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낙동정맥 6구간 종주-아름드리 금강송 군락지를 걷다.

master 42 2006. 8. 28. 00:26

 

따거운 햇살을 피해 몸을 움추리며 그늘나무 등걸로 찾아들고 외진 개울물에 몸을 담그며 동심의 그리움에 멱을 감던 여름이 어느 사이 저만치 발걸음을 재촉하며 검푸른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즈음, 경북 오지 낙동강의 지류를 만들어내며 삶의 터전이 빠끔이 내려다 보이는 낙동정맥, 그 맥을 따라 영양군 일월면과 수비면을 경계로 동해의 울진을 만들어낸 기맥을 자랑하는 울창한 산림과 풋풋한 고향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그곳을 낙동정맥이란 미명으로 우리는 걷는다.

 

지난 한주는 몸 추스리데 온 힘을 기울였다. 등산 마치고 하산길에 땀흘린 몸을 식히려 개울물에 들어가다가 어줍잖게 허리를 삐그덕 했던게 한주일 내내 병원문을 들락 거렸으니... 그래도 어제 토요일 마지막 물리 치료를 끝내고 나서니 한결 몸이 가벼워 일요일 낙동정맥 정기 산행 준비에 자신이 붙는다.

 

05시에 일어날때 조심하며 허리를 이리저리 굴려봐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아 얼른 준비해둔 물건들을 챙겨 낙동정맥 산행길에 나선다. 뒤에서 마누라가 조심하라며 신신 당부를 한다. 오늘 산행은 영양군 수비면 한티재에서 시작하여 덕재를 거쳐 휴양림 까지 접속구간 합쳐 19km를 걸어가는 종주 길이다.

 

09:40분 출발할때 날씨가 무척 후텁지근 한게 비가 올듯 하다. 휴대폰으로 대구로 연결해 보니 비가 장대같이 엄청 내린다고 한다. 불안해 하며 10여분 오르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모두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챙겨 입니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능선을 오르는데도 우의 속으로 땀이 비오듯 한다. 우의를 입지 않고 비를 맞으나 우의 입고 땀 흘리나 그게 그거다.

 

비오는 날은 보통 물을 많이 먹지 않는데 땀을 많이 흘리니 오늘은 물을 많이 마신다. 늦더위 때문인것 같다.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약간 살랑이는것 같으나 그래도 땀은 헝건이 흐른다. 오늘 걷는 코스는 영양군에서 낙동정맥 종주 하는 등산객을 위해 길을 잘 정비해 놓은것 같다. 그러나 산길마다 등산객이 걸어놓은 시그널이 너무 너절하게 많이 걸려있어서 마치 금달래 치맛자락 같이 추해 보여 눈살을 거슬리기도 한다. (금달래 : 6.25때 폭격에 일가족을 잃은 정신이상 여인이 대구 시내를 추한 몰골로 어슬렁 거렸다. 모두들 이 여인을 금달래라 했다)

 

한시간 여를 오르고 내리니 아래로 아담한 마을이 보인다. 고추로 유명한 영양군인데 올해는 고추에 병이 들어 군데군데 마른 고춧대가 보인다. 올해 고추 농사는 폐농인것 같다. 고만고만한 능선길을 오르내리며 12시가 넘어 추령에 도착한다. 오는 능선길 양 옆으로 인물좋은 아름드리 금강송이 시원하게 쭉쭉 뻗고 자란다. 옛 어른들이 금강송을 좋아했던 이유를 알만하다.

 

추령에 도착할 즈음 부터 비가 그치고 하늘이 빼꼼이 열린다. 모두들 우의를 챙겨 배낭에 넣고 걸으니 산들 부는 바람에 젖은 등산복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한다. 14:00가 넘어 원통봉 가까운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원래는 휴양림 까지 가서 먹기로 했지만 더위에 지쳐 점심 자리를 차린다. 점심을 마치고 일어나 덕재를 거쳐 16:40 휴양림으로 내려온다. 19km를 7시간에 종주를 끝내고 백암온천으로 향한다. 30년 만에 처음 와 보는 백암온천이다. 아들넘 6살때 와 봤으니... 이곳도 손님이 없어 장사가 되지 않는지 마을 전체가 조용하다. 오늘 걸어온 능선 양 옆으로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자라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등산을 했지만 오늘 만큼 이렇게 인물좋은 아름드리 금강송을 많이 본것은 처음 인것 같다.

 

영양군에 많은 금강송이 자랄수 있었던 것은 워낙 오지라 조선시대 궁궐을 지을때 운반수단이 힘들어 이렇게 자랄수 있었던게 아닌가 상상해 본다. 그러나 일제때 태백선 철로를 만들어 일본 사람들이 춘양역에서 많은 금강송을 운반했다고 한다. 지금은 보호 수종으로 일체 반출이 금지 되고 있다. 오늘 하루 금강송 군락지를 걸으니 몸에 그 기를 많이 받은것 같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다.

고추 수확 하는 모습