master 42 2006. 6. 6. 21:59

 

2003년 가을, 내가 처음으로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할때는 지리산 천왕봉이 출발 깃점이었으나 요즘은 백두대간 종주의 출발 깃점을 웅석봉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백두대간을 종주했던 우리들 일행 12명이 5월 셋째주 대구 등산회가 백두대간 종주를 웅석봉 밑 밤머리재에서 시작할때 못다한 두 구간을 체우려고 더불어 시작했다. 그날은 밤머리재-도토리봉-동왕등재-왕등재-새재 구간을 종주했다. 6월 4일 나머지 구간 새재-두류봉-하봉-중봉-천왕봉-중산리 구간 17km를 9시간 걸려 종주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나는 이날 중도에 종주를 포기하고 하산하였다. 병곡리를 출발하여 지리산 주능선 새재에 10:40에 오른다. 멀리로 하봉이 보이고 왼쪽 아래로 새재산장이 보인다. 역시 백두대간의 지리산이라 그런지 오르는 능선이 가파르고 힘이 든다. 표고차 700여 미터를 치오르고 내리니 쑥밭재다. 독바위를 지나 국골사거리에 오니 벌써 12시가 넘어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하나 오늘 가야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아 더 가다가 먹기로 한다. 이곳을 지나고 부터는 암능 구간이 조금씩 보이니 모두들 조심해서 걷는다. 이곳을 무사히 지나 간단한 내리막길에서 내 앞에서 걷던 J여사가 갑자기 "악!..."하며 넘어진다. 얼른 손잡아 일으키니 J여사가 무척 당황하며 얼굴을 가린다. 대문니를 돌에 박았다며 가린손을 떼니 입술에 피가 보인다. 금방 입술이 부어 오르고 피가 흐르고 이가 흔들린다며 J여사는 더욱 당황한다. 모두들 그자리에 멈추고 한동안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출발한다. 얼마 가지않아 J여사가 주저 앉는다. 양 다리에 근육통이 갑자기 느껴져서 움직일수 없단다. 넘어지며 돌에 부디쳐 왼쪽 장딴지 부분에 찰과상을 입었는데 부상이 심해서 그런지 갑자기 크게 부어 오르고 그쪽에 신경을 쓰다보니 오른 다리에 힘이 가해지고 얼마걷지 않아 양다리에 근육통이 심하게 느껴져서 움직일수가 없단다. 근처 넓다란 곳을 잡아 점심을 먹으며 다친 다리에 어름 찜질을 한다. 30분 가까이 점심을 먹고 출발 해 보지만 얼마가지 않아 J여사는 또 근육통의 고통을 느낀다. 앞으로 갈길이 왔던길의 두배는 더 올라가야 하고 험난하여 J여사는 응급 대피로 하산할것을 결정한다. 올라올때 봐뒀던 새재산장 방향으로 내려가서 유평마을로 가기로 한다. 그러나 그쪽 방향은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어서 길찾기도 험하다고 하며 누가 안내하여 J여사를 데리고 내려갈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이다.

 

우리들 등산모임(白同會)에서 부상당한 J여사를 책임지고 데리고 내려가야 할 사람으로는 첫째 총무, 둘째 산행대장, 셋째 부회장, 넷째 회장 순이다. 모두들 백두대간 종주 나머지 마지막 구간을 포기하고 내려갈려니 선듯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다. 순간 회장인 내가 J여사를 데리고 내려가겠다고 자원한다. 다른 분들은 모두 젊고 마지막 구간 종주에 큰 미련을 갖고 있어서 나이든 내가 포기하는게 쉬울듯 해서다. 그리고 내가 이 모임의 회장이기 때문이다. 다른 회원 모두를 보내고 J여사를 데리고 내려온다. 근육통이 생길때는 힘쓰며 올라갈수는 없지만 내려 오기는 쉽다. 내리막길을 한참을 내려오니 지도에 있는 국골 사거리가 나온다. 지도에 여기서 부터 오른쪽으로 꺽어 내려가다가 다시 계곡을 오른쪽으로 하고 내려가도록 표시되어있다. 유평마을에서 국골 사거리로 올라오는 등산로는 휴식년제가 시행중이라 인적이 오간 흔적이 없어서 내려가는 길을 찾기가 힘든다. 특히 비가 많이와 물이 지나간곳은 희미한 흔적 마져 싰겨 내려가 한동안 주위를 헤매며 길을 찾는데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내려오다가 흐르는 계곡물 가에서 갖고간 과일을 먹으며 백두대간 종주때 격었던 어려웠던 구간, 기억에 남는 구간들을 웃으며 이야기 하니 J여사는 마음이 가라앉 는지 굳었던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역시 백두대간 종주때 눈보라, 비바람, 암능구간의 역경을 이기고 종주했던 지난 추억이 지금의 어려움을 이기는데는 약이고 용기인것 같다. 그때 부터 서서히 내려오는 즐거움도 생기는지 J여사는 활기를 되 찾는다. 대학 다니는 남매를 두고있는 J 여사는 우리들 모임에서도 항상 선두를 달리는 준족을 자랑한다.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3~4시간 정도 마을앞 산이나 팔공산을 탄다고 한다. 또 일요일엔 자주 가족과 같이 산을 찾고, 3년전에는 남편의 권유에 따라 등산학교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한 여성 등산 메니아다. J여사가 어제 저녁 한잠도 자지 못하고 오늘 등산길에 나섰다고 한다. 역시 산을 오를때는 매사에 주의를 개을리해서 않되는것 같다. 두어시간 내려오니 새재산장이 보이고 마을이 나타난다. 마침 혼자 등산온 젊은이 한테 부탁하여 유평마을 까지 차를 타고 내려오니 J여사의 얼굴은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마을 수퍼에서 맥주 한잔으로 무사하산을 건배하고 흐르는 개울물에서 땀을 싰는다. 수퍼앞에 놓인 살평상위에 부어오른 다리를 올려놓고 아직도 어름이 남아있는 찬 물병으로 어름 찜질을 두어시간 시켰더니 돌아올때쯤은 부기가 많이 좋아진듯 하다. 백두대간 종주에서 처음 당하는 사고고, 중도 하산도 처음이다. 그동안 물론 어려움도 많았지만 너무 쉽게 오르고 내렸기에 자만했는지도 모른다. 산이 우리들에게 크게 한번 가르켜 준 산행이다. 산을 두려워 하고 매사에 조심하는 마음 갖임이 필요한것 같다. 이날 좋은 교훈을 얻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